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저장·운반에 혁신기술… 해외 도입비용 1조원 아낀다

김효인 기자 2024. 10. 31.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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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수소 저장·활용 전략 연구단
지난 23일 서울 성북구 소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본원의 한 실험실에서 ‘청정 수소 저장·활용 전략 연구단’ 연구원들이 수소 반응 장치를 살펴보고 있다. 이번 연구단은 글로벌 TOP(톱) 전략연구단으로 선정돼 수소 저장·운송 비용 50% 감축 등을 목표로 2029년까지 총 850억원 규모의 과제를 수행한다. /김지호 기자

지난 23일 서울시 성북구 소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본원 건물의 한 실험실. 연구원들이 가스통과 실린더, 배관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장비를 조작하고 있었다. ‘청정 수소 저장·활용 전략 연구단’의 이관영 단장이 장비를 가리키며 “단순하게 말하자면 수소를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는 반응 장치”라며 “온도, 압력, 촉매의 양 등 다양한 요소를 조절해 ‘액상 유기물 수소 운반체(LOHC)’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실험실 다른 한쪽에는 암모니아를 활용해 수소와 전기를 동시 생산하는 실험 장비가 자리 잡고 있었다. 정향수 KIST 수소·연료전지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수소와 전기를 동시에 생산하려는 시도는 세계적으로 처음일 것”이라며 “수소 분야에서 독일, 일본 기업 등이 앞서나가고 있지만 우리가 새로운 시도로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청정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수소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는 가운데, 수소 생산과 저장·이동·추출·활용 등 모든 과정을 아우르는 시스템 개발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해외에서 생산한 수소를 국내로 들여와 활용하려면 이와 같은 기술들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그래픽=이진영

◇수소 상용화 핵심은 저장·운반 기술

수소는 2000년대 초반부터 새로운 청정에너지 자원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현재까지 완전한 상용화를 이루지 못했다. 수소 에너지 생산 방식을 두고도 논란이 많지만, 무엇보다 상용화의 큰 걸림돌은 수소를 저장하고 운반하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이다. 수소는 상온에서 기체 상태인데, 기체 상태의 수소는 부피가 너무 큰 것이 문제다. 현재 수소 자동차 등에는 고압 압축한 수소를 탱크에 담아 싣고 있다. 이 경우 압축 과정에서 에너지가 많이 든다. 발전소를 돌릴 수 있을 만큼 큰 규모의 수소를 운반하는 데는 이 방법이 적합하지 않은 이유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고자 학계와 산업계는 혁신적인 수소 운반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가장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수소 운반체 후보로는 암모니아, LOHC 등이 있다. 액화 및 고체 저장 방식 등도 연구되고 있다. 기술별로 장단점이 있어 연구자들은 더 적합하다고 보는 방식을 효율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심재혁 KIST 수소에너지소재연구단 책임연구원은 “(전달 물질은) 수소를 효율적으로 저장하면서도 가격이 싸야 하고, 안정성도 높아야 한다”고 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마켓앤드마켓스에 따르면, 수소 저장·운송 분야 시장은 2024년 3조4700억원에서 2033년 328조78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기술 수준은 세계 9위 수준에 머무르고 있고, 관련 특허 점유율은 5%에 불과하다. 이 분야의 기술 수준 1위 국가는 중국이고, 미국(2위)·일본(3위)·독일(4위)·영국(5위)이 뒤를 따른다.

◇가장 큰 문제는 규제, “실험도 어려워”

이런 상황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정부 출연 연구 기관 협력 사업인 ‘글로벌 톱(TOP) 전략연구단 사업’의 올해 마지막 전략연구단으로 ‘청정 수소 저장·활용 전략 연구단’을 선정했다. KIST가 총괄하고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국가녹색기술연구소 등이 참여한다. 전략연구단은 암모니아 기반의 해외 청정 수소를 활용해 수소와 전기를 동시에 생산하는 통합 시스템을 개발한다. 산업 수요 맞춤형 전기 생산도 가능할 전망이다. 또 고체 수소와 액상 수소 간 하이브리드 저압·대용량 수소 저장 시스템을 개발하고, LOHC 기반의 수소 추출·활용 융합 신기술과 암모니아 신기술 개발에도 도전한다. 2029년 8월까지 총 850억원 규모의 과제를 수행하고, 이 기간 내에 일부 과제 상용화에 성공한다는 계획이다.

연구단은 ‘수소 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 관리에 관한 법률’로 인한 규제가 실증 실험의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법이 개정돼 규모가 작은 1GW(기가와트)급 실험도 인허가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이관영 청정 수소 저장·활용 전략 연구단장은 “인허가 문제를 해결하고, 출연연 융합 연구와 산업계 연계를 촉진해 상용화를 앞당기겠다”며 “수소·전기 동시 생산 통합 시스템을 개발하면 수소 저장·운송 비용이 기존의 절반으로 줄고, 2030년까지 수소 해외 도입 비용도 1조원 절감될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TOP 전략연구단

과학기술 분야 정부 출연 연구 기관(출연연) 간 융합 연구체다. 출연연의 역량을 집중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대형 성과를 낸다는 목표로 출범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지난 16일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올해 선정된 5개의 ‘글로벌 TOP 전략연구단’의 출범식을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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