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25시] 영상 재판 확대 시행 3년… 운전 중에, 지하철에서 변론하는 변호인들
최근 서울동부지법의 한 민사 단독부 영상 재판에서 변호인이 운전하면서 변론을 해 논란이 됐다. 핸들을 쥔 변호인의 옆모습 뒤로 차창 밖 풍경이 법정 화면에 그대로 나온 것이다. 법원 관계자는 “백번 이해해 남이 운전하는 차를 탔나 싶었는데, 변호인이 직접 핸들을 움직이자 법정 안 모두가 당황해 얼음이 됐다”고 말했다.
다음 달이면 영상 재판이 확대·시행된 지 3년이 된다. 갈수록 영상 재판을 남용하는 변호인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영상 재판은 소송 관계인이 법정에 출석하지 않고 컴퓨터 등을 이용해 영상으로 재판을 진행하는 제도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2021년 11월 전면 확대됐다. 민사·형사·가사·행정 사건 등에서 이용할 수 있는데, 주로 민사재판에서 많이 활용된다. 처음엔 지방에 거주하거나 교도소 수감 등으로 부득이 재판에 나오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재판 지연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지난 5월 서울동부지법의 한 민사재판에선 원고 측 변호인이 “노트북이 고장나 얼굴은 노트북의 카메라로 비추고, 음성은 통화로 변론하겠다”고 했다. 법정에선 녹음을 위해 스피커폰으로 변호인과 전화를 연결했지만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결국 재판은 미뤄졌다. 판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영상 재판 신청을 모두 받아줬는데, 이 일을 계기로 원칙을 바꿨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재판에선 지하철 플랫폼에서 변호인이 영상 재판을 연결하는 바람에 법정에 지하철 안내 음성이 중계되기도 했다.
한 서울중앙지법 판사는 “법원 바로 앞 서초동에 사무실을 둔 변호사가 ‘교통 불편’을 이유로 영상 재판을 신청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며 “1km 남짓 거리에 어떤 교통 불편이 있다는 것인지 황당할 뿐”이라고 했다.
현행법이 영상 재판 출석과 관련한 규정을 따로 두지 않아 빚어지는 일들이다. 법조계 한 인사는 “대학 온라인 수업도 조용한 장소, 단정한 복장 등 최소한의 규정이 있는데, 법원 재판에 관련 규정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의뢰인에게 돌아가는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영상 재판 이용 건수는 2021년 11월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 지난 한 달에만 7157건 시행됐다. 역대 최고치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실시된 영상 재판은 7만8796건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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