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20억 ‘아시아 뉴7’… ‘기회의 땅’으로 서진 [창간 33주년 특집]
새롭게 떠오르는 수출 요충지 - 인도 현지서 본 한국 수출 미래
작년 처음으로 대중 무역적자
아시아 뉴7 교역 대부분 흑자
풍부한 자원·낮은 인건비 장점
삼성전자, 인도서 가전 생산 등
한국 기업 제조 거점으로 부상
중국·일본 등 주요국도 진출 경쟁
현지 수요 맞춤형 전략 갖춰야
델리 =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가 이제는 거대한 경제 규모, 빠른 성장 속도를 겸비한 인도를 주목해야 할 때입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 위치한 코트라 뉴델리무역관에서 만난 빈준화 코트라 서남아지역본부장은 인도 시장의 중요성을 이같이 밝혔다. 빈 본부장은 “인도는 코로나19 이후 약 7∼8%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해 세계 5위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했으며, 1인당 국민소득이 2700달러(약 375만4350원) 수준으로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빈 본부장은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14억 명의 인구를 보유해 노동력이 풍부하고 20∼40대의 젊은층 비율이 높아 지출 규모도 늘고 있다”며 “대부분의 인도 국민이 전자신분증을 갖고 있으며, 스마트폰으로 인터넷과 디지털페이를 활용한 전자상거래를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미·중 무역 분쟁, 지역별 우방국 간 경제 블록화 현상에 따른 ‘교역의 분절화’가 심화하면서 우리나라는 수출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 한국의 대체 시장으로서 인도, 나아가 인도 주변의 태국·싱가포르·인도네시아·필리핀·베트남·말레이시아를 포함하는 ‘아시아 뉴7’이 주목받고 있다. 통계청과 유엔은 올해 7개국의 인구를 20억6431만3149명으로 집계했다. 세계은행은 7개국의 국내총생산(GDP)을 6조4323억8392만 달러(9000조 원)로 추산했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제품을 많이 구매할 수 있는 거대한 소비시장으로서 아시아 뉴7 국가들의 전략적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아시아 뉴7은 중국에 의존하던 무역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향후 대체 가능한 수출 시장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2년 한·중 수교 이래 30여 년간 무역흑자를 이어왔지만, 지난해 처음 180억 달러(25조29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아시아 뉴7 주요 국가와의 무역은 대부분 흑자였다. 각국을 대상으로 한 무역수지를 살펴보면, 베트남은 1038억8385만4000달러(144조4504억9898만 원), 인도는 461억1309만1000달러(64조1202억5303만 원), 싱가포르는 304억7807만7000달러(42조3797억6606만 원), 필리핀은 190억9109만9000달러(26조5461억7315만 원) 등으로 나타났다.
안정적인 생산 거점으로서도 아시아 뉴7은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인도는 자동차, 배터리, 식품 등 정부 지정 14개 핵심 산업에서 일정 목표치를 5년간 달성한 기업에 매출액에 비례하는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생산 연계 인센티브(PLI)’ 정책을 시행해 글로벌 기업들에 인도향 생산기지 이전을 유도하고 있다. 빈 본부장은 “제조업 인프라가 약한 인도에서는 자동차, 철강, 반도체, 전자제품, 석유화학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우리나라 제품의 수요가 많고, 대량생산체제를 갖춘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쟁력은 높다”며 “첨단기술과 제조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우리 기업과의 합작을 희망하는 인도 기업이 많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아시아 뉴7을 활용한 ‘서진(西進)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도 노이다와 첸나이 공장 등에서 스마트폰과 냉장고, 세탁기를 만들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싱가포르에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LG전자는 태국과 베트남 공장에서 가전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삼성SDI와 SK넥실리스는 말레이시아에서 2차전지 소재를 포함한 배터리 관련 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다만 중국, 일본 등 주요 경쟁국 기업들이 아시아 뉴7 진출에 속도를 내는 만큼 ‘현지 맞춤형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현실적인 조언도 나왔다. 대표적으로 오리온 초코파이는 인도에서 인기 있는 식품이지만 12개들이 박스 포장의 높은 가격 때문에 판매량이 많지 않자 6개로 줄이거나 초코파이 크기를 줄여 개당 10루피(160원)에 낱개 판매하는 방식의 전략을 쓰고 있다. 빈 본부장은 “단순히 기존 제품 가격을 낮추느냐를 넘어 현지 수요에 맞는 제품을 만드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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