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작계에 北의 핵공격 시나리오 반영하기로
한미가 31일(현지 시각) 북한의 파병을 강력하게 규탄하면서 연합 작전계획(작계)에 북한의 핵 공격 시나리오를 반영하겠다고 했다. 김용현 국방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날 미국 버지니아주(州) 알링턴 국방부 청사(펜타곤)에서 개최한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이 같은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 이후 양국 국방장관이 만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이번 SCM을 통해 한미는 최초로 ‘북한의 대남 핵 공격 상황’을 작계에 반영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향후 한미 연합 연습에는 북한의 핵 사용에 대한 대응을 포함한 현실적인 시나리오를 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의 “북한의 핵 사용 상황을 포함하는 것에 대해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보다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양국 정상이 지난 7월 채택한 ‘한미 한반도 핵 억제 핵 작전 지침’도 구체화된다. 한국 재래식 전력과 미국 핵 전력의 통합 시스템 구축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양국은 오는 12월 4차 핵협의그룹(NCG)에서 핵·재래식 통합(CNI) 초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북한이 ICBM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미측은 전략핵잠수함으로, 우리 측은 현무-5 같은 준 전략무기로 북한 타격에 나선다는 내용 등이 담길 전망이다. 또 국방부 관계자는 “내년에는 을지프리덤실드(UFS) 연습과 연계해 한미가 북한 핵 공격 관련 도상 훈련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UFS와 북한 핵 공격 상황 도상 훈련이 연계되는 것은 처음이다. 다만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해서 국방부 관계자는 “해당 사안은 논의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 집권 1년 차였던 2018년 SCM 공동성명에서 삭제됐던 ‘북한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준수하라’는 메시지는 7년 만에 다시 담겼다. 북한이 올해 초 ‘NLL은 유령선’ ‘해상경계선’ 같은 발언을 하며 육로에 이어 NLL 일대에서 일방적으로 해상 국경선 설정 등에 나설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주한 미군 규모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이달 초 타결된 한미방위비분담금협정이 한미 연합방위 태세 강화에 크게 기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미측 전략자산의 전개 빈도 증가 및 전개를 정례화하기로 한다”고 명시했다. 미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연속성을 확보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한편 양국은 이번 SCM을 통해 ‘인태지역 한미동맹 안보협력프레임워크’를 승인했다. 한미가 아세안(ASEAN) 국가 및 태평양 도서 국가들의 해양 안보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취지다. 한반도 외의 지역에서 군사 협력을 위해 양국 국방 당국이 공동 채택한 첫 문건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아세안 및 태도국의 역량 강화를 위한 실질 과업을 도출하고 역내 평화 안정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의 대중국 정책에 우리도 일정 부분 협력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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