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근로자·중개인 둘러싸고 잡음…전담기관 설치가 해법
한국서 일한 후 돌려받는 구조
급여서 수수료 자동이체 ‘갈등’
일부 노동자 ‘임금 강탈’ 주장
지자체 업무 직접 수행 어려워
정부기관 나서 해외 인력유치를
입국비용 가이드라인 제시해야
‘공공형 계절근로자’의 중개·송출 과정에 관여하는 ‘브로커(중개인)’를 둘러싼 잡음이 커지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 요구가 커지고 있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관련 내용이 지적된 것을 비롯해 입국 준비 수수료를 둘러싼 브로커·근로자 간 갈등을 인권단체들도 문제 삼고 있다. 정부가 실태를 파악하고 ‘계절근로자 유치·관리 전문기관’ 설치를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거듭 제기된다.
◆브로커·근로자 간 갈등, 제도 운영 농협에 불똥=공공형 계절근로제는 국내 지방자치단체가 외국 지자체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근로자를 들여오면 지역농협이 이들을 5∼8개월간 고용해 농가에 하루 단위로 공급하는 사업이다. 올해 70개 시·군과 농협이 참여했다.
10월18일 열린 농협 국감에서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화성갑)은 “공공형 계절근로제 운영 농협들이 근로자 급여에서 브로커 비용을 자동이체하는 방식으로 불법 행위에 가담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근로자 1인당 브로커 비용이 186만원인데 이를 3개월로 나눠 브로커에게 자동이체하는 과정에 농협이 동참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처럼 불법과 임금 착취가 만연하니까 불만을 가진 계절근로자들이 이탈하는 경우가 잦다”고 지적했다. 공공형 계절근로자는 한달 임금으로 약 200만원을 받는다.
이 문제의 해당 농협으로 알려진 경기 A시의 B농협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B농협은 문제가 촉발된 지점이 지자체와 브로커·계절근로자 사이의 ‘수수료’ 정산에 있다고 설명한다. A시와 필리핀의 한 지자체가 계절근로자 30명을 국내로 송출하기로 협의하는 과정에서 한국인 브로커가 각종 실무를 맡았고, 항공권을 포함해 근로자 1인당 비용이 186만원 발생했다는 것이다. B농협은 ‘근로자와 브로커 간에 합의된 사안’이라는 통보와 자동이체 신청 서류를 근로자로부터 받았지만 일부 근로자들이 이를 ‘임금 강탈’이라고 주장하며 지역 인권단체에 고발했다는 것이다.
B농협 관계자는 “계절근로자들이 입국하는 과정에서 항공료·비자발급료 등 초기 비용이 필요한데, 이를 브로커가 먼저 빌려주고 나중에 한국에서 일한 후 돌려받는 구조로 돼 있다”며 “수수료에 이견 있는 근로자와 브로커 간에 발생한 갈등인데, 화살은 농협으로 향하는 모양새”라고 토로했다.
◆근본 대책은 인력 송출 전담기관 설치=문제는 이같은 사업구조가 특정 농협에 국한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공공형 계절근로제는 법무부와 농림축산식품부가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 기본 계획’ 등에 따라 매년 사업 규모를 결정하고, 참여 희망 지자체가 사업에 참여하는 구조로 이뤄진다. 사업 승인을 받은 지자체는 해외 지자체와 MOU를 맺어 외국인 근로자를 선발한다. 입국 후 교육·관리는 지자체가 지정한 농협이 맡는다. 법무부는 계절근로자 입국에 필요한 항공권과 비자 발급, 건강검진 등의 실무를 양국 공무원들이 직접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개인·업체가 개입되면 비용 선지급과 그에 따른 여권 보관 등의 불법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공무원이 해당 업무를 직접 수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하다. 당장 외국 지자체와 접촉하는 과정에서 지역 정보 한계와 의사소통이 장벽이 되는데, 출입국에 필요한 실무까지 공무원이 전담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충남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농촌 지자체에선 담당자 한명이 내·외국인 농촌 인력 공급을 전담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이 외국에 며칠씩 머물며 MOU 상대를 직접 섭외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보니 소위 브로커에게 기댈 수밖에 없고 관련 비용 지불에도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것”이라고 했다. 법무부가 계절근로제 운영에 대한 ‘합법’의 테두리는 그어놨지만 그 선이 현실과 거리가 멀다보니 대부분 지자체가 ‘불법’에 노출될 위험이 큰 셈이다.
농촌 현장에서는 정부가 계절근로자 유치·관리 기관을 설치하거나 계절근로자 입국 관련 비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전북의 한 지역농협 담당자는 “아무리 국내에서 준비를 잘해도 외국 지자체가 항공권, 비자 발급, 건강검진 등을 제때 처리해주지 않으면 입국이 무산되는데, 현지 실정을 잘 아는 한국인들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 기관이 직접 해외에서 근로자를 유치해 제반 업무를 처리해주면 가장 확실하고, 그렇지 않으면 입국 소요 비용이 과도하게 책정되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앞선 B농협 관계자도 “계절근로자 입국 과정에서 일정 비용 발생이 불가피하고, 정산 문제로 계속 잡음이 생긴다면 합법적인 기관 설치 등 대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도 이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2022년 ‘계절근로자 유치·관리 업무 대행 전문기관’ 설치 계획을 밝혔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다. 법무부 관계자는 “계절근로제는 고용허가제와 달리 관련 법·인력·조직이 부족한 상태에서 도입한 제도이다보니 어려움이 있다”며 “전담기관 설치에 필요한 근거를 제시할 법 마련 작업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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