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뷰] '한동훈 100일' 결론 '변화·쇄신' 성공하려면

김보선 2024. 10. 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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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과 관계 경색…당내 '계파 갈등' 직면
투박한 민심 전달, '리더십 부재' 비판 부메랑으로
집권 3년 차 성과 국민 체감, 원내·정부 협조 필요
용산과 '운명 공동체' 인식, '전략적 리더십' 절실

[아이뉴스24 김보선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0월 30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11월 10일)도 조만간이다. 시점으로만 보면 집권 3년 차인 정부·여당이 추구해 온 핵심 국정과제를 실현해 나가는 데 주력해야 할 때지만, 한 대표는 이에 앞서 '변화와 쇄신'이라는 화두를 내세웠다. 수평적 당정관계로의 '발전적 전환'이라는 자신의 목표를 관철시키기 위해 한 대표는 당 안팎과 보다 포괄적으로 '소통'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대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尹 '거리두기' 본격화에 韓 '견제' 목소리 커져

'비대위' 체제를 끝낸 집권 여당의 새 지도부가 출범한지 100일을 맞았지만 대통령과 여당 대표 사이는 한마디로 냉랭한 상태다. 영부인 '김건희 여사 리스크' 해법을 둘러싼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의견 차이로, 두 사람의 거리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최근엔 '친한(친한동훈)계' vs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 간 계파 대결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한 대표는 지난 21일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배석한 가운데 이뤄진 윤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김건희 여사 활동 자제 △대통령실 인적 쇄신 △김 여사의 의혹 규명 절차 적극 협조 등 '3대 요구'를 전달하면서,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한동훈 표' 돌파 구상을 내놓았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요구안들을 보다 구체화하라'며 한 대표에게 다시 공을 넘겼다.

한 대표는 곧바로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을 촉구하고 나섰다. 11월 1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심 첫 선고 전까지 매듭지어야 한다며 날짜까지 박았다. 그는 이날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특별감찰관은 권력을 감시하고 권력의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는 기관이고, 지금 그런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국민의힘이 그것조차 머뭇거린다면 (국민들이)'정말 민심을 알긴 아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실 것"이라며 윤 대통령을 압박했다. 대통령실은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나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두 사람의 관계는 더 요원해진 것으로 보인다.

◇중진들 "대통령실 결자해지…당도 중지 모아야"

현재의 '윤-한 관계' 속에서 한 대표의 정치력이 힘을 얻기 위해선 '리더십 부재'라는 평가를 극복해야 한다. 당 중진인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권영세·김기현·나경원 의원은 29일 대통령실의 '결자해지'를 주문하는 동시에, 당은 국정을 잘 뒷받침하면서 현안 해결에 있어 갈등 심화가 아닌 당 안팎의 중지를 모으기 위한 소통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내분이 도드라지는 최근의 상황을 두고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라고 평가했다.

당 5선 중진의 윤상현 의원은 <아이뉴스24> 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변화와 함께 한 대표는 전략적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했다. 그는 "따가운 민심을 전하는 데 있어 보다 세련된 방식이 필요하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운명 공동체'라는 사실, 자신이 '여당 대표'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최다선인 조경태 의원(6선)은 "당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재보궐 선거에서 약진하는 고무적인 결과가 나왔다. 지금은 한 대표의 리더십을 지지해야 할 시점"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한 대표가 내건 '변화와 쇄신'에 대해선 "여기에는 자기 희생이 포함된다. 자기 희생을 통해 변화와 쇄신을 이끌어 낸다면 당정이 수평적 긴장관계를 바탕으로 한 협력 관계로 나아갈 수 있을 걸로 본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만나 대화하며 차담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2024.10.21 [사진=대통령실]

◇3년 차 입법 과제…"'원외 대표' 한계 극복해야"

의원 자격이 없는 '원외 대표'라는 한계도 넘어서야 한다. 한 대표는 지난 29일 당정 협의회에서 "집권 1년 차가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것이었고, 2년 차는 개혁과제 드라이브였다"며 "3년 차 부터는 우리 정부가 추구해 온 성과를 하나둘 국민께 체감시켜드려야 한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연금·의료·교육·노동개혁 등 정부의 4대 개혁 과제에 대해 "당과 정이 함께 추진해야 할, 포기할 수 없는 과제"라며 "그런 우려와 실망을 해결하지 못하면 개혁 추진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 중 윤 대통령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은 '의료개혁'과 관련해선 "여야의정 협의체를 통해 의정 갈등을 풀고 의료 공백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에는 "협의체 참여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이재명) 대표가 직접 밝히라"고 촉구했다.

여기에 당정은 △저출생 대응 법안 △미래 산업 육성 방안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등 민생 살리기 법안 △국민 안전 법안 △지역 균형발전 법안을 '5대 입법 과제'로 정하고, 이를 정기국회 내 통과시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적 성과를 보이겠다고 선언했다. 모두 당 원내와 정부 협조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과제들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당정 관계의 원만한 호흡이 필수적이란 지적이다. 국민의힘 다른 중진 의원은 "정기국회가 시작되면서 거의 모든 현안이 원내에서 이뤄지고 있다. '한 대표 리더십 부재' 지적은 결국 원외 대표라는 한계 때문"이라며 "정책이나 어젠다를 신선하게 제시하는 것은 좋지만 원내와의 원활한 접촉을 위해 보다 홀리스틱(전체적인)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보선 기자(sonnta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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