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에 무슨 병원" 했지만…원격협진이 가파도에 불러온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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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같지, 아픈 거나 궁금한 거 물어보면 막 잘 말해주고 너무 편해요."
한 달에 한 번 가파도 현지 의료진이자 간호사 면허를 가진 가파보건진료소장이 원격으로 공보의에게 의료자문을 구하고, 강 씨 질환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협진'한다.
강 씨는 원격협진 덕에 굳이 배를 타고 제주도에 있는 병원에 가지 않더라도 건강 상태를 상담하고, 때가 되면 고혈압과 피부과 질환약, 간장약을 처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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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제주 전체 보건진료소 48곳으로 확대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아들 같지, 아픈 거나 궁금한 거 물어보면 막 잘 말해주고 너무 편해요."
제주 섬 속의 섬 가파도 주민 강순심 씨(83)는 벌써 3년째 가파보건진료소 화상장비 앞에 앉아 4.5㎞ 바다 건너 제주 본섬에 있는 의사를 만나고 있다.
화상으로 만나는 그의 주치의는 서귀포시 안덕보건지소 공중보건의다.
한 달에 한 번 가파도 현지 의료진이자 간호사 면허를 가진 가파보건진료소장이 원격으로 공보의에게 의료자문을 구하고, 강 씨 질환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협진'한다.
강 씨는 원격협진 덕에 굳이 배를 타고 제주도에 있는 병원에 가지 않더라도 건강 상태를 상담하고, 때가 되면 고혈압과 피부과 질환약, 간장약을 처방받고 있다.
강 씨는 "나이도 있는데 배 타고 밖에 안 나가도 보건소에서 바로 약을 탈 수 있어 너무 편하다"며 "컴퓨터로 의사 선생님을 만날 수가 있으니까 마음이 편해서 그런지 혈압도 많이 내렸다"며 웃었다.
가파보건진료소장은 "진료소에 있는 약을 처방하려면 주민분들이 배를 타고 나가 병원에서 진료 소견서를 가져와야 했는데 서비스가 도입되니 화상으로 약 변경과 처방이 모두 가능해졌다"며 "병원을 오가지 않아도 진료가 가능하다 보니 나이 들어 무슨 병원이냐던 분들이 오히려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파도에서만 주민 11명이 원격협진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대형 병원에서 진료받아야 하는 중증질환자를 제외하고, 만성 질환자 대부분이 서비스를 활용 중인 셈이다.
의료취약지 만성질환자 1만명 지킬 '원격협진' 전역으로 확대
민선 8기 도지사 공약인 '의료취약지 원격협진 서비스'는 원격지 자문의사와 현지 의료인이 화상시스템으로 실시간 협진을 통해 고혈압·당뇨병·초기치매·관절염 등 만성질환자를 진단, 치료, 상담하는 비대면 의료서비스다.
기상 악화로 배가 끊겨도, 거동이 불편해도 집 근처에서 진료와 전문 의약품 처방을 받을 수 있는 이 서비스는 내년이면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도내 48곳 전체 보건진료소로 확대된다.
보건지소보다 작은 규모의 보건진료소는 의료진이 부족한 읍면·도서지역에서 1차 의료기관의 역할을 하는 곳이다. 간호사인 보건진료직 공무원이 의료취약지를 지키고 있다.
이 같은 도내 의료취약지에 거주하는 만성질환자는 약 1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2019년 마라·가파보건진료소에서 처음 시행된 원격협진 서비스는 지난 9월부터 서귀포시 서부보건소 관할 보건진료소 11곳으로 확대됐다. 올해 들어 9월까지 28명(47건)이 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용 대상 확대로 원격협진에 참여하는 자문의사도 1명에서 3명으로 늘었다. 현재 안덕보건지소와 민간의원인 대정연합의원·안덕의원 소속 의료진이 협진 전문의로 참여하고 있다.
도는 내년 1월 전면 시행을 앞두고 △보건지소 11개소 △민간의료기관 20개소 이상 △공공의료기관 3개소 등 30여 곳에서 협진 전문의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도는 11월 중 사업 자문의료기관과 업무협약을 맺고, 올해 내로 신규 참여 보건소 4개소에 대한 화상진료 기반을 구축할 방침이다.
원격협진 서비스는 보다 정확한 진료를 위해 초진이 아닌 재진 환자를 대상으로 제공되고, 희망하는 도민은 보건진료소를 방문해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또 환자 질환 상태가 화상 진료로도 관리 가능하다는 의사 판단이 있어야 한다.
제주도 관계자는 "ICT를 활용한 도민 맞춤형 원격협진 서비스 제공으로 의료취약지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15분 도시 제주를 실현하겠다"며 "공보의 등 의료인력 감소에 대응하고, 진료를 위해 타 지역으로 이동하는데 소요되는 사회·경제적 비용 절감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oho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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