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3자 변제’ 또 수용…장남 “아버지 동의했을 리 없어” 의문 제기
“의사소통 어려운 상황”
‘정부 해법 거부’ 2명 남아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인 이춘식씨(104)가 30일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으로부터 피해 배상 판결금 등을 수령했다. 2018년 대법원에서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강제동원 피해자 15명 가운데 13명이 정부의 ‘제3자 변제’ 해법을 받아들였다.
재단에 따르면 이씨는 이날 재단으로부터 강제동원 피해 배상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받았다. 앞서 지난 23일 피해자 양금덕씨(96)도 판결금 등을 수령했다. 이에 따라 생존한 피해자들은 모두 정부 해법을 수용했다. 피해자 고 정창희씨와 고 박해옥씨의 유족 등 2명은 판결금 수령을 거부하고 있다.
다만 이씨의 장남 창환씨는 아버지가 자의로 제3자 변제를 수용한 것이 아니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창환씨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녀 중 일부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과 접촉해 제3자 변제를 논의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뉴스를 통해 (판결금 수령 사실을) 갑작스럽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는 얼마 전부터 노환과 섬망증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해 정상적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제3자 변제에 동의한다’는 의사표시를 강제동원지원재단에 했다는 것이 아들로서 납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2018년 전범기업인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이 강제동원 피해자 15명에게 손해배상금과 지연이자 1억~1억50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확정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3월 일본 피고기업을 대신해 재단이 피해자들에게 판결금 등을 지급하는 ‘제3자 변제’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일본 기업의 참여와 사죄가 빠져 ‘반쪽 해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당초 생존 피해자인 이씨와 양씨 그리고 피해자 유족 2명 등 총 4명은 일본 기업의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면서 수령을 거부했다. 그러자 정부는 지난해 7월 판결금 등을 법원에 공탁하는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그러나 법원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취지로 공탁을 수리하지 않았고, 정부의 이의신청도 연이어 기각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해법 발표 열흘 뒤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당시 총리와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한·일 협력 새 시대”를 선언했다. 그러나 기시다 총리 등 일본 측은 강제동원 등 과거사 문제에 명시적인 사과나 반성의 입장을 밝히지 않는 등 한국 정부의 선제적인 조치에 호응하지 않았다.
정희완·김나연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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