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파병된 北 군인, 잡히면 포로?…北 '참전 인정' 안 하면 미아 신세

유민주 기자 2024. 10. 3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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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파병 후폭풍] "북한군 우크라이나군에 잡혀도 인도적 대우 못 받아"
'용병'으로도 볼 수 없어…외국 용병 송환 사례 드물어

[편집자주] 북한군의 대규모 러시아 파병은 한반도 정세는 물론, 국제질서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북러의 '위험한 질주'의 정점을 찍는 도발적 행동으로 평가된다. 뉴스1은 '마감 없는 기획'으로 북한군의 우크라이나전 개입과 이로 인한 전황 및 정세의 변화에 따른 우리의 대응 방안을 진단한다.

18일(현지시간) 공개된 러시아 동부의 한 군사 훈련 시설에서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병사들이 물자를 받아가고 있는 모습. 사진은 러시아 매체 아스트라의 텔레그램 계정에 올라온 영상 갈무리. 2024.10.18 ⓒ News1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선 투입이 임박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북한군이 전장에서 생포될 경우 이들의 '신병'을 어떻게 다룰지 주목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전쟁 개시 이후 제네바 협약에 근거해 정기적으로 전쟁 포로를 교환해 왔는데, 북러 양국 모두 파병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면 국제법적으로 포로 대우조차 받을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30일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군이 전장에 투입된 정보는 없지만 전장 이동이 임박해 있는 건 사실"이라며 "선발대가 전선 투입됐을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라고 밝힌 바 있다.

'전쟁 포로' 자격 없는 북한군…인도적 대우 받을 수 없어

전쟁 포로의 대우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제네바 제3협약'은 적군에 생포된 시점부터 '전쟁 포로'로서 인도적 대우를 받아야 하며 전쟁에 참여했다는 것만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명시한다.

전쟁이 발발했을 때 군인은 합법적인 교전자로서 적국의 교전자에 대해 적대행위를 수행할 권리를 갖는다. 따라서 이들이 전쟁 중에 생포됐다고 해서 국내법 위반으로 처벌받지 않도록 보호한다는 것이다. 이는 '전투원의 특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북한을 비롯한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이 협약에 가입했기 때문에 이는 포로 대우에 관한 국제사회의 보편규범이라고 할 수 있다. 협약 118조에 따르면 전쟁 행위가 종료되면 포로는 지체없이 석방, 본국으로 송환돼야 하지만 현재 북한군에게는 '포로'라는 지위는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김태원 통일연구원 인권연구실 부연구위원은 "북한군이 정규군으로 간주된다면 그들은 포로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북한의 군 파병이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이 지위가 복잡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안준형 국가안보문제연구소 안보전략연구센터장도 "분명히 교전은 했으니 잡혀 온 북한군을 포로로 대하고 싶어도 북한 당국이 파병을 부인하고 러시아 정부도 이들이 군대에 편입돼 싸우는 것이라고 인정하지 않으면 그냥 (우크라이나의) 국내법에 따라 살인죄 등으로 처벌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지난 8월 21일(현지시간) 러시아 쿠르스크주의 글루시코보에서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받아 폭발이 일어나는 장면. 사진은 우크라이나 공군이 제공한 영상 갈무리. 2024.08.2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제네바 협약상 '용병' 대우도 어려워…북한 '공식 인정'은 아직

일각에서는 북한군을 '용병'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이 역시도 제네바 협약이 제시한 조건을 충족하지 않아 해당되지 않는다. '제네바 협약에 대한 추가 및 국제적 무력충돌의 희생자 보호에 관한 의정서'(제1의정서)의 제47조 용병에 대한 규정을 한 가지도 빠짐없이 모두 충족시킨 사람을 용병으로 분류한다.

규정 중 '근본적으로 사적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적대행위에 참가한 자', '국가가 공식적으로 파견하지 않은 자' 등에 북한군은 부합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은 '폭풍군단'으로도 불리는 특수작전군 예하 정예부대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북한이 폭풍군단 예하 4개 여단 소속 병력 1만여 명을 파병할 것으로 전망하고, 각국 정보당국은 이들의 우크라이나 내부 침투도 빠르게 전개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지만 북한과 러시아는 현재까지 북한군의 파병을 '공식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러시아 군에서 싸우기 위해 모집된 외국인 수는 수천 명에서 수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러시아는 이들의 귀환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정보당국도 현재까지 포로로 잡힌 외국인 전투원의 숫자나 공식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상당수 국가에서 정식 파견 없이 외국군을 위해 전투에 나서는 것은 불법인 만큼 이들은 귀국 시 감옥에 가게 될 수도 있기에 송환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군이 배치됐다는 전쟁 최개 격전지인 러시아 서부의 쿠르스크 지역은 몸 숨길 곳 없는 평원으로 알려져 북한군이 전투에 투입될 경우 잡히기도 전에 '총받이용'으로 목숨을 잃을 가능성도 크다.

youm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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