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미국 경제가 끌어올린 美 국채금리
이슬아 기자 2024. 10. 31. 09:01
기준금리 인하에도 연일 상승세… 중동 불안도 상승 압력
"10년물 금리가 4.2%? 요즘 채권금리가 왜 이런 건지 모르겠다."
"TMF 50달러 선도 깨졌다. 9월이 환승 기회였는데, 너무 후회된다."
최근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에서 나오고 있는 반응들이다.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빅컷'(기준금리 0.5%p 인하) 단행 이후 내림세를 보이던 미국 국채금리가 10월 들어 다시 고공 행진하고 있다(그래프 참조). 통화정책 전환으로 지속적 하락이 예상되던 채권금리가 반대로 급등하자 투자자들은 당혹해하고 있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을 이끄는 요인 중 하나는 경기 호조(다이어그램 참조)다. 한때 경기침체 경고등이 켜졌던 미국 경제는 근래 연착륙을 넘어 '무착륙(No landing)'이 거론될 정도로 좋은 상태다. 9월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25만4000명 증가해 시장 전망치(15만 명)를 크게 뛰어넘었다. 같은 기간 소매판매 또한 0.4% 늘어난 7144억 달러(약 985조4400억 원)를 기록하며 전망치(0.3%)를 웃돌았다. 우려와 달리 미국 경기가 견조한 모습을 보여, 11월 연준이 금리인하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공약에 드리운 인플레이션 그림자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커진 것도 국채금리에 상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 트럼프는 집권 시 대규모 감세 및 재정 확대 정책 추진을 예고했다. '20% 보편 관세, 60% 중국산 제품 관세'를 골자로 한 관세 공약도 내걸었다. 이에 따라 국채 발행이 늘고, 인플레이션이 재점화하는 상황이 현 국채금리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으로 인플레이션이 다시 촉발할 수 있다"며 우려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동 긴장 고조에 따른 유가 상승도 국채금리에 부담이다. 최근 레바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 확전을 선언하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자택이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는 등 중동 정세가 급격히 불안해지고 있다. 그 영향으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70달러(약 9만6550원)를 넘어서면서 국채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미국 국채 투자 매력도? 글쎄…"
국내 투자자는 이 같은 금리 오름세를 기회 삼아 미국 국채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있다. 한동안 국채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종국에는 연준 금리인하에 맞춰 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0월 1~23일 국내 투자자의 미국 투자 상위 종목에는 '디렉시온 데일리 만기 20년 이상 미국 국채 불 3배(TMF)' ETF(상장지수펀드)와 '아이셰어즈 만기 20년 이상 미국 국채(TLT)'가 이름을 올렸다(표 참조). 각각 1억393만 달러(약 1433억5000만 원·3위), 1015만 달러(약 140억 원·39위)를 순매수했다. 강달러에 따른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일본 증시에 상장된 '아이셰어즈 만기 20년 이상 미국 국채 엔화 헤지' ETF에 투자한 투자자도 많았다. 이 기간 일본 투자 1위 종목으로, 순매수 규모는 5706만 달러(약 787억 원)였다.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에서는 "이달 말 미국 GDP(국내총생산)가 높게 나와서 (국채금리가) 더 오르면 그때 들어가려 한다" 등 진입 시점을 공유하는 글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국 채권금리가 기준금리 인하 직후보다 상승한 것은 사실이나, 그럼에도 투자 매력도는 크지 않다"고 말한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일단 달러가 너무 비싸기 때문에 미국 채권에 투자해 이익을 낸다 하더라도 환율에 따른 손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환헤지 상품도 1.5~2% 정도밖에는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홍 대표는 "(미국 국채금리가) 올랐다고는 하지만 10년물 기준 4%대는 평균 수준"이라면서 "지난해 말 5%를 돌파했을 때처럼 특수한 상황이라면 투자가치가 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서 차라리 한국 채권에 투자하는 편이 낫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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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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