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 시절 맨유에 골 넣은 성용이 형...내 리더십 끌어낸 선수" 서로가 본 기성용과 린가드는? [오!쎈 현장]
[OSEN=구리, 정승우 기자] 영국에서부터 서로를 알아본 제시 린가드(32)와 기성용(35, 이상 서울)이 서로 덕담을 주고받았다.
FC서울은 30일 오후 2시 경기도 구리시 GS 챔피언스파크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기동(52) 감독과 함께 기성용, 제시 린가드가 참석했다.
김기동 감독과 손발을 맞추며 2024시즌을 시작한 서울은 2019 시즌 이후 5년 만에 파이널A에 진출하는 성과를 이뤘다. 시즌 초반, 홈 경기에서 좀처럼 승리를 거두지 못하며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경기력이 좋아졌고 결과 역시 뒤따르며 꾸준히 승점을 쌓아 나갔다.
서울은 과거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했던 제시 린가드를 영입해 큰 주목을 받았으며, 린가드는 수준 높은 경기력뿐만 아니라 성실함과 리더십을 보여주며 팬들에게 빠르게 큰 호응을 얻었다.
5년 만에 파이널 라운드에 오른 서울은 남은 경기에서 전승을 목표로 임했으나, 20일 치러진 34라운드 강원FC 원정 경기에서 0-1로 아쉽게 패했다. 이후 26일 수원FC와의 원정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승점 53점(15승 8무 12패)으로 리그 4위에 자리하고 있다.
오는 11월 2일 포항 스틸러스와 맞대결에서 나서는 서울. 경기를 앞두고 린가드와 기성용은 서로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린가드는 기성용에 대해 묻자 "(프리미어리그 시절) (기)성용이 형과 몇 번 뛰었다. 저희(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두 골이나 넣었다. 당시 저는 어린 선수였다"라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린가드는 지난 2000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스팀에 입단했다. 천천히 성장한 그는 2011년 맨유와 프로 계약을 맺었고 이후 레스터 시티, 버밍엄 시티,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 등으로 임대 생활을 경험했다.
린가드가 맨유 유니폼을 입고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을 치른 것은 루이 반 할 감독이 이끌던 2014-2015시즌 리그 개막전이다. 당시 맨유는 스완지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스완지 소속이었던 기성용은 이 경기에서 스완지 데뷔골을 뽑아냈다.
기성용은 당시 존조 셸비와 함께 중원을 구성했다. 4-2-3-1의 포메이션으로 나섰던 스완지는 전반 28분 기성용의 선제골로 앞서 나갔다.
당시 오른쪽 측면에서 네이선 다이어가 머리로 떨궈준 공을 길피 시구르드손이 받아 페널티 지역 정면에 접근한 기성용에게 밀어줬고, 기성용은 이를 그대로 정확한 왼발 슈팅으로 연결해 맨유 골망을 흔들었다.
맨유는 후반 8분 웨인 루니가 득점을 기록하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지만, 후반 28분 터진 시구르드손의 추가 골로 1-2로 패배했다. 이후로도 린가드와 기성용은 잉글랜드 무대에서 맞대결을 펼쳐왔다.
린가드는 "성용이 형이 기술적이고 책임감이 뛰어난 선수라는 점은 영국에서 이미 느꼈다. 서울에서 다시 만났는데 입단 초기 정말 많은 도움을 줬다. 어색했던 초반에도 먼저 다가와줬다. 제가 가지고 있지 않았던 리더십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해줬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경기 후에 따로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이야기할 기회도 줬다"라며 자신의 리더십 발견에 기성용이 큰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기성용은 시즌 초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출전 시간을 소화할 정도로 성실히 뛰었으나 아킬레스건 부종이 발견됐고 17라운드부터 결장하며 자리를 비웠다. 기성용은 지난 수원FC전 교체를 통해 그라운드에 복귀했다.
이에 린가드는 "부상으로 힘들었을 것"이라며 "그래도 늘 팀과 함께하며 힘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세 경기가 남았다. 지난 경기에서 복귀하면서 기성용이라는 존재가 라커룸에서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 저 말고도 무게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선수가 있다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을 느꼈다"라고 전했다.
린가드는 재차 "팀을 이끄는 방법을 알려준 선수수다. 많이 배웠다. 이제 팀에 부상자도 없고 스쿼드도 준비됐다. 남은 경기에서 좋은 모습으로 목표한 바를 이루겠다"라고 덧붙였다.
기성용은 린가드를 어떻게 봤을까. 기성용은 "이 선수에게 공백 기간이 있었다. 시간이 필요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가고 몸이 올라온다면 충분히 팀을 이끌어갈 수 있는 선수라고 말씀드렸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초반에 수술도 했고 어려움이 있던 것은 사실이다. 적응을 돕기 위해 선수들, 감독님도 노력을 많이 했다. 지금은 선수들과 관계도 너무 좋고 한국 적응도 빨랐다. 실력이야 기본적으로 가진 것이 어디 가지 않는다. 당연히 나타날 부분이었다"라고 이야기했다.
기성용은 린가드의 실력보다 희생, 헌신을 눈여겨봤다. 그는 "더 중요한 것은 린가드가 팀을 위해 본인을 희생했던 부분"이라며 "한국에 와서 플레이를 하는 것이 쉽진 않았을 것이다. 유명하고 이름이 있는 선수기에 쉽진 않았을 것이다. '과거에 내가 어땠는지'에 연연하지 않고 팀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는 모습이 상당히, 주장으로서 고마웠다"라고 감사를 표했다. /reccos2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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