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앞 주차장 떠들썩하던 ‘책 축제’를 기억하며 [사람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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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상수동 와우컬처랩 사무실, 이현진 대표(52)의 자리 주변에 책들이 빼곡했다.
서울 홍대 인근에서 매해 개최되는 '책 축제' 와우북페스티벌이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축제를 주관하는 이현진 와우컬처랩 대표의 소회가 좀 복잡했다.
사단법인 와우컬처랩은 축제 개최 이외에도 문화예술 관련 교육과 컨설팅을 제공하고 책의 사회적 역할에 관한 화두를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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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상수동 와우컬처랩 사무실, 이현진 대표(52)의 자리 주변에 책들이 빼곡했다. 매년 어떤 키워드와 기획으로 독자와 출판사의 이목을 끌지 책에서 영감을 얻는 편이다. 서울 홍대 인근에서 매해 개최되는 ‘책 축제’ 와우북페스티벌이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축제를 주관하는 이현진 와우컬처랩 대표의 소회가 좀 복잡했다. “매해가 챌린지였다”라는 말에서 그의 심경을 엿볼 수 있다.
호텔리어로 10년간 일한 이 대표는 아름다운 가게, 해비타트, 희망제작소 등 비영리단체에도 9년 정도 몸담았다. 처음 와우북페스티벌을 기획한 고 이채관 대표로부터 제안을 받아 2014년부터 축제를 꾸려오고 있다. 호텔과 비영리단체 모두 잘 맞았지만 책과 관련된 일이 그에게 가장 맞았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구나’ 종종 생각했다. 사단법인 와우컬처랩은 축제 개최 이외에도 문화예술 관련 교육과 컨설팅을 제공하고 책의 사회적 역할에 관한 화두를 제시하고 있다.
이 대표가 몸담았던 지난 10년의 축제를 돌아보면 ‘진격의 1인 출판사’ 부스가 기억에 남는다. “당시 우리와 함께했던 출판사 대부분 스타 출판사가 되었다. 대표적으로 유유, 봄날의책이 있다.” 1인 출판사의 도서 목록을 책자 형식으로 발행해 도서관과 각종 서점에 배포했다. 저자를 초청해 이야기를 듣는 ‘백인백책 릴레이 강연’도 오랫동안 해왔다. ‘상상만발책그림전’을 통해 신진 그림책 작가를 발굴하고 출판사와 연결해주는 일을 해온 지도 올해로 10년째다.
가장 위기의 순간은 언제였을까. 이 대표는 지금이라고 말했다. 팬데믹을 거치며 규모가 축소되었다. 홍대 앞 주차장 거리에 부스가 차려지고 떠들썩하게 진행되던 축제가 몇 년 전부터 서울 서교동 서울생활문화센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대폭 줄어들면서 뭔가 도모해볼 여지가 많이 줄었다. 대표로서 가장 큰 고민도 지속가능성이다. “처음 왔을 때부터 다짐하고 실천해온 게 ‘제때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자, 그리고 급여를 올려보자’였다. 월급이 제때 안 나간 적은 없지만 급여를 올리자는 목표는 주춤하다.” 축제 관련 인건비나 운영비가 따로 나오지 않아서 정부 용역 사업 등으로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사업 성격상 다음을 기약할 수 없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심이 겹쳐 있다.
처음 축제가 시작될 당시만 해도 홍대 앞에 대안공간이나 작은 출판사, 예술가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잔다리 페스타 같은 음악 축제와도 연계해 행사를 치렀다. “문화적 자산이 있는 지역이었고 그 배경에서 축제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이어나가려면 우리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자체나 정부 차원의 도움이 필요한데 그 부분이 아쉽다.” 지역을 살리자거나 문화예술계를 도와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오히려 서울에서도 ‘핫한’ 거리 홍대에서 하는 축제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
올해 축제의 키워드는 ‘공존으로의 여정’이다. 돌아보면 와우북페스티벌의 지난 20년이 공존으로의 여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계촌클래식축제와 토론토 국제작가축제 같은 국내외 지역축제 사례를 공유하는 포럼 자리를 마련했다. 별개로 얀 마텔, 정보라, 김애란 등 한국과 캐나다 작가 8명이 ‘다양성과 포용’을 주제로 쓴 단편소설 앤솔러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기억해〉가 출간됐다.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지만 지난날을 돌아보면 훌륭한 동료를 비롯해 감사한 사람들이 많다는 이현진 대표가 축제를 준비하기 위해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임지영 기자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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