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혐의 구속' 교민 가족 "중국, '공론화하면 엄중 처벌' 경고"

유영규 기자 2024. 10. 3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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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간첩 혐의 구속된 한국 교민

중국 반도체 업체에서 근무하다 간첩 혐의로 구속된 50대 한국 교민 A 씨의 가족은 중국 당국으로부터 해당 사건이 한국 언론 등 외부에 알려질 경우 '엄중한 사법처리'가 있을 것이라는 경고를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A 씨의 딸은 어제(30일) 언론 통화에서 "작년 12월 18일 연행 당시부터 중국 측은 사건이 외부로 유출되거나 언론을 통해 공론화되면 아버지 사건에 불리하게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며 "올해 3월 어머니 참고인 조사 때는 '(사건이 알려지면) 절차대로가 아니라 더 엄중하게 사법처리하겠다'고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첫 직장인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20년 넘게 일한 A 씨는 과장 직함으로 삼성을 떠났고, 이후 한국에서 구직하다 여의치 않자 2016년 10월 지인 소개로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에 입사했습니다.

그는 4년여 동안 CXMT에서 근무한 뒤 2020년 많은 한국 직원과 함께 권고사직을 당했습니다.

그 뒤로는 중국 내 다른 반도체 업체 두 군데에서 일했습니다.

A 씨는 작년 12월 중국 동부 안후이성 허페이시 자택에서 잠옷 바람으로 중국 국가안전부 직원에 연행됐습니다.

가족들은 A 씨가 한 호텔에서 조사받고 있다는 통보만 들었을 뿐 그 호텔이 어디인지는 알 수 없었고, 올해 A 씨가 5월 중국 검찰에 의해 구속돼 구치소에 수감된 뒤까지도 드문드문 편지로 연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국 당국은 A 씨가 CXMT의 기술을 한국으로 유출했다는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가족들은 수사기관으로부터 A 씨의 구체적인 혐의를 듣지 못했습니다.

사건 자료를 열람한 중국 변호사는 "중국 법상 사건 내용을 가족을 포함한 제3자에게 알릴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가족들로서는 A 씨 부인 조사에서 CXMT 관련 질문이 주를 이뤘다는 점에서 CXMT와 관련한 혐의라는 추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제2형 당뇨병을 앓으며 10년 넘게 약을 먹어온 A 씨는 구치소에 간 뒤로는 약 복용은 물론 매일 필요한 혈당 체크도 못 하는 상황입니다.

가족들은 약을 갑자기 중단하면 합병증이 생길 수 있고 A 씨의 피부염과 위장 장애가 악화할 수도 있다는 한국 의료진의 경고에 발을 동동 굴렀지만, 중국 구치소 측은 "한 달에 두세 차례 혈당 측정을 한 결과 혈당 수치가 정상이어서 약 지급이 어렵다"는 답을 주중 한국대사관을 통해 보내왔습니다.

A 씨의 딸은 A 씨가 CXMT에 근무했을 당시 중국 당국이 문제로 삼을 만한 비밀에 접근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같이 근무한 분이 당시 프로젝트 권한은 타이완인들이 주로 갖고 있었고, 한국인은 그 프로젝트를 옆에서 서포트(지원)해주는 일 정도였기 때문에 (A 씨가) 입사 후 그렇게 많은 일을 하지 않았다고까지 이야기했다"며 "회의도 당시 CXMT에 재직한 상무들이 했고, 아버지에게는 자료를 공유하지 않았다고 들었다"고 했습니다.

A 씨가 중국 당국에 연행된 시점은 한국 검찰이 CXMT 기술 유출 사건을 수사한 때와 맞물립니다.

한국 검찰은 지난해 12월 전직 삼성전자 부장 김 모 씨가 2016년 갓 설립된 CXMT로 이직하면서 국가 핵심 기술인 삼성의 18나노 D램 반도체 공정 정보를 무단 유출한 것으로 파악하고 김 씨를 구속했습니다.

한국 언론의 이목을 끈 김 씨의 구속은 12월 15일 이뤄졌고, 사흘 뒤 중국 당국은 A 씨를 연행했습니다.

A 씨의 딸은 연행 이후 1년 가까이 흐른 지금 사건을 알리기로 한 이유에 대해 "중국의 압박이 지속적으로 있었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면서 "긴 시간이 지날 동안 한국 당국은 가족들에게 외교적 조치·노력에 관해 설명해 준 게 없었다. 더 공론화가 늦어지면 그대로 재판이 진행될 것을 우려했다"고 했습니다.

중국 검찰이 언제 A 씨 수사를 마무리 짓고 재판을 시작할지는 가족들로서도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A 씨 딸은 "검찰에서 재수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했습니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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