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좀" 하니 등장에 들썩…고무장갑 끼고 국감에? '이색 복장'까지
[편집자주]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마무리됐다. 정쟁이 정책을 압도하는 막말과 삿대질의 굿판이었지만, 그 속에서도 민생을 위해 보석 같은 정책 질의를 던진 의원들은 있었다. 상임위원회 별로 가장 빛나는 활약을 펼친 '국감 스타'들을 찾아내는 머니투데이 더300의 '국정감사 스코어보드'는 올해도 이어졌다.
올해 국정감사는 어느 때보다도 상임위원장들의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과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의 발언 시간은 다른 의원들의 4~5배에 달했다. 다른 의원의 발언권을 박탈해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제소 사태로 번지기도 했다.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이 24일 발표한 '2024년 제22대 국회 1차연도 국감 평가(10월 7∼18일)'에 따르면 의원 평균 질의 시간보다 3배 이상 길게 발언한 상임위원장은 정 위원장(5건), 최 위원장(3건), 민주당 소속 신정훈 행정안전위원장(2건), 국민의힘 소속 이철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1건)이었다.
정 위원장은 18일 서울고검 국감에서 1시간27분42초 발언하며 의원 평균 질의 시간인 15분15초의 5.75배 시간을 썼다. 상임위 전체 발언 시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2.03%에 달한다. 최 위원장은 7일 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 2시간7초 발언하며 의원 평균 질의 시간인 22분4초의 5.44배 시간을 썼다.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은 25일 법사위 종합감사에서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에 정 위원장이 계속 토를 다는 문제를 지적하며 "월권"이라고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피감기관에 답변 기회를 부여하지 않다가 여당 의원들의 항의를 수차례 받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긴 발언시간 뿐 아니라 여야를 가리지 않고 발언권을 제한해 논란이 됐다.
24일 국정감사에서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이 발표한 '열정적인 국감인가 과도한 갑질인가'라는 보도자료를 언급하며 "최민희 과방위원장님이 전체 의원 감사 시간의 질문 20%를 차지한다"고 비판하자 최 위원장은 "갑질이라는 표현을 묵과할 수 없다"며 발언을 중지시켰다. 이후 이날 내내 질의권을 박탈당한 최수진 의원은 약 20분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 항의하기도 했다. 여당 의원들이 '최민희 독재과방위 발언권 보장하라'는 팻말을 붙이자 최 위원장은 정회를 반복했다. 국민의힘은 최 위원장에 대한 징계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최 위원장은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맞제소했다.
최 위원장이 지난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뉴진스 멤버 하니를 따로 만난 것도 파행의 불씨가 됐다. 이날 YTN·TBS 등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는 최 위원장이 하니의 국회 출석 현장 모습을 촬영한 데 이어 따로 하니를 만나고 오자 이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최 위원장은 "나는 오후 2시에 들어와 회의를 주재했고, 잠시 뒤 김현 간사에게 회의 주재를 부탁하고 위원장실에 앉아 있었다"며 "(회의시간이 아닌 다른 시간에) 그쪽의 '콜'(연락)을 받고 간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소속인원 30명으로 최대 규모 상임위를 이끈 이철규 산자위원장은 7일 국감에서 야당 소속 위원들에게 질의시간 배분 문제로 항의를 받았다. 대부분 상임위가 위원에게 주질의 7분, 보충질의 5분, 추가 보충 질의 3분을 주는데 거대 상임위 특성상 주질의와 보충질의를 각각 6분, 3분으로 줄이기로 한 때문이다. 이철규 위원장은 "여야 간사합의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었으나 야당 소속 위원의 항의 끝에 다음날 국감부터 '7분·5분·3분'으로 질의시간을 재조정했다.
한편 상임위원장의 유연한 진행으로 여야간 훈훈한 분위기가 이어진 상임위도 없지 않았다. 교육위원회는 민주당 소속 김영호 위원장이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에게 "여야 협치의 아이콘인 것 같다"고 추켜세우고, 여야 위원들은 "교육위는 교육위답게 서로 존중하자"며 위원장의 중재에 따랐다.
하니는 참고인으로 출석해 아이돌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 대해 호소했다. 하니의 출석으로 연예인 등 특수고용직 종사자의 노동 인권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으나, 진정 조명 받아야 할 중요한 노동 현안들이 가려졌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하니의 출석 과정에서 부적절한 행동들이 국회에서 일어나기도 했다. 의원들이나 국감 출석 증인들이 경쟁적으로 사진 촬영에 나서는 웃지 못할 광경이 벌어졌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이 문제로 설전을 벌이다 파행을 겪기까지 했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감 도중 노트북에 뉴진스 캐릭터 스티커를 붙인 채, 김건희 여사가 하이브의 일자리 으뜸기업 선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하니의 출석을 정쟁 소재로 활용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증인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오른 일도 있었다. 점주들을 대상으로 일방적인 계약해지를 했단 의혹을 받아 2년 연속 공정거래위원회를 대상으로 한 국감장에 선 곽근엽(피터 곽) 아디다스코리아 대표가 대표적이다. 곽 대표는 지난해 국감에 출석했을 때와 달리 올해 통역을 통해 한국어가 아닌 영어를 사용하는 등 태도 논란을 일으켜 여야 의원 모두로부터 질타 받았다. 곽 대표가 "제 한국어로 인해 위증의 위험도 있어 문제를 방지하고자 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정무위 여당 간사를 맡은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직접 국감장에서 영어를 써서 이런 곽 대표 태도를 지적했고 "국회 모욕죄를 비롯해 특별한 조사가 필요치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이후 공정위는 아디다스 갑질 의혹 문제를 서울사무소에서 본부로 이관해 직권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배추에 달걀·한우까지…장관車 '허위 매물' 논란도=올해 국감에선 각종 이색 소품과 복장, 시연을 통한 시선 끌기 경쟁도 치열하게 벌어졌다.
소품 사용은 농산물을 다루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일 농해수위 국감에서 배추 한 포기를 들어 보이며 배춧값 폭등 문제를 지적했다. 같은 장소에서 이병진 민주당 의원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날달걀 두 개를 내보이며 "어떤 게 1등급인지 맞혀보라"고 질문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한우를 챙겨와 가격 관련 질의에 나서기도 했다.
이색 복장으로 국감장에 나타난 의원들도 눈길을 끌었다.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10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국감장에 하늘색 저고리와 보라색 치마 등 전통 한복을 입고 나왔다. 그는 자신의 한복과 변형된 한복을 비교하며 "우리 전통의 가치를 그대로 알리고 지켜나가는 것도 챙겨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환노위 국감장에선 정혜경 진보당 의원이 고무장갑에 모자까지 갖춘 급식 조리사 복장을 하고 나왔다. 그간 급식 조리실무사 노동 환경을 지적해왔는데 관련 질의를 하기 위해 복장까지 갖춘 것이다.
딥페이크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시연도 잇따랐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이 젊은 시절 자신의 춤추는 모습을 구현한 딥페이크 동영상을 국감장에서 틀었고, 이정헌 민주당 의원은 영화 '아이언맨', '닥터 스트레인지', '아저씨' 등 캐릭터와 본인을 섞은 영상을 공개했다.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중고 거래 애플리케이션에 장관 관용차가 등록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윤종군 민주당 의원이 장관의 관용차도 당사자의 승낙 없이 차량 번호와 이름만 입력하면 허위 매물로 올라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과정에서였다. 허위 매물 등록 문제를 지적하려는 취지였지만 불법 소지가 있고, 모방 범죄를 부추길 염려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강 노벨문학상'에 정쟁 멈춘 여야, 한마음 박수=가슴 뭉클한 장면도 있었다. 지난 13일 문체위 국감 도중 전해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여야가 정쟁을 멈추고 박수를 쳤던 때다.
이날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국감 진행 중에 의사진행 발언을 요청해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박수 한번 치고 가게 해달라"고 했다. 그러자 전재수 문체위원장은 "제가 말씀드리려고 하고 있다. 2024년 노벨문학상에 한국 작가 최초로 소설가 한강씨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정말 좋은 소식이 뉴스 속보로 떴다. 대한민국 문학계의 쾌거"라고 했다.
전 위원장이 "대한민국의 문화예술이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우리 여야 문체위원님들과 함께 더 정진하겠다는 다짐의 말씀을 아울러서 드린다"고 말했다. 그가 이어 "크게 박수 한 번 치시죠"라고 말하자, 문체위 소속 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크게 박수를 치며 "와아"하고 환호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김훈남 기자 hoo13@mt.co.kr 이승주 기자 green@mt.co.kr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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