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충상·김용원에 찍힌 죄? 정책비서관을 임시직 보낸 인권위원장

고경태 기자 2024. 10. 3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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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채용 2명, 민주당 근무 경력 들어 "내 방에 발딛지 마라"
수개월 업무 배제…안창호 위원장, 안건지원팀 만들어 발령
지난 28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 전원회의실에서 인권위 전원위원회가 열려 안창호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정책·안건 보좌 정책비서관으로 뽑혀 임용된 전문임기제 직원 2명이 이충상·김용원 상임위원의 거부로 3~4개월째 상임위원실 업무를 맡지 못한 가운데, 안창호 위원장이 이들 전문임기제 직원들을 밀어내고 일반직 공무원을 상임위원실로 배치하는 인사를 냈다. “안창호 위원장이 이충상·김용원 상임위원의 몽니를 제어하지 못한 채 오히려 백기를 들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인권위는 30일 전문임기제 나급(5급)으로 뽑은 3명과 침해조사국 및 군인권보호국 일반직 공무원(6·7급) 2명 등 5명을 ‘안건지원팀 지원근무’(11월11일자)로 발령냈다. 안건지원팀의 팀장격인 또 다른 5급 공무원은 2025년 1월 정기인사 때 발령 예정이라고 한다. 사무처 직원 3명을 동원해 총 6명 규모의 임시조직인 ‘안건지원팀’을 만든 것이다. 문제는 이들 6명이 ‘안건지원팀’으로 묶였지만, 업무 내용은 같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남규선 상임위원실에서 근무하는 1명을 포함해 지난 6월과 8월에 채용된 3명 모두 본래 근무지로 돼 있던 상임위원실에서 나오고, 내년 1월 정기인사 때 발령 나는 이를 포함한 3명의 일반직 공무원은 상임위원실로 들어가는 형태다.

이충상·김용원 상임위원은 지난 6월부터 출근한 전문임기제 정책비서관들에 대해 민주당 근무 이력 등을 문제 삼으며 상임위원회에서 공개 비하하거나 “내 방에 발도 딛지 못하게 하라”고 엄포를 놓아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따라 2명은 채용되고 나서도 본래 배치되기로 했던 상임위원실에서 근무하지 못하고 사무처 다른 과에서 임시 업무를 수행해 왔다.

한겨레가 31일 입수한 ‘안건지원팀, 임시조직 설치 및 운영계획 보고’를 보면, 이들 6명은 비서실 소속으로, 구성 배경과 관련해서는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의 전문임기제 공무원 배치 거부에 따라, 안창호 위원장이 일반직 공무원 3명을 추가 배치해 별도조직을 만들 것을 지시했다”고 적고 있다. 안건지원팀의 활동 내용에 대해서는 △상임위원 정책·안건 보좌 △전원위·상임위·소위(6개)·행심위 등 위원회 안건 검토 △소위원회(6개) 운영 △전원위·상임위·소위·행심위 등 위원회 의결 사안의 결정문 생성 △관련 보도자료 작성·제출 △결정례집 작성·제출 △행정심판청구 관련 자료 작성·제출 등을 길게 열거해 놓았다.

보고서 끝에는 사무공간까지 분리해놓은 임시조직의 즉흥적 구성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상임위원실 사무공간(3인)과 별도 사무 공간(3인) 분리에 따른 임시조직 신설 효과 저하 우려 및 별도 사무 공간에 근무하는 공무원의 복무관리, 사기 문제 관리 필요”라고 적었다. 또한 “세부 업무분장 결과에 따라 전문임기제 공무원 간 업무가 상이할 경우 성과 관리 미흡 우려 및 전문임기제 기간연장이 행정안전부 협의 과정에서 합리적 설득이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전문임기제 직원들의 활동 기간은 내년 12월31일까지다.

28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원회 14층 전원회의실에서 전원위원회가 열리기 직전 이충상 상임위원(선 이)이 김용원 상임위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에 대해 인권위 내부는 날 선 비판으로 끓고 있다. 인권위 직원 ㄱ씨는 30일 한겨레에 “지난 4개월 동안 두 상임위원이 자신들의 정책 보좌 인력으로 채용된 임기제 공무원들을 좌파라고 낙인 찍으며 이들 대신 일반직 공무원을 차출해 달라고 요구했는데, 위원장이 마침내 그 요구를 수용해 ‘안건지원팀’이란 임시조직으로 포장했다”며 “실제로는 임기제 공무원에 대한 괴롭힘 및 갑질에 대한 면죄부를 발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 ㄴ씨는 ”15층 남규선 상임위원실에 유일하게 배치되어 일하던 전문임기제 사무관도 상임위원실을 떠나 12층 별도 공간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전문임기제 3명만 따로 뒷방살이 하는 격”이라고 했다. ㄴ씨는 “인권위법 제2조3호에 따라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고용(배치 등)과 관련하여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평등권 침해의 차별 행위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시정권고를 해왔는데 이번 조치는 도리어 인권위원장이 시정 권고를 받아야 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ㄷ씨는 “사무처에서 직원 3명 빼간다고 국장들 반대가 많았다는데, 그걸 무마하려고 임시조직에 이것저것 업무를 많이 넣어둔 게 오히려 독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ㄹ씨는 “채용된 정책비서관들이 자리를 못 잡는 현실적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든 대안을 만들어 내야 하는 고육지책임을 감안해야 하지만, 조사관 인력까지 빼가며 상임위원들의 부당한 요구를 들어주게 된 모양새가 됐다”고 말했다.

인권위 내부망(인트라넷) 자유게시판에도 안 위원장을 비판하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직원들은 “실무 인력을 자꾸 빼서 검토하는 인력으로 옮기면 소는 누가 키우는 건지. 불합리한 상임위원들의 의견을 수용해 주는 게 새로운 위원장의 인사 해법인지”, “이러다 직원들 포함해 다 침몰하겠어요”라며 이번 인사발령이 부당하다고 적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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