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비야레알 유소년팀 입단 사기" 고소에 "성과 안나오니 탓한다" 반박

이재호 기자 2024. 10. 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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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스페인 라리가의 비야레알 한국 책임자를 자처하고 있는 모 축구교실 심 모 대표가 최근 사기죄로 고소를 당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심 대표는 비야레알 국제 아카데미에 한국 학생들을 선발해 보내면서 수수료 등을 편취할 목적으로 언론, 블로그 등에 '비야레알 유소년팀 정식 입단' 등으로 허위사실을 알렸다는 것. 국제 아카데미는 누구나 지원하면 다닐 수 있는 단순한 교육기관에 불과하고 정식 입단이 아니라는 것이 고소인 측의 주장이다.

비야레알 구단 정식 입단으로 알고 자녀를 보낸 고소인 중 한명은 3억1000여만원, 또 다른 고소인은 1억6000여만원의 금액을 편취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소인의 자녀 A군은 서울 소재 축구 명문 중학교에서 주전 공격수로 프로 선수가 되기 위해 교육받고 있었다. A군은 제 2의 이강인-이승우 등을 꿈꾸고 한국에서 대대적으로 열린 비야레알 유소년팀 입단 테스트를 통과해 스페인으로 떠났다고. 하지만 스페인 비야레알에서의 현실은 달랐다.

A군은 스포츠한국에 "인종차별은 기본이었다. 홈스테이집에서는 '수도세가 비싸다'는 이유로 하루에 딱 한 번 씻게 해줬다. 한국 학생들은 훈련 후 라커룸에서 씻지 못하면 그날은 땀 흘리고도 그냥 자야했다"며 "심지어 전기세가 비싸다는 이유로 선풍기조차 틀지 못하게 해 여름도 고역이었다"고 말했다.

환경뿐만 아니라 부실한 축구 코칭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A군은 언어가 통하기 시작한 2년차 쯤 옆의 동료들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유소년 선수로 비야레알 유스팀에 입단한 것이 아닌 '비야레알 아카데미'에 등록된 일반 학생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고소를 진행한 법무법인 새로의 박상철 변호사는 스포츠한국과의 통화에서 "심 대표는 등록만 하면 누구나 갈 수 있는 아카데미를 '입단 테스트' 등으로 선발 대회를 열어 과장한 부분과 기사 및 블로그 등을 통해 '유소년팀 입단'이라는 허위사실을 불특정 다수에게 끊임없이 알려 수수료를 편취할 사기의 목적이 있었다고 본다"고 사기죄 고소 이유를 밝혔다.

약 3년반의 시간을 보내고 고등학교 3학년 때 돌아온 A군은 "더 스페인에 있다가는 제가 망가질 것 같았다. 친구들은 한국에서 꾸준히 리그를 뛰며 축구선수로써 성장했는데 저는 아예 경기도 뛰지 못하고 제대로 훈련도 받지 못하다보니 한국을 떠나기전 중학교 2학년 그 실력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 걱정되고 불안하다"며 "아쉽고 후회스럽다. 그때 안갔더라면…"이라고 후회했다.

A군의 모습을 보고 고소를 결심한 부모는 "3억원에 달하는 돈도 돈이지만 아이의 인생이 망가졌다. 가장 중요한 청소년 시절, 선수로써도 중요한 유소년 시절을 '유소년팀 입단'이라는 거짓 아래 제대로 보내지 못하면서 다시 오지 못할 그 시기를 누가 보상해줄까 싶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고소인인 B군의 어머니 역시 "축구를 떠나 기본적인 케어조차 되지 않았다. 그렇게 많은 돈을 가져갔으면 최소한의 생활 편의라도 챙겨줘야하는데 아이들은 완전히 내동댕이쳐졌다. 사춘기 남자 아이들이다보니 참고 부모에게도 말을 안하려 해 나중에 알게 됐는데 아이를 그런 고통의 시간을 보내게 해 눈물이 난다"며 "받은 것에 1/10이라도 신경 써줬다면 이렇게 고소까지는 안하려고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두 고소인 모두 "매년 심 대표는 기사, 블로그 등을 통해 입단 테스트로 비야레알에 데려갈 아이들을 모집하는 것으로 안다. 우리가 받은 피해도 피해지만 다시는 우리같은 피해자가 나오면 안된다는 생각에 나서게 됐다"고 스포츠한국에 전했다.

스포츠한국이 입수한 비야레알 아카데미 PDP 프로그램 소개 책자의 표지. ⓒ비야레알

이러한 주장과 고소 내용에 대해 축구교실 심 대표는 전혀 동의하지 않았다. 스포츠한국과의 통화에서 그는 "한국에서는 '아카데미'가 취미지만 전세계적으로 유스 시스템을 말하는 것이다. 한국과 유럽은 유스 시스템이 달라 한국분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아 오는 오해다. 저는 중간에서 기회를 제공했다"며 "안타깝게도 부모와 학생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프로 입단 등의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그동안의 기회들을 모두 부인하고 중간에 있는 저를 탓한다. 10여년 이상을 축구교실을 해오며 늘상 겪던 일"이라고 아쉬워했다.

돈만 내면 등록이 가능한 아카데미라는 고소인 측 주장에 대해서는 "스페인에 가서도 레벨 테스트를 본다. 실력이 안되면 방출당한다. 돈만 내면 등록할 수 있는 곳이라는건 황당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정식 유소년 입단인줄 알았다는 고소인들의 말에 대해서도 "저는 FIFA룰(18세 미만의 선수는 외국에서 유소년 팀 등록 불가)에 대해 정확히 고지했다. 수년간 이를 진행 중인데 문제가 됐다면 진즉에 됐을 것"이라며 "각자의 실력에 따라 레벨과 훈련 횟수 등이 정해진다. 잘해서 유소년 상위팀에 올라가면 좋아하시는데 내려가면 모든걸 부정하고 의심한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이 스페인 현지에서 열악한 환경에 놓인 부분과 관련해선 "안타까운 일이다.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던 부분에 대해 부인하지 않겠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알고 비야레알 구단에 말해 거주지 등을 옮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유소년 국가대표급 선수도 똑같은 비야레알 트라이얼을 겪었다. 그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나"라며 "비야레알 측은 이번 기사와 소송으로 구단 이미지가 실추된다고 반박문까지 내자고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지도자들만 항상 피해본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고소장을 접수한 경기도 광주 경찰서는 추후 고소인과 피고소인 등을 불러 조사해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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