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피하려 "'캐시' 구매 시 고수익"…460억대 불법 다단계 적발

조현아 기자 2024. 10. 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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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수당으로 지급되는 금액은 65만원 남짓이었고, 심지어 현금이 아닌 업체가 개발한 '코인'으로 지급한다고 했다.

회원 모집 과정에서는 회원 본인의 '하위회원' 가입 시 1명당 출자금의 10%를 추천수당으로 지급하거나, 캐시 전환 실적에 따라 수당을 지급하는 등 3단계 이상의 다단계 유사조직을 운영하며 불법 금전거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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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고령자·주부 등 겨냥 불법 다단계 일당 입건
전국 5000여명 모집…'캐시' 명목 출자금 끌어모아
원금 보장·고수익 미끼 던지는 불법 다단계 주의
[서울=뉴시스]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민사경)은 연금처럼 매주 수익금을 주고, 사망 시에는 가족에게 상속된다고 속여 총 460억원대의 출자금을 끌어모은 불법 다단계 조직 3명을 적발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들은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형사입건됐고, 그 중 주범 1명은 구속됐다. (사진=서울시 제공). 2024.10.3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1. A씨는 최근 어머니가 원금과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불법 다단계 업체에 속아 평생 모은 5500만원을 업체에 입금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나 수당으로 지급되는 금액은 65만원 남짓이었고, 심지어 현금이 아닌 업체가 개발한 '코인'으로 지급한다고 했다. 업체는 이마저도 제때 지급하지 않았고 결국 A씨 어머니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앓다가 돌아가셨다.

#2. 작은 의류가게를 운영하는 B씨는 OO캐시 가맹점으로 가입하면 캐시업체의 회원을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어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믿고, 업체 측에 총 1500만원을 입금해 가맹점을 신청했다. 그러나 캐시업체는 회원들에게 판매된 의류 대금을 몇 차례만 지급하고, 나중에는 그마저도 지급하지 않았다. 사기를 당하게 된 B씨는 결국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최근 고령자와 중장년층을 겨냥한 '다단계 방식'의 불법 금전거래 피해자가 늘고 있어 서울시가 주의보를 발령하고 나섰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민사경)은 연금처럼 매주 수익금을 주고, 사망 시에는 가족에게 상속된다고 속여 총 460억원대의 출자금을 끌어모은 불법 다단계 조직 3명을 적발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들은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형사입건됐고, 그 중 주범 1명은 구속됐다.

민사경은 지난해 불법 다단계 의심 업체를 수사하던 중 혐의를 포착하고 올해 2월부터 9월까지 7개월 간의 수사 끝에 전국 조직망을 적발하게 됐다.

적발된 업체는 서울을 비롯해 전국에 12개 그룹, 134개 센터를 두고 노후자금에 관심이 많은 60대 이상 고령층, 주부·퇴직자 등을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열어 출자금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2월부터 1년 동안 모집한 회원은 총 5000여 명에 달했다.

이들은 업체 회원들에게 가족이나 지인을 사업설명회에 참여하도록 한 뒤 '캐시'라는 포인트 구입 명목의 출자금을 '1레벨(13만원)'~'9레벨(2억6000만원)'까지 입금하도록 했다. 출자금 입금 시 원금의 2.6배를 적립해주고, 평생 주당 현금 출금액을 지급하는 등 고수익을 보장해준다고 속이며 투자를 권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회원 모집 과정에서는 회원 본인의 '하위회원' 가입 시 1명당 출자금의 10%를 추천수당으로 지급하거나, 캐시 전환 실적에 따라 수당을 지급하는 등 3단계 이상의 다단계 유사조직을 운영하며 불법 금전거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사전 계획도 치밀하게 세운 것으로 조사됐다.

돈을 직접 받으면 '유사수신행위'에 해당되기 때문에 캐시를 구매하도록 하고, 쇼핑몰 등에서 캐시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해 마치 재화 등의 거래가 있는 것처럼 가장했다. 출자금 중 120억원은 수신·대여금, 투자금 명목 등으로 24개 업체와 개인 계좌로 이체하기도 했다.

출자금을 끌어모은 뒤에는 마케팅 전산시스템을 폐쇄해 회원들에게 지급해야 할 수당과 환불금을 주지 않고, 가맹점에 지급할 페이 사용액도 지급하지 않아 많은 피해자를 양산시켰다고 한다.

이로 인해 평생 모은 돈과 퇴직금, 대출금, 전세자금, 카드 빚 등으로 1계정당 최소 13만원에서 최대 2억6000만원까지 입금한 회원들은 큰 피해를 입게 됐다. 출자 계정 중 1000만원 이상 출자한 계정은 1300여 개에 달했다.

이러한 다단계 유사조직을 이용한 금전거래는 고수익을 보장받는다는 유혹에 빠져들기 쉽고, '직접판매공제조합'과 '소비자피해보상보험' 계약이 체결돼 있지 않아 피해의 정도가 심각하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시는 불법 다단계 방식의 금전거래 행위를 각별히 유의하고, 의심 사례는 적극적으로 신고·제보해달라고 당부했다. 제보자가 결정적인 증거를 첨부해 신고하면 서울시 심의를 거쳐 최대 2억원까지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다단계 방식으로 불법적인 금전거래를 하다 적발되면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권순기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장은 "업체에서 캐시 등 가상자산 구매 명목의 출자금을 받고 다른 사람을 소개할 경우 수당이나 은행 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고 하면 '금융 다단계'일 가능성이 크니 바로 신고해달라"며 "민생 경제범죄에 대해 단호히 대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ach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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