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 '혼인 파탄과 재산 분배, 그 법적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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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이나 추석 명절이 지난 시점, 법률사무소에는 이혼 상담이 이상하리만큼 급증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간의 이혼소송 2심 판결에서 법원이 최 회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 3808억 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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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이나 추석 명절이 지난 시점, 법률사무소에는 이혼 상담이 이상하리만큼 급증한다. 이혼 가정을 바라보는 부정적 시각이 다소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이혼이라는 것이 숨겨야 한다거나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하나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듯하다.
협의 이혼이 아닌 재판상 이혼의 경우 누구에게 혼인 파탄의 주된 귀책이 있는지에 따라 위자료가 정해지고 부부 공동생활의 청산이라는 의미의 재산 분할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재산분할의 핵심은 혼인 중 부부가 공동으로 협력해 형성한 재산이 분할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이때 공동재산은 주택, 예금, 주식 등 다양한 자산을 포함하고, 부채가 있을 경우 이를 공제해 분할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판례는 혼인 중의 가사 노동과 육아 역시 재산 형성에 기여하는 것으로 간주해 이를 인정한다. 반면, 혼인 전부터 보유한 재산이나 상속이나 증여로 취득한 재산(특유재산)은 원칙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배우자가 그 특유재산의 유지나 증가에 기여했다면, 그 증가분에 한해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 퇴직금이나 연금처럼 미래에 발생할 소득도 잠재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
지난 5월경 세기의 이혼이라고 불릴 만한 판결이 있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간의 이혼소송 2심 판결에서 법원이 최 회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 3808억 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한 것이다. 이 판결은 이혼소송에서 기업 소유 주식을 포함한 대규모 자산이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재확인했다. 특히 이번 판결은 최 회장이 특유재산을 주장했음에도 노소영 관장의 아버지인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정치적 후광이 SK그룹의 성장에 기여했다고 인정하면서 1심보다 훨씬 넓은 재산분할을 인정했다. 이와 더불어 최 회장의 SK㈜ 주식 보유분도 혼인 기간 중 취득한 공동 재산으로 판단되어 분할 대상에 포함됐으며, 비상장 주식과 혼외 관계 유지에 사용된 금액까지도 분할 대상에 포함됐다.
이혼 소송의뢰자 중 일부는 재벌은 아니더라도 배우자가 1인 회사를 운영하는 경우 재산분할 항목에 1인 회사의 재산도 재산분할의 항목으로 포함할 수 있는지 문의를 한다. 대법원의 원칙적 입장은 '부부의 일방이 실질적으로 혼자서 지배하고 있는 주식회사(이른바 1인 회사)라고 하더라도 그 회사 소유의 재산을 바로 그 개인의 재산으로 평가하여 재산분할의 대상에 포함 시킬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주식회사와 같은 기업의 재산은 다양한 자산 및 부채 등으로 구성되는 것으로서, 그의 이혼에 있어서 재산분할에 의한 청산을 함에 있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회사의 개별적인 적극재산의 가치가 그대로 1인 주주의 적극재산으로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신 최 회장의 사건과 같이 배우자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가치가 평가받을 수 있다면 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은 물론일 것이다.
오늘도 연예인들의 이혼 이야기가 뉴스의 한 부분을 차지한 것을 보게 된다. 이혼한 것을 경력 삼아 책도 쓰고 광고하시는 이혼 전문 변호사들도 있을 정도로 이혼이 전혀 부끄럽지 않은 시대다. 혹자는 "이혼을 겪는 것만큼 아프고 처절한 일은 없다"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이혼은 비극이 아니다. 비극은 불행한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데 있다." 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혼인이 믿음과 사랑 그리고 소망을 바탕으로 기대와 확신에 찬 결정이기에 이혼의 아픔은 더 클 거라 본다. 하지만 이혼은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산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부부간의 경제적 청산을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진현경 종합법률사무소 한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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