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버텼더니 신기록…위기에 더 강한 ‘깡’이 있어 가능했죠”

임정우 기자(happy23@mk.co.kr) 2024. 10. 31.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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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최다 출전 新 안송이
에쓰오일서 360경기 달성해
359경기의 홍란 넘고 1위로
데뷔 초엔 매년 생존만 생각
집안 세워야 한다는 간절함
‘나는 무조건 된다’로 무장
“기록 세운 내 자신 칭찬해”
KLPGA 투어 역대 최다 출전 기록을 세운 안송이가 환하게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준석 골프전문 사진작가
세계 각국 프로 골프 투어에서 최다승 만큼이나 인정받는 기록이 하나 있다. 역대 최다 출전 기록이다. 골프에서 가장 어렵다고 하는 꾸준함을 오랜 기간 유지해야 달성할 수 있는 기록인 만큼 선수들 역시 각 투어 역대 최다 출전 기록 보유자에게 존경심을 표하고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기존 홍란이 갖고 있던 359경기를 넘어서는 새로운 기록의 주인공이 탄생했다. 2010년부터 KLPGA 투어를 누비고 있는 안송이(35)다. 31일 제주도 제주시 엘리시안 컨트리클럽에서 개막하는 에쓰오일 챔피언십에서 통산 360번째 경기를 소화하게 된 안송이는 KLPGA 투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됐다.

안송이는 29일 매일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정규투어에 첫발을 내디뎠던 2010년까지만 해도 역대 최다 출전 기록 보유자가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당시 목표는 어떻게든 1년씩 버텨보자였다. 이후에는 매년 상금랭킹 60위 안에 들자라는 생각으로 투어 생활을 했는데 360번째 출전이라는 금자탑을 쌓게 됐다. 수많은 시련을 이겨내고 KLPGA 투어 역대 최다 출전 기록을 세운 내 자신에게 정말 애썼다고 토닥여주고 싶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안송이가 감격에 젖은 이유는 KLPGA 투어 데뷔 초반까지만 해도 힘든 환경에서 골프를 했기 때문이다.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못했던 안송이는 최대한 경비를 아껴가며 투어 생활을 했다. 당시 통장에 100만원 밖에 없었던 그는 호텔과는 거리가 먼 숙소에서 잠을 청했고 식사 역시 값싼 김밥 등으로 해결했다.

그럼에도 안송이는 단 한 번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무조건 된다’고 마음먹은 그는 조금씩 KLPGA 투어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2012년에는 처음으로 시즌 상금 1억원을 돌파했다.

안송이는 “프로 데뷔 초반을 회상해보면 정출전권을 잃거나 실패할 것이라는 걱정을 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으나 그때는 무조건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며 “어떻게든 성공해서 집안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간절함이 너무 커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골프와 KLPGA 투어는 내게 새로운 삶과 희망을 선사해준 고마운 존재”라고 웃으며 말했다.

KLPGA 투어 역대 최다 출전 기록을 세운 안송이가 환하게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준석 골프전문 사진작가
‘골프가 하기 싫었던 적이 없는가’라는 질문에 잠시 고민하던 안송이는 KLPGA 투어 데뷔 10년차이자 30세가 됐던 2019년 은퇴를 잠시 고려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10년째 반복되는 삶을 살다보니 나도 모르게 골프가 하기 싫다는 감정이 들었던 것 같다. 아침에 대회장에 가는 게 귀찮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골프에 대한 애정이 식었었다”며 “억지로 투어 생활을 이어가던 그해 11월 선물 같은 첫 우승이 찾아왔다. 이후 다시 골프가 재미있어졌고 지금까지 투어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KLPGA 투어를 대표하는 철녀가 거듭난 비결로는 극한 상황에서 자신의 실력을 100% 이상 발휘하는 남다른 깡을 꼽았다. 안송이는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해서 그런지 무엇인가를 해내야 하는 상황이 남들보다 익숙한 것 같다. 그래서 시즌 초·중반보다는 성적이 잘 나오는데 올 시즌 남은 두 개 대회 중 하나는 반드시 우승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친한 동료인 배소현과 약속한 ‘드레스 입고 KLPGA 시상식 참가하기’를 지킬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쳐보겠다”고 강조했다.

안송이는 KLPGA 투어 생활의 버팀목이 돼준 메인 스폰서 KB금융그룹에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2011년부터 KB금융그룹의 모자를 쓰고 있는데 의지할 곳이 단 하나도 없을 때 내게 손을 먼저 내밀어준 내 인생의 은인이다. 그때 받았던 계약금으로 제대로 된 전지훈련에 처음 가보고 맛있는 음식도 사먹을 수 있게 됐다”며 “첫 우승을 하지 못하고 성적이 좋지 않아도 언제나 나를 믿고 응원해준 KB금융그룹은 내게 큰 나무와도 같다. 아무리 잘해도 은혜를 갚지 못하겠지만 은퇴하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KLPGA 투어 역대 최다 출전자가 된 안송이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전진하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그는 “이왕 이렇게 된 거 400경기 출전에 도전하려고 한다. 여기에 또 하나 이루고 싶은 건 홍란 선배의 최다 컷 통과 기록을 경신하는 것이다. 두 가지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몸 관리를 잘해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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