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한 대표의 김 여사 공격, 기괴하다
고비 때마다 김건희 지킴이
이제 공격? 과거 해명 필요
왜 하필 강화도를 찾았을까. 당선 사례라면 17일이어야 했다. 선거 다음 날 인사하는 거다. 한동훈 대표는 22일에 갔다. 하루만 지나도 썰렁한 선거판이다. 6일 늦은 방문이 흔한 일은 아니다. 세상은 그 의도를 다 알고 있다. 대통령과의 회동이 21일이었다. 빈손 회동, 모욕 회동.... 언론에서 굴욕적인 평가가 나왔다. 다음 날 아침 행보에 관심이 쏠렸다. 그게 강화도 방문이었다. 의미심장한 한마디도 남겼다. “이제부터 국민만 보고 가겠다.”
10·16 승리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당 대표? 섣불리 재단할 게 아니다. 정답도 오답도 없다. 굳이 따진다면 기준치는 있다. 보궐선거 득표율이다. 당(黨)·정(政) 지지율은 30%, 20% 근방이다. 승리한 두 곳의 득표율이 다 높았다. 강화군수 국민의힘 후보는 51%다. 금정구청장 국민의힘 후보는 61%까지 갔다. 윤석열 정부, 한동훈 정당의 지지율과 동떨어진다. 이러다 보니 해석이 많다. 서로 끌어다 붙이기 좋다.
한 대표는 본인의 승리로 해석한 모양이다. ‘굴욕적 회동’ 직후 방문이 그렇게 보였다. 또 다른 승리의 땅, 금정구도 찾았다. ‘민심을 받들어 나라를 잘되게 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 해석은 다른 듯하다. 압승 직후 통화가 알려졌다. “거봐, 열심히 하면 된댔잖아”. 박수영 의원이 받은 눈치다. 그 금정구를 대통령이 찾아갔다. 한 대표가 강화에 가던 날이다. 대통령 역시 승리의 땅에 징표를 남기고 왔다. 결과는 시간차로 중계된 결별의식이었다.
거기서 대통령의 범어사 발언이 있었다.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 ‘업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의 ‘업보’에 해석이 제각각이다. 누구는 검찰총장 시절 수사를 얘기한다. 권력을 겨눴던 수사의 추억이다. 누구는 국민의힘으로의 합당을 얘기한다. 권력을 향한 변신의 추억이다. 답은 화자(話者)인 윤 대통령만 알 것이다. 토론 없이 짐작될 건 하나 있다. 모든 업보는 김건희 여사에서 증폭됐다는 점이다. 주가조작, 핸드백, 명태균, 공천개입....
한 대표가 이걸 직격하고 있다. (김 여사가) 공식 석상에서 물러나라고 한다. (김 여사의) 측근들을 정리하라고 한다. (김 여사 살필) 특별감찰관을 임명하겠다고 한다. 오늘(30일)도 또 나아갔다. “국민 우려를 과감히 해결하겠다.” 나쁘지 않은 정치 승부다. 민심은 윤 대통령을 떠났다. 김 여사 의혹에 대한 분노다. 그 표심에 향한 구애가 필요하다. ‘김건희 지우기.’ 그걸 한 대표가 시작했다. 그런데 왠지 어색하지 않나. 한 대표가 김 여사를?
2020년 7월29일 황당한 일이 벌어진다. 한동훈 검사장이 정진웅 부장검사에게 폭행 당했다. 한 검사장의 휴대폰 비밀번호 때문이다. 김 여사와의 문자가 있다고 알려졌다. 한 대표는 끝내 열지 않았다. 그렇게 김 여사는 영부인이 됐다. 또 있다. 민주당이 도이치모터스 수사를 촉구했다. 이번에는 법무장관 한동훈이 막아섰다. “(전 정권 검찰이) 2년 간 수사했던 사건”이라며 선을 그었다. 한 장관 내내 김 여사 수사는 없었다.
문자 내용보다 중요한 게 있다. 그게 감춰졌고 그 공은 한 대표라는 거다. 주가 조작 유무보다 중요한 게 있다. 그 수사가 지연됐고 그 공도 한 대표라는 거다. 그 한 대표가 확 바뀌었다. 명태균 문자를 비판한다. 도이치모터스를 기소하라고 한다. 여론을 좇는 것이 정치인이다. 다수 여론이 그렇게 간다. 하지만 그게 한 대표인 건 기괴하다. ‘영부인 김건희’ 탄생의 기여자 아닌가. 수사 지연의 옹호자 아닌가. 먼저 받아야 할 질문이 있을 것 같다.
‘비밀번호 풀어 김 여사 문자 공개할 생각 없나’, ‘도이치모터스 수사를 막았던 이유는 정당했나’, ‘그래야 김 여사 공격이 정당하다고 보지 않나’. 여당은 곤란해서 못할 거고. 야당은 아끼느라 안 할 거고. 내 주위의 평민들만 모였다 하면 열심히 떠든다.
김종구 주필 1964kj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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