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수 발생' 확인된 보수 정당의 정치적 자본 [정한울의 한국사람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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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 대한 오해⑥
국민 최우선 의제, 보건의료
흔들리는 '이슈 소유권' 공식
윤 정부의 '이념' 중시 때문
한국 정치에서 대한민국 국정의제는 대선에서나 접할 수 있는 이슈가 되었다. 국가적 도전과제에 대한 진단과 해법의 공론화도 시간이 부족할 것 같은데 대통령과 여당 대표 간 불협화음, 일개 정치 브로커의 폭로전에 온 나라가 들썩거린다. 과연 한국인들은 한국 사회의 현실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국가 의제를 중시하고 있을까.
급한 내셔널 어젠다: 보건 의료 안전망/ 저출산·고령화 순
진보정책연구원과 한국사람연구원, 한국리서치가 10월 2~7일 전국 1,500명에 대한 '내셔널 어젠다 2024' 웹 조사를 통해 15대 국가 의제에 대한 시급성과 체감도 수준을 조사했다. '매우 시급한 과제이며 당장 내 문제로 느껴지고 있다'는 항목에 최근 의료대란을 계기로 '보건의료 안전망 확대'의 응답률이 61%로 가장 높았다. 저출산 및 고령화 대응(59%), 기후변화(55%)도 3대 어젠다로 꼽혔다. 주거 및 부동산 안정(50%), 일자리 및 고용 창출(47%), 적폐청산·정치개혁(46%), 복지 및 분배확대, 수도권 집중 및 지역소멸 등도 시급한 의제로 뒤를 이었다.
세대, 연령, 소득, 이념 성향별 인식 격차를 기준으로 분류하면 '보건 의료 안전망 확대', '저출산 고령화 대응',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전 세대와 전 계층에서 시급하다는 인식이 다수를 점했다. 반면 '일자리 고용 창출', '주거 부동산', '수도권 집중 및 지방소멸', '치안 등 사회안전' 의제는 젊은 세대일수록 더 민감하게 여겼다.
반면 '복지·분배', '적폐청산'은 진보·민주당·저소득 및 저자산 지지층일수록 중시하고, '국가안보 강화' 등은 이념·정치적 성향에 따라 온도 차이가 발생하는 이념갈등형 국가의제로 분류됐다. '사교육 대책 및 교육개혁', '남북관계 개선', 'AI 등 첨단산업의 국가경쟁력 강화', '양성평등과 소수자 인권보호' 는 전 세대, 전 계층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후순위 의제로 파악됐다.
이슈 소유권, '진보=복지/남북, 보수=안보' 여전
특정 의제를 특정 정당이나 후보가 더 잘 다룰 것이라는 인식이 공고할 경우, 해당 이슈에 대한 '이슈 소유권(issue ownership)'을 보유한다고 평가한다. 기존 연구에서는 특정한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는 집단에서 이슈 소유권을 보유한 의제를 중시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예컨대 경제양극화 완화, 삶의 질 개선, 남북관계 개선 등에서는 진보 정당에 높은 점수를 주는 반면 경제성장·일자리, 국민통합, 국가경쟁력 강화 및 국가안보 이슈는 보수정당이 우위를 보여 왔다.
이번 조사에서는 '이슈 소유권' 공식의 변화가 감지됐다. '국가안보'는 보수층일수록, '복지분배'는 진보층일수록 선호하는 경향은 전통적 공식에 부합하는 결과이다. 그러나 '일자리 고용창출'이나 '치안 사회안전' 등 보수 친화적 의제들을 오히려 진보층에서 더 중시하는 경향이 나타난 것은 이례적이다.
15대 국정과제별로 어느 정당이 잘 다룰 것으로 보는지 물어본 결과, 남북관계 복지분배 보건의료분야는 더불어민주당을 꼽은 응답이 우세했다. 국가안보와 주거·부동산 안정에서는 국민의힘을 꼽은 응답자가 다수다. 그러나 '일자리 고용', '기후변화', '수도권 집중·지방소멸', '치안·사회 안전' 등에서는 양당을 꼽은 응답이 팽팽하고, 문제를 해결할 정당이 '없다'는 응답이 30%를 넘었다. '세월호', '이태원 참사'를 거치면서 치안 및 사회 안전이 보수의 약점 의제로 자리 잡은 결과일 수 있다. 경제성장 범주의 핵심 의제인 '일자리 고용창출'이 보수의 어젠다로 인정받지 못한 것도 보수당의 입장에서 뼈아픈 대목이다. 윤석열 정부가 이념 중시 노선을 강조하고, 반대로 더불어민주당이 경제성장 의제를 포용하려는 노력이 반영된 결과로 짐작된다. 보수의 정치적 자본에 누수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 원장·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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