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백신개발 돕는‘스마트 비서’ … 초거대 AI ‘엑사원’이 여는 미래[창간 33주년 특집]

이예린 기자 2024. 10. 31.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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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월부터 LG그룹 임직원들이 쓰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챗엑사원'(ChatEXAONE) 시범 서비스의 홈 화면이다.

이는 일종의 비서로, 임직원은 검색부터 요약·번역·데이터 분석·보고서 작성·코딩까지 전반적인 업무에서 챗엑사원을 쓰고 있다.

LG AI연구원이 올해 8월 오픈소스(공개된 소프트웨어)로 공개한 최신 AI 모델 '엑사원 3.0'은 지난해 7월 공개된 전작 '엑사원 2.0' 대비 추론 처리 시간이 56%, 메모리 사용량이 35%, 구동 비용은 7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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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간 33주년 특집
‘ 메이드 인 코리아’ 현장 - LG AI연구원
추론시간 56%·구동비 72%↓
초기작 100분의 3으로 소형화
특허 등 데이터 6000만건 학습
경쟁사 메타·구글 모델 등 압도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지난해 7월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 인공지능(AI) 토크 콘서트’에서 신소재·신물질·신약 관련 탐색 AI ‘엑사원 디스커버리’를 설명하고 있다. LG 제공

“안녕하세요 ○○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올해 8월부터 LG그룹 임직원들이 쓰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챗엑사원’(ChatEXAONE) 시범 서비스의 홈 화면이다. 이는 일종의 비서로, 임직원은 검색부터 요약·번역·데이터 분석·보고서 작성·코딩까지 전반적인 업무에서 챗엑사원을 쓰고 있다. 챗엑사원엔 실시간 웹 검색 결과를 활용하는 ‘검색증강생성’(RAG) 기술이 탑재됐다. 직원 김태경 씨는 개발자 블로그 서비스 ‘벨로그’를 통해 “속도가 매우 빠른 편”이라며 “전반적 성능이 매우 좋다”고 평가했다. 챗엑사원 시범 서비스는 연말까지 제공될 예정이다. 정식 서비스는 계열사 상황에 맞춰 순차 제공된다.

31일 LG에 따르면 그룹은 AI 싱크탱크 ‘LG AI연구원’을 중심으로 초거대 AI ‘엑사원’ 연구에 집중,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팔을 걷어붙였다. 미래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2020년 세워진 이곳은 올해에만 세계 AI 학회에서 논문 68편을 발표하고 특허 65건을 출원했다. 미국 미시간대, 캐나다 토론토대, 서울대 등과도 공동 연구를 통해 세계 연구 중심지로 도약하고 있다.

LG AI연구원이 올해 8월 오픈소스(공개된 소프트웨어)로 공개한 최신 AI 모델 ‘엑사원 3.0’은 지난해 7월 공개된 전작 ‘엑사원 2.0’ 대비 추론 처리 시간이 56%, 메모리 사용량이 35%, 구동 비용은 7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특히 전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량·최적화 기술에 집중했다. 이에 따라 초기 거대 모델 대비 성능은 높이면서도 크기는 100분의 3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엑사원 최근 모델의 성능은 메타나 구글 등 빅테크들과의 비교에도 우위를 보였다. 공개 당시 발표된 기술 보고서에는 대화 성능을 비롯한 실제 사용성을 종합 평가하는 대표 벤치마크(성능 평가 지표)의 개별 점수가 담겼다. 엑사원 3.0은 실제 사용성을 비롯해 코딩과 수학 영역 등 벤치마크 13개 점수에서 1위를 차지했다. 비교 대상은 동일 크기의 글로벌 오픈소스 AI 모델인 메타의 ‘라마 3.1’, 구글의 ‘젬마2’ 등이었다. 엑사원 3.0은 특허와 소프트웨어 코드, 수학, 화학 등 국내외 전문 분야 데이터 6000만 건 이상을 학습했다. 연말 전문 데이터양은 1억 건 이상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이러한 AI 기술은 실제 그룹사 산업 현장으로 적용 범위를 늘리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매주 국가·지역별 제품 수요를 예측하는 데 AI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LG이노텍은 카메라 렌즈와 센서의 중심을 맞추는 공정에 AI 기술을 도입, 최적화 기간을 50% 넘게 줄인 것으로 분석됐다.

LG AI연구원은 관련 기술을 활용해 항암 백신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기존에는 사람이 직접 최적의 백신 후보 물질이나 산업의 판도를 바꿀 화합물을 찾기 위해 무한대에 가까운 경우의 수를 놓고 실험하거나 시뮬레이션을 계산하는 방식이었다. 이 때문에 시간과 비용 부담이 상당했고 성공 확률도 낮았다. 최근 연구원은 환자의 유전 정보와 암세포의 돌연변이 정보를 이용해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 신항원을 예측하는 AI 모델을 개발했다. 이에 대해 연구원 관계자는 “기존 다른 예측 모델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우수한 성능을 보인다”며 “개인 맞춤형 항암 백신 개발 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외에도 연구원은 올 들어 미국 비영리 연구기관 잭슨랩과 손잡고 알츠하이머와 암의 비밀을 풀어낼 AI 공동 연구·개발(R&D)에 나서기로 했다. 양측은 질병의 발병 원인과 진행 과정을 분석하고 치료제 효과까지 예측하는 AI 모델을 개발해 개인 맞춤 치료 연구의 초석을 다질 계획이다.

이예린 기자 yr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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