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일본 여행도 시들해졌는데…'부담없는 엔화' 돌아온다?

권애리 기자 2024. 10. 3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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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목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얼마 전까지 일본 여행이 굉장히 인기였는데 얼마 전 추석 연휴 때는 좀 주춤했다는 분석이 나왔네요. 이게 비싸진 엔화 때문일 텐데, 그런데 최근에는 여기서 또 달라지고 있다고요? 

<기자>

여행 극성수기인 8월에도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61만 2천여 명 정도에 그쳤습니다.

올해 들어서 가장 적었습니다.

1월에 비해서 보시는 것처럼 30%나 줄었습니다.

추석 연휴가 있었던 그다음 달 9월이 두 번째로 적었고요.

그야말로 여행 대목이었던 시기에 일본 여행에 대한 열기는 오히려 잠잠해진 거죠.

이미 너무 많이 다녀와서 대신 동남아로 몰렸다고도 보지만요.

7월 중순 무렵부터 슬금슬금 엔화가 비싸지기 시작했던 것도 한몫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엔화가 제일 쌀 때는 850원 정도만 주고도 다녀왔던 일본을 갑자기 100엔에 900원 이상 8월 초 한때는 950원까지도 줘야 했으니까요.

최근에 850원을 본 적이 없다면 모를까 아무래도 저항감이 생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8월 초에 엔화가 급격히 비싸지면서 전 세계에 투자돼 있는 막대한 규모의 엔화가 일본으로 서둘러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공포, 이른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의 공포가 나타나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주요 증시들 곳곳에서 폭락 사태까지 빚어졌다 보니까요.

엔화 섣불리 바꾸게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엔화가 요새 다시 또 저렴해지고 있습니다.

어제(30일) 900원 바로 위에서 왔다 갔다 하던 엔원 환율이 어젯밤에는 7월 말 이후 처음으로 800원 후반대까지도 넘나들면서 900원을 기준으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습니다.

<앵커>

분석도 해 주시죠. 엔화가 이렇게 크게 왔다 갔다 하는 이유는 뭡니까?

<기자>

8월 초에 엔화가 급등했을 때 우리도, 세계도 많이 놀랐지만 사실 일본이 제일 놀랐습니다.

이후로 엔화 가치가 갑자기 너무 튀어 오르지 않도록 일본 안에서도 조심조심 속도조절을 해왔는데, 여기에 정치가 또 꼈습니다.

요즘 미국도 그렇고 경제가 정치에, 선거에 많이 좌우되는 시기입니다.

일본은 지난 일요일에 집권한 지 한 달 밖에 안 된 이시바 시게루 신임 총리가 조기 총선을 실시하는 승부수를 던졌는데요.

여당이 15년 만에 처음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는 실패를 했습니다.

취임하자마자 총리가 힘이 빠지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다 보니까요.

어쨌든 일본은행은 장기적으로 조금씩 금리를, 돈값을 올리려는 생각을 하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섣불리 뭘 하는 게 쉽지 않은 환경이 됐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시바 총리 내각이 어떻게든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할 텐데, 경기 부양책을 강화할 거다 돈을 좀 풀려고 할 거라는 기대도 나옵니다.

그렇게 되면 엔화의 가치가 좀 더 떨어질 거라고 보는 거죠.

일단 이렇게 엔화가 다시 약세 흐름을 보이면 전 세계 자본시장은 반기는 분위기가 더 큽니다.

세계에 막대하게 뿌려진 엔화가 일본으로 돌아갈지 모른다는 걱정을 안 해도 되고, 그런 심리가 또 유동성이 좀 더 확대되도록 자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엔화가 이렇게 저렴해질 때면, 우리 수출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되고요.

엔화가 원화에 비해서 저렴해질 때 요즘 세상의 돈은 한국 증시가 아니라 일본 증시로 좀 더 몰려가는 현상이 최근 몇 년 동안 뚜렷했습니다.

일본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에게는 엔저가 반가울 수 있지만 한국의 수출과 증시에는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앵커>

앞으로는 어떨까요? 엔화가 더 싸질 가능성도 있습니까?

<기자>

7월 초까지 봤었던 100엔에 850원대의 슈퍼엔저는 앞으로도 어려울 거라는 관측이 더 큽니다.

하지만 지금의 약세 수준은 좀 더 이어질 걸로 보인다.

900원을 기준으로 등락을 거듭할 거라는 전망입니다.

여기서도 미국 대선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에는 엔화가 달러 대비해서 좀 더 저렴해질 가능성이 큰 걸로 봅니다.

그런데 그건 우리 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어쨌든 12월에는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어서, 이 정도의 약세가 유지되면서 당분간 등락을 거듭할 거라는 관측입니다.

[박상현/아이엠증권 전문위원 :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이 됐을 때 여파가 일본보다 우리가 더 큰 피해를 좀 받을 가능성도 있어서… 그렇게 보면 오히려 원화가 엔화보다 더 약세가 될 수 있는 부분들이 있겠죠. 그래서 전체적으로 원엔 환율이 아주 급격하게 떨어질 가능성은 좀 적다고 보고 있는 거죠.]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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