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제정되면 말 한마디 잘못해도 처벌받는다? [설명할 경향]

이예슬 기자 2024. 10. 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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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조직위원회’가 지난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와 여의도에서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를 개최한 가운데 한 참가자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한다는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7일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 일대에서 기독교 단체 등이 주도한 대규모 연합기도회에서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쏟아졌습니다. 대법원이 지난 7월 건강보험공단이 동성 배우자의 피부양자 자격을 허용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놓으면서 기독교 단체들을 중심으로 위기감이 커진 것으로 보입니다.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이들이 내세우는 주요 논리 중 하나는 “차별금지법으로 인해 말 한마디만 잘못해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는 지난 24일 한 교회가 연합기도회 참석을 독려하며 올린 유튜브 영상에서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동성애자를 위한 성관계법을 가르치지 않으면 처벌받는다”라거나 “성 정체성 혼란을 겪는 아이에게 부모가 ‘넌 아들·딸이야’라고 말하면 처벌 받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안창호 위원장 취임 이후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의견을 낸 국가인권위원회도 최근 비슷한 주장을 했습니다.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간리)가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인권위에 해명을 요구한 데 대한 답변서에 이런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충상 위원은 답변서에 실린 의견문에서 “질병 등과 관련해 동성애자 피해 감정에 의해 객관적 사실을 말하는 것조차 차별로 간주되기도 하고, 수천만원의 이행강제금·최소 500만원의 법적 제재에 처해질 수 있다”라고 적었습니다.

이러한 주장을 보면 아직 제정되지 않은 차별금지법은 마치 ‘말 한마디만 잘못해도 처벌하는 법’인 것처럼 보입니다. 경향신문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됐던 차별금지법 제정안 4건을 분석해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어떤 과정으로 차별이 시정되는 것인지 따져봤습니다.

‘차별 발언’ 아닌 ‘피해자 보복’ 처벌…‘처벌’보다 ‘조정’이 핵심

결론부터 얘기하면 차별적 발언을 한다고 바로 형사 처벌을 받는 건 아닙니다. 지난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들은 공통적으로 인권위 등의 기관이 차별에 해당하는 행위에 관한 신고를 접수하면 시정명령을 내려 조정 절차를 거치게 합니다. 즉 처벌보다는 차별 행위를 시정하는 것이 법안의 목적입니다.

제41조(진정 등) ① 이 법에 정한 금지된 차별행위에 해당하는 경우에 차별행위의 피해자 또는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나 단체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에 그 내용을 진정할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른 조사와 구제에 관한 사항은 이 법에 별도로 정하지 아니하는 한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른다.
(장혜영 의원 대표 발의안)

인권위 등이 시정 명령을 내려도 피진정인이 이를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정 명령을 내리기 전 피진정인은 의견을 제출할 수 있고 시정 명령에 불복하는 경우 이의신청도 가능합니다.

제35조(의견제출기회의 부여) ① 위원회는 제34조에 따른 시정명령을 하기 전에 시정권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② 제1항의 경우 당사자 또는 이해관계인은 구두 또는 서면으로 위원회에 의견을 진술하거나 필요한 자료를 제출할 수 있다.

제37조(이의신청) ① 제34조에 따른 위원회의 시정명령에 대하여 불복하는 자는 처분 결과를 통지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그 사유를 갖추어 위원회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② 위원회는 제1항에 따른 이의신청에 대하여 30일 이내에 재결을 하여야 한다. 다만, 부득이한 사정으로 그 기간 내에 재결을 할 수없을 경우에는 30일 내에서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박주민 의원 대표 발의안)

형사 처벌 조항이 포함된 법안도 있지만 ‘차별 발언을 한 자’를 처벌하는 것은 아닙니다. 형사 처벌은 차별 구제 신청을 한 자에게 ‘불이익 조치’를 하는 경우 국한됩니다. 가령 승진 과정에서 성차별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진정인이 인권위에 구제 절차를 신청했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했다면 처벌한다는 것입니다.

권인숙·박주민·장혜영 의원 발의안의 처벌 조항은 이처럼 불이익 조치에 대한 것입니다. 이상민 의원 발의안에는 형사 처벌 조항이 아예 존재하지 않습니다.

제44조(불이익 조치의 금지) ① 사용자 및 임용권자, 교육기관의 장(이하 이 조에서 “사용자 등”이라 한다)은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자 및 그관계자가 이 법에서 정한 구제절차의 준비 및 진행 과정에서 위원회에 진정 또는 소의 제기, 진술, 증언, 자료 등의 제출 또는 답변(이하 이 조에서 “진정 등”이라 한다)을 하였다는 이유로 해고, 전보, 징계, 퇴학 그 밖에 신분이나 처우와 관련하여 불이익한 조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 경우 불이익한 조치에는 「공익신고자 보호법」제2조제6호 각 목에 규정된 사항이 포함된다.

제45조(벌칙) 사용자 등이 제44조제1항을 위반하여 불이익 조치를 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권인숙 의원 대표 발의안)
고의·과실 없으면 손해배상 책임 없어…‘적극적 조치’ 이행이 핵심

차별 행위가 곧 형사 처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손해배상 소송 등에 휘말릴 수는 있습니다. 다만 대부분 법안에서 차별 행위를 한 사람이 고의·과실이 없는 경우는 손해배상의 책임이 없다고 못박았습니다. 3~5배의 강력한 손해배상액이 청구되어야 한다고 규정한 경우는 차별이 ‘악의적’으로 인정될 경우로 제한됩니다. 악의성은 차별의 반복성, 고의성, 보복성, 내용과 규모에 따라 결정됩니다.

제41조(손해배상) ① 이 법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피해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 다만, 차별행위를 한 자가 고의 또는 과실이 없음을 증명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권인숙 의원 대표 발의안)

제35조(법원의 구제조치) ① 법원은 이 법에 의해 금지된 차별에 관한 소송 제기 전 또는 소송 제기 중에, 피해자의 신청으로 피해자에 대한 차별이 소명되는 경우 본안 판결 전까지 차별의 중지 등을 명하는 임시조치를 할 수 있다.
② 법원은 피해자의 청구에 따라 차별의 중지, 임금 그 밖에 근로조건의 개선, 차별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 등을 이행하라는 판결을 할 수있다.
③ 법원은 차별의 중지 및 원상회복, 차별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그 이행기간을 밝히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지연된 기간에 상응하여 일정한 배상을 하도록 명할 수있다. 이 경우 「민사집행법」 제261조를 준용한다.
(이상민 의원 대표 발의안)

게다가 법원의 피해 구제의 핵심은 ‘적극적 조치’입니다. 차별 행위가 인정되어도 무조건 금전적 배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차별 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를 이행하도록 판결한 후 이를 시행하지 않을 경우 배상을 명령합니다.

즉,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말 한마디 잘못하면 처벌받는다’는 식의 주장은 처벌 위험성을 지나치게 과장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예슬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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