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원태인의 자리, 무게 느꼈다” 6년만의 태극마크, 달라진 입지만큼 진중해진 임찬규
[고척=뉴스엔 안형준 기자]
임찬규가 프리미어12 대표팀에 합류한 각오를 밝혔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은 현재 고척 스카이돔에서 '2024 WBSC 프리미어12' 대비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35명의 선수를 추려 담금질에 나선 대표팀. 10월 30일에는 반가운 얼굴이 대표팀 훈련에 합류했다.
바로 2018년 이후 6년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달게 된 LG 우완 '에이스' 임찬규다. 임찬규는 한국시리즈에서 부상을 당해 이탈한 원태인을 대신해 대표팀에 합류했다.
고척돔에서 취재진을 만난 임찬규는 "기분상으로는 태극마크를 처음 다는 느낌이다"고 웃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승선해 금메달까지 목에 건 임찬규였지만 당시에는 대표팀의 '주력 선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임찬규는 "그만큼 (대표팀에 온지가)오래됐다. 그때는 어린 나이였고 형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동생들이 많다"며 "실력은 동생들이 더 좋지만 (고)영표 형과 분위기를 잘 이끌어서 투수 파트에서 분위기를 밝게 가져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말했다.
6년 전에는 대표팀 내에서 어린 축의 선수였던 임찬규였지만 이제는 최고참급 선수다. 투수조에 1992년생 임찬규보다 나이가 많은 선수는 1991년생인 고영표 한 명 뿐. 야수조까지 합쳐도 이번 대표팀의 '최고령' 선수인 박동원이 있을 뿐이다.
갑작스러운 합류였다. 임찬규는 "사실 예상 못했다. 생각도 안하고 있었다. 원래 예비 엔트리에도 이름이 없지 않았나. 손주영이 빠진 뒤에도 다른 대체 선수들이 들어갔다. 그러면서 내가 갈 일은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돌아봤다.
"원태인의 부상 소식을 듣고 '저 자리는 (대체선수가)누구지?' 하는 생각은 했다"고 특유의 입담을 섞은 농담을 던진 임찬규는 "사실 한국시리즈도 못보고 있었다. 그때 나는 김태균 선배님과 어린이 야구교실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원태인의 부상 소식을)보기 전에 류중일 감독님께 전화가 먼저 왔다. 그것도 못받아서 부재중 전화를 보고 다시 전화를 드렸다. 전화를 받고 나서 찾아보니 원태인이 부상을 당했더라"고 말했다.
LG 사령탑을 맡았던 류중일 감독과는 이미 인연이 있는 사이. 임찬규는 "감독님이 '찬규야, 태인이가 좀 아픈 것 같은데 혹시 되겠니?'하고 물어보시더라. 그래서 바로 된다고 말씀드렸다"며 "전화를 할 당시의 기준으로는 (플레이오프가 끝나고)일주일 정도를 쉰 상태였다. 오래 쉰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고 감독님께서 직접 전화를 주셨다. 대표팀에서 연락이 왔다는 것 자체가 그냥 좋았다. 그래서 앞뒤 보지 않고 그냥 된다고 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오랜만의 대표팀 합류에 설��을까. 임찬규는 전화를 받고 곧바로 잠실구장으로 달려갔다. 임찬규는 "그때 전화를 받은 곳이 충북이었다. 바로 서울로 달려갔다. 도착하니 오후 10시 정도였다. 바로 잠실구장에 가서 운동을 좀 해봤다. 공도 던져봤다"고 밝혔다. "몸상태를 체크해보고 안되면 안된다고 해야하지 않나. 상태가 안좋다면 대표팀에도 소속팀에도 팬들께도 좋을 것이 없지않나. 그래서 체크를 해봤다. 이상이 없었고 그렇게 합류하게 됐다"고 너스레를 떤 임찬규였지만 대표팀 합류에 대한 기쁨이 묻어나왔다.
임찬규는 "원래 (국가대표에)나가던 사람인데 명단에서 이름이 빠졌다면 실망을 했겠지만 난 원래 이름이 없던 사람이다. 새삼스럽게 예비 명단에 못 들어간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명단에 이름이 없어도 괜찮았다"고 웃었다. 하지만 예비 명단에도 이름이 없었던 임찬규는 6년 전과는 위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해부터 2년 연속 10승,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고 지난시즌에는 국내 투수 최다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는 포스트시즌에서 3경기 3승, 평균자책점 1.08의 엄청난 성적을 썼다. 올해 가을 무대에서 임찬규보다 좋은 성적을 거둔 선발투수는 삼성의 레예스 단 한 명 뿐이었다. 그렇기에 원태인이 부상으로 이탈하자 임찬규에게 곧장 기회가 온 것이었다.
대표팀에서의 기대치도 다르다. 6년 전에는 투수조의 마지막 선수 정도의 느낌이 강했다면 이번에는 중책을 맡아야 한다. 임찬규는 "6년 전에는 그냥 많이 들떴었다. 태극마크를 단다는 것이 마냥 좋기만 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대표팀에 간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생각이 많았다. 그때와 지금은 내게 원하는 모습이 다르다. 그에 부응하려면 더 신중해야 한다. 더 진중하게 받아들이고 접근하고 있다. 내가 대신하는 자리가 원태인의 자리가 아닌가. 그에 대한 무게를 느꼈다. 대회에서 1경기, 많으면 2경기 정도 등판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경기를 꼭 책임을 져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달라진 기량만큼 자신감도 있다. 임찬규는 "큰 경기(포스트시즌)에서 괜찮게 던졌다. 의심보다는 자신감으로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 일주일 정도 쉬었기 때문에 포스트시즌 당시의 흐름을 찾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몸상태를 당시만큼 다시 끌어올리는 것이 첫 번째다. 그래도 최근까지 경기를 했기에 감각적으로는 아직 괜찮을 것 같다"며 "나를 잘 아는 포수(박동원)와 호흡을 맞춘다는 것도 편하다. 동원이 형이 나에 대해 너무 잘 아니까 나는 내 몸만 잘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포스트시즌 뿐 아니라 올시즌 개막에 앞서 치렀던 서울시리즈 연습경기도 자신감을 갖는데 도움이 됐다. 당시 임찬규는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 연습경기에 등판해 5이닝 7탈삼진 2실점 맹투를 펼쳤다. 김하성에게 홈런을 맞은 것을 제외하면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펼쳤다.
임찬규는 "일단 컨디션만 잘 올라온다면 충분히 대회에서 활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시리즈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었고 KBO리그에서도 외국인 타자들 상대 성적이 나쁘지 않다"며 "염경엽 감독님도 대표팀에 뽑히니 '서울시리즈 때도 그랬고 네 공을 처음 보면 쉽지 않을 것이다. 하던대로 완급 조절, 템포 조절해서 잘 상대하면 된다'고 하시더라. 대회에서 2-3번씩 만나지는 않지 않나. 생소함으로 승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웃었다.
임찬규는 "살면서 도쿄돔을 한 번도 가본적이 없다"며 "야구선수라면 도쿄돔에서 던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대만 라운드를 잘 통과해서 꼭 도쿄돔(슈퍼라운드)에 가고 싶다. 도쿄돔에서 던져보고 싶다. 그게 목표다"고 각오를 다졌다.(사진=임찬규)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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