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역사에 남을 '역대급 혜자 FA' 영원한 캡틴, 어려울 때 자신을 품어준 KT를 떠나지 않았다

김용 2024. 10. 3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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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품어주고 인정해준 KT를 선택한 박경수.

박경수가 지도자로도 'KT맨'이 되기를 선택했다.

박경수는 이적 첫 시즌 22홈런을 때리며 KT의 확실한 주전 2루수로 자리잡았다.

KT에서는 일찌감치 박경수를 지도자감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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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 승리한 KT 박경수가 기뻐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10.03/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자신을 품어주고 인정해준 KT를 선택한 박경수.

박경수가 지도자로도 'KT맨'이 되기를 선택했다.

KT는 30일 박경수를 신임 코치로 선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보직은 향후 확정될 예정. 하지만 박경수가 지도자의 길을 선택했다는 자체에 의미가 있다.

박경수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기로 했다. 한국 나이로 40세가 넘었으니, 은퇴가 이상할 나이는 아니다. 이 나이까지 주전급으로 야구를 했다는 자체가 대단한 일이었다.

우여곡절의 야구 인생이었다. 2003년 성남고를 졸업하고 LG 트윈스의 1차지명을 받았다. 그 당시 받은 계약금이 무려 4억3000만원. 물가 사정을 감안하면 엄청난 액수였다. 그만큼 기대가 컸다. 장타력을 갖춘 초고교급 유격수였다. 유지현의 대를 이을 대형 내야수로 평가 받았다.

하지만 LG에서의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기대가 너무 컸는지, 거기에 부담을 느꼈는지 박경수는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잡지 못했다.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5차전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 KT 박경수가 경기 종료 후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10.11/

LG에서 흐지부지 12년이 흘러버렸다. 인생은 어떻게 풀릴지 모르는 법. 신생팀 KT가 2015 시즌부터 1군에 합류하게 됐다. 당시 넉넉지 않은 예산으로 '가성비' FA 선수들에게 눈을 돌려야했는데, 때마침 FA 자격을 얻은 박경수가 보였다. 4년 18억2000만원. 박경수의 전적을 생각했을 때 오버페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었는데, 이 계약이 프로야구 역사상 '역대급 혜자' 계약이 될 거라 누가 생각했을까.

박경수는 이적 첫 시즌 22홈런을 때리며 KT의 확실한 주전 2루수로 자리잡았다. 이후 2016 시즌 20홈런, 2018 시즌 25홈런으로 '거포 2루수' 변신에 성공했다. 박경수의 활약 속에 KT는 가을야구 단골 강팀으로 거듭났고, 2021 시즌 통합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리더십도 뛰어났다. 은퇴 시즌까지 주장으로 맹활약했다.

KT에서는 일찌감치 박경수를 지도자감으로 평가했다. 그래서 올 시즌에도 선수보다는, 사실상 지도자 수업을 받게 했다. 당연히 KT 코치가 될 줄 알았다.

그런데 박경수가 고민에 빠졌다. 은퇴 소식이 알려지자 입담 좋은 그에게 엄청난 제안들이 쏟아진 것. 해설위원 제의였다. 복수의 방송사가 오퍼를 던졌다. 박경수는 바로 코치 일을 하는 것도 좋지만, 밖에서 여러 팀의 야구를 보는 것도 공부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KBO리그 한국시리즈 4차전 KT와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KT가 두산에 한국시리즈 4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목발을 짚고 그라운드 동료들을 향해 나아가는 박경수. 고척=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1.11.18/

장고 끝에 박경수가 내린 결론. KT였다. 어려운 시절 자신을 안아주고, 좋은 계약에 베테랑 예우를 잘 해준 구단을 떠날 수 없었다. 자신 스스로도, 지도자로서 성공하려면 다른 팀이 아닌 KT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박경수는 "지도자로 새출발할 기회를 주신 구단과 이강철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말하며 "방송계에서도 제안이 왔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의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박경수는 지도자로 데뷔하게 된 소감으로 "아직 구체적인 보직은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후배들과 형동생이 아닌 지도자와 선수로 만나게 된다. 그동안의 코치님들이 나에게 해주신 것처럼, 나도 후배들이 선수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뒤에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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