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상으로 문학계에 등단한 두 작가의 ‘맛깔나는’ 여행이야기[여책저책]
세상에는 글 잘쓰는 ‘쟁이’들이 많습니다. 작가라는 칭호를 붙이지 않더라도 촌철살인급 문장 구사자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혹자는 숨은 글쓰기 고수를 만나려면 주요 커뮤니티를 찾으라고 하죠. 그만큼 곳곳에 있다는 방증일 겁니다. 하물며 작가로 등단한 이들이라면 말 다한 것 아닐까요.
최근 작가로 활동 중인 두 사람이 여행과 관련한 책을 출간했습니다. 공교롭게 두 사람 모두 등단하며 신인상을 받은 특별한 이력이 있습니다.
1999년 ‘문학과 의식’ 시 부문 신인상을 거머쥐며 특유의 감수성을 내보인 도희서 작가는 ‘떠나는 순간들’이란 여행사진 문장집을 냈습니다. 글만큼이나 사진을 사랑하는 도 시인이 18개 도시를 여행하며 느낌 감정을 사진과 함께 엮었습니다. 여책저책은 이 두 작가의 글과 사진을 살뜰히 살펴봅니다.
차미란 | 도서출판 북인
그는 여행하면서 책을 늘 가지고 다녔다. 마르셀 에메의 ‘생존 시간 카드’, 정지돈의 ‘당신을 위한 것이나 당신의 것은 아닌’, 크누트 함순의 ‘굶주림’,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등 10여 편에 달한다. 이 책들은 그가 여행하며 접한 감정들과 잘 버무려져 그만의 독서 후기로 재탄생했다. 그래서 독서감상문이란 정의도 맞다.
그렇다고 시종일관 무겁거나 재미없지는 않다. 가볍게 웃으며 지나칠 수 있는 실수담과 여행 중 누구나 한 번쯤 ‘큰일날 뻔했네!’하며 가슴이 철렁한 순간에 대한 에피소드도 가득하다. 대만 타오위안공항에서의 현지 카드 사기 사건이나, 끼니를 놓쳐 헤매다 결국 백화점 음식점 코너에서 비빔밥으로 간신히 해결했다는 이야기는 연한 미소를 짓게 한다. 하지만 태국 끄라비에서 애초의 여행 일정을 바꿨다가 방콕 수완나폼공항에서 겪은 사건은 언어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려줬다. 여성 혼자 공항 직원들에게 심문에 가까운 질문에 시달린 당시 상황을 상상하면 불쌍하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하다.
작가는 “이 에세이는 스토리텔링이다. 자전적 이야기이고, 환상이면서 리얼리티”라면서 “동아시아의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얻은 것들을 소재로 이야기하듯 에세이를 써내려 갔다. 이야기를 흥미롭게 하고자 약간의 상상력을 동원했으나 그것은 양념일 뿐”이라고 털어놨다.
도희서 | 어티피컬
사진과 문장이 잘 조화를 이루게 하는 수단 중 가장 훌륭한 선택은 여행이다. 특히 도 작가처럼 사진 또는 문장,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 하는 이에게 여행은 더욱 매력적이다. 그래서일까. 작가는 무엇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보지 않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여행이란 단순히 목적지를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감정과 생각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일상으로부터 한 걸음 떨어져 내면의 소리와 감정에 집중하는 것이 자신의 여행 방식이라고도 말했다.
때로는 ‘고독’이란 정서도 글과 사진으로 담았다. ‘삶은,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무의미한 것들을 지워갈 때 더욱 의미 있어진다’고 표현하며 여행은 무엇을 더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줄여 나가는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무엇을 보러 가는 게 아니라 아무것도 보지 않기 위해 떠나는 것이며, 내면의 생각에 집중하고 군더더기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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