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선 전사였고, 팀에선 차별과 맞섰다…‘女축구 발롱도르’ 본마티 인생 스토리
김세훈 기자 2024. 10. 31. 01:30
전 소속팀서 유일한 여자
실력으로 고정관념 깨버려
“권력 남용·무례 불허”
강제키스 피해자 지지
스페인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의 첫 월드컵 우승에 기여한 아이타나 본마티(26·바르셀로나·사진)가 세계 최고 축구 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 상을 29일 수상했다. 본마티의 두번째 발롱도르 수상에 대해 언론들은 “차별 등 많은 역경 속에서 단련된 세계 최고 선수”라고 평가했다.
본마티는 CD 리베스 팀에서 유일한 여자 선수였다. 소년 400명 사이에서 차별과 고정관념에 맞섰다. 가메스 감독은 “그는 차별을 당했지만 내가 중재해야 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며 “그는 매우 강한 성격을 갖고 있어 누구도 그를 얕보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거친 필드에서 본마티는 과감하게 태클을 걸고, 먼지를 털고 일어나며 절대 불평하지 않았다.
그의 풀네임은 ‘아이타나 본마티 콘카’다. 어머니 로사 본마티는 자신의 성을 아버지(빈센트 콘카) 성보다 앞에 쓰는 식으로 딸의 출생신고를 하려 했다. 스페인 정부가 이를 허용하지 않자, 로사는 자신을 미혼모로 등록하고 빈센트의 정보를 서류에서 완전히 제거하는 등 계속 싸웠다. 정치인과 법 전문가 등이 관련 법 개정안을 제출했고 법안은 1999년 통과됐다. BBC는 “본마티가 자기 목소리를 잃지 않도록 하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바르셀로나 루이스 코르테스 감독은 2019년 당시 후보인 본마티의 헌신적인 태도에 감탄해 그를 1군에 배치했다. 코르테스 감독은 “본마티는 매우 야망 있는 선수로, 항상 경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내길 원했다”며 “그는 모든 훈련에 전력을 다했다”고 말했다. 본마티는 이후 바르셀로나가 4년 연속 국내 리그에서 우승하고 두차례 유럽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오르는데 기여했다. 동료 오나 바틀레는 “그는 팀의 두뇌이자 신경”이라고 극찬했다.
스페인은 2023년 8월 여자월드컵에서 우승했다. 당시 시상식에서 스페인축구협회 전 회장 루이스 루비알레스가 상을 받으러 나가는 헤니페르 에르모소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강제로 키스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본마티는 “권력 남용과 무례를 허용할 수 없다”며 “헤리페르와 같은 일을 겪고 있는 모든 여성들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본마티는 앞서 2022년 스페인축구협회에 “정신적 상태”와 “건강”에 해를 끼치는 문화와 시스템이 변화하기 전까지는 대표팀에서 뛰지 않겠다고 선언한 15명 중 한 명이었다.
9년 전, 스페인에 등록된 여자 축구 선수는 4만4873명이었다. 2023년에는 10만 명에 달했다. BBC는 “현지 사람들은 본마티를 지역 14개 팀에서 뛰는 소녀들 180명을 대표하는 ‘대모’로 생각하고 있다”며 “‘야망 뒤에는 고통이 따른다’는 그의 발언은 지금까지 이어온 그의 놀라운 회복력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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