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병 숨져도 초코파이 억지로 먹여도…인권위 “군 자율에 맡긴다”

이지혜 기자 2024. 10. 3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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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군 내부 인권 침해 사례를 확인하고도 면죄부를 주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30일 한겨레가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인권위 자료를 보면, 인권위 군인권보호국은 지난 5월 육군 제12사단에서 훈련병이 군기훈련을 받다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방문 조사를 실시해 훈련병 교육에 인권 침해 관행이 있었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인권위 군인권소위는 지난달 24일 별도의 의견표명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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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19일 오전 강원 인제군 인제읍 남북리 인제체육관에서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대 수료식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체육관 입구에는 최근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가 쓰러져 숨진 훈련병을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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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군 내부 인권 침해 사례를 확인하고도 면죄부를 주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김용원 군인권보호관 주도로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군인권보호관 제도의 취지를 망각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30일 한겨레가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인권위 자료를 보면, 인권위 군인권보호국은 지난 5월 육군 제12사단에서 훈련병이 군기훈련을 받다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방문 조사를 실시해 훈련병 교육에 인권 침해 관행이 있었음을 확인했다. 사단 감찰부가 사고 발생 뒤 신병교육대대 수료 인원(244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훈련병들은 구타, 가혹행위, 폭언, 욕설, 인격 모독, 얼차려, 기본권 보장 미흡, 진료상의 어려움 등 인권 침해 피해가 있었다고 응답했다. 군인권보호국은 방문조사 보고서에 설문조사 결과를 첨부한 뒤 정책권고와 의견표명안을 군인권보호위원회(군인권소위)에 올렸다. 보고서엔 “사고 발생 후 사단 감찰부에서 실시한 주요 설문 결과만 확인하더라도 신교대대 훈련병들이 다양한 분야에 대해 고충을 토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사단 차원에서 사전에 충분한 고충 접수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조치했다면 금번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기회가 있었다고 할 것”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인권위 군인권소위는 지난달 24일 별도의 의견표명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3인의 소위 위원 중 김용원 군인권보호관 겸 상임위원과 한석훈 위원은 “군이 자체적으로 개선책을 마련했으니 맡겨두자”며 의견표명에 반대했다고 한다.

군인권소위는 같은 날 회의에서 육군사관학교(육사)에서 벌어진 가혹행위에 대해서도 침묵을 택했다. 군인권보호국은 육사 선임 기수 생도들이 일명 파이데이(3월14일)에 ‘1학년 생도들에게 초코파이 등을 강제로 먹이고 있다’는 진정을 접수하고 지난 3월 방문 조사를 실시했다. 인권위는 육사 생도를 대상으로 한 개별 및 집단 면담과 설문조사를 거쳐 “생도 간 발생한 파이데이 취식 강요 문화는 과거부터 존재해오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때도 군인권보호국은 정책권고와 의견표명안을 올렸으나, 김용원·한석훈 위원은 “육사가 나름대로 조치를 하고 있으니 육사 자율에 맡기자”며 묵살했다.

김성회 의원은 “군에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해야 할 인권위가 의견표명 하나 없이, 군에 대한 결과 통보로 사건을 마무리한 것은 직무 해태”라며 “인권위가 군 인권 보호의 최후의 보루라는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자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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