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날개’ 달고 설비투자…‘요뽀끼’ 세계를 날았다[창간 33주년 특집]

김지현 기자 2024. 10. 31.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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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간 33주년 특집 - ‘수출 글로벌 톱5’로 가는 길
민·관 합동, 25조 규모 지원
9월까지 19.5조 집행 성과
중기 시설투자비 최대 50억
저신용 기업엔 온렌딩 대출
수출기업에 5.4조 대출상품
금리우대 통해 만족도 높여
그래픽 = 전승훈 기자

주요국의 산업 정책 변화와 공급망 불안 등 무역구조가 변화하면서 금융권도 수출기업의 자금 공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금융 당국은 지난해 민관 합동으로 23조 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후 2조 원을 증액해 총 25조 원 규모로 지원 중이다. 지난 9월 말까지 19조5000억 원을 집행하는 성과를 냈다.

◇해외 진출 협력업체 특례보증 대출 = 3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새한은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180억 원의 보증을 지원받아 현대차그룹과 함께 해외 진출에 나설 날개를 달았다. 자동차 차체 패널류 제품을 생산하는 새한은 자가공장 생산라인 증축에 소요될 대부투자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신보는 현대차그룹과 새한의 협력관계를 고려할 때 사업 전망이 우수하다고 판단해 보증을 지원했다.

새한과 같은 ‘대기업 동반 해외진출 협력업체’에 대한 금융 지원은 총 1조 원 규모로 이뤄지고 있다.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로 진출하는 대기업이 늘어나는 점을 반영한 조치다. 대기업은 협력업체와 동반 진출을 원하지만, 협력업체의 해외 진출을 직접 지원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 이에 대기업의 추천을 받은 기업의 해외 진출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와 같은 ‘신(新) 수출 판로 개척 지원’은 수출금융 종합지원 방안의 핵심축이다. 정부는 수출 유망국에 진출하는 기업에 대해 신보와 기술보증기금의 보증 한도를 최대 10억 원(중소·중견기업은 20억 원)까지 부여하는 ‘특례보증’도 8000억 원 규모로 진행 중이다. 신용등급이 중하위 수준인 수출기업을 지원하는 ‘수출특화 온렌딩’도 1조5000억 원 규모로 지원하고 있다. 온렌딩은 시중은행 등이 산업은행에서 자금을 저리로 전대받아 중소·중견기업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수출기업 설비투자 특별지원 = 기업은행이 328억 원의 시설자금을 지원한 농업회사법인 영풍은 ‘K-푸드’ 열풍을 선도하고 있는 중소기업이다. 컵떡볶이 ‘요뽀끼’ 등 간편 한식 제품을 전 세계 100여 개 국가에 수출 중인 영풍은 지난해 떡볶이 제품만 2101만9000달러(약 290억 원)어치를 수출했다. 기업은행은 K-푸드 인기를 바탕으로 영풍의 매출이 2027년까지 4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은행은 영풍처럼 최근 1년간 수출 실적이 10만 달러 이상인 중소·중견기업에 대해 신규 시설투자 및 운영자금을 1조 원 한도 내에서 지원하고 있다. 혁신성이 높은 우대기업은 최대 1.0%포인트 금리 감면과 소요 자금의 최대 90% 대출 등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신보는 수출기업에 대해 기업당 30억 원인 일반 보증 한도보다 큰 ‘최고 보증 한도’(50억 원)를 신설해 설비투자를 지원한다.

산업 전반에 파급효과가 커 향후 수출 증대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4대 분야는 ‘초격차 주력산업’으로 지정하고, 산업은행을 통해 11조 원 규모로 지원하고 있다. 수출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설비·연구개발(R&D) 투자, 인수·합병(M&A), 지식재산권(IP) 구입, 운영자금 등을 광범위하게 지원받을 수 있다. 운영자금의 경우 최대 120% 한도를 적용받을 수 있다. 대상 산업군은 △반도체(5조 원) △2차전지(2조 원) △바이오(2조 원) △원전(2조 원) 등이다.

8대 주력산업 또는 12대 신 수출 분야 영위 기업이면서 최근 1년간 수출금액이 일정 금액 이상인 중소·중견기업에 대해서는 신보와 기보가 ‘전략품목 수출기업’ 명목으로 특례보증과 대출금리 인하 등 방식으로 지원한다.

◇시중은행 자체 수출기업 우대상품 신설 = K-뷰티 e커머스 플랫폼인 ‘스타일코리안’을 운영하는 중소기업 ‘실리콘투’는 글로벌 K-문화 열풍에 힘입어 지난해 3315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대비 매출이 107% 성장하자 운전자금을 빌릴 곳이 필요했던 상황에서 우리은행의 문을 두드렸다. 우리은행은 정부의 수출금융 확대 노력에 발맞춰 최대 1.5%포인트 금리 우대, 보증료 0.8%포인트 인하 등 총 1조5000억 원 규모로 수출기업 우대상품을 개발해 운영 중이었다. 이를 통해 우리은행은 최대 1.5%포인트 금리 우대, 보증료 0.8%포인트 인하, 완전 보증(보증비율 100%)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정책금융기관 중심의 지원을 넘어 민간금융기관까지 수출금융 재원 마련에 힘을 보태고 있다. 주요 5대 은행은 수출기업 우대상품 신설 등을 통해 5조40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은행 차원에서 제공하는 수출환어음, 수입신용장, 선물환 등의 수수료 우대와 같은 부대 조치도 기업 만족도가 높다.

최근 정부는 수출금융 유관 부처와 정책금융기관이 모인 ‘범부처 수출금융협의체’도 출범시켰다. 기관별로 흩어져 있는 수출금융 정책을 체계화해 달라는 업계 애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기획재정부 원스톱 수출수주지원단을 중심으로 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금융위원회 및 6개 정책금융기관(수출입은행·무역보험공사·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기보·기업은행·신보)이 참여하고 있다.

김지현 기자 focus@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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