시간 쪼개는 멀티 태스킹… 뇌 부담에 ‘집중력 저하’ 올 수도[창간 33주년 특집]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사회는 시간의 밀도와 효용을 높이라 요구하고, 인류는 세상의 좋은 것이라면 뭐든 '찍어 먹어' 봐야 직성이 풀리는 '잡덕형 인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뇌 크기와 능력은 4만 년 동안 바뀌지 않았고, 결국 멀티 태스킹이란 뇌를 끊임없이 재설정, 전환해 가며 가동하는 상태라는 것이다.
자신을 위해 많은 시간과 돈, 에너지를 쓰면서 스스로 자신에게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돼버리는 것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분초사회’를 보는 전문가 시각
사회는 시간의 밀도와 효용을 높이라 요구하고, 인류는 세상의 좋은 것이라면 뭐든 ‘찍어 먹어’ 봐야 직성이 풀리는 ‘잡덕형 인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스스로는 기술력과 정보력을 이용해 시간을 장악하고, 삶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믿지만, 전문가들은 이 모든 게 ‘착각’이라고 단언한다. 오히려 주도권을 ‘행복’이라 포장된 허상에, 또는 이를 통해 이익을 얻는 특정 집단에 내어주고 있다고 경고한다.
시성비를 끌어올리기 위해 우리는 일상의 대부분을 디지털에 의존한다. 이것이 집중력의 분산·분열을 일으키고, ‘속도감’이 주는 순간적 쾌락, 즉 도파민에 중독시킨다는 게 관련 연구자들의 지배적 분석이다. 애나 렘키 스탠퍼드대 교수는 ‘도파민네이션’(흐름출판)에서 “우리는 도파민, 자본주의, 디지털이 결합된 탐닉의 사회에 살고 있다. 누구도 중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진단했다.
‘도둑맞은 집중력’(어크로스)의 저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요한 하리는 시간을 쪼개어, 여러 가지 업무나 취미에 몰두하는 ‘멀티 태스킹’이나 ‘잡덕 문화’가 ‘미신’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또한, 이를 비만율 증가와 같은 ‘사회적 유행병’으로 규정하는 것까지 나아간다. 그에 따르면 인터넷 등장 후 정보량이 가공할 속도로 증가·확산하자 이를 소화하기 위해 인류가 ‘강제적 진화’로서, 기계에나 쓰이는 ‘멀티 태스킹’의 개념을 가져왔다. 그러나 인간의 뇌 크기와 능력은 4만 년 동안 바뀌지 않았고, 결국 멀티 태스킹이란 뇌를 끊임없이 재설정, 전환해 가며 가동하는 상태라는 것이다. 중요한 건 여기에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것. 바로 ‘집중력 저하’다. 하리는 쉬지 않고 일한 뇌 속엔 독성 단백질이 쌓이고, 심한 경우엔 혈중알코올농도 0.05%의 상태가 된다며 그 위험성을 강하게 경고한다.
21세기 사회 병리적 현상들을 탐구해 온 재독철학자 한병철의 ‘피로 사회’(문학과지성사)는 ‘갓생’으로 대표되는 현대인의 삶을 ‘자신에 대한 착취’로 본다. 사람들은 스스로 시간을 잘 활용하고, 하나 더 보고 더 먹고, 그래서 남들보다 더 성공할 수 있다며 ‘긍정’을 강요한다. 한병철은 이것이 극단적인 피로를 낳고, 결국 현대인의 고질적인 우울증, 정신병, 신경증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자신을 위해 많은 시간과 돈, 에너지를 쓰면서 스스로 자신에게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돼버리는 것이다. 특히, 그는 자기과시, 자기현시적 욕망으로 인해 필연적 ‘죽음’에 대한 진지한 사유와 깊은 사색이 없어지고 있는 세태를 우려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속보]박지원 “유학간 아들 숨기려 김주애 내세워…어떻게든 아들 생산했을 것”
- [속보]“북한군, 우크라와 교전해 한 명 빼고 모두 전사”…우크라 지원 NGO 주장
- 전쟁투입위해 흉악범 풀어주자 러시아서 벌어진 일
- “본인 와야 인출되세요” 침대 실려 은행 온 노인
- “쏘이면 30초 내 사망” 집에서 발견된 전갈…“쉬인·테무 소포에 붙어 왔을 수도”
- [속보]허은아 “김여사가 ‘만나자’ 전화…한동훈에게 얘기하라고 했다”
- 250만원 일본 AV배우 원정 성매매 ‘열도의 소녀들’ 업주 징역
- 살 급히 빼려고 ‘위고비’ 썼다 부작용으로 사망…병명은 ‘췌장염’
- 67조원 재산 중국 최고부자 된 41세 남성의 정체
- 엄마에 급식주고 자신은 친구들이 남긴 음식 주워먹은 12살 소년, 대륙서 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