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기업 덮친 ‘3C’… 3분기 너도나도 어닝쇼크

윤진호 기자 2024. 10. 31.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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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사 중 11사, 전망치 크게 밑돌아
그래픽=김하경·adobefirefly

국내 전자 기업 18곳 중 11곳(61%)의 올해 3분기 영업 이익이 증권가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을 내놨다. 반면 어닝 서프라이즈(전망치 상회) 실적을 낸 기업은 3곳에 그쳤다. 기업 실적이 증권사 전망치를 벗어나는 경우는 심심찮게 발생하지만, 보통 어닝 쇼크 기업과 어닝 서프라이즈 기업 비율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이번처럼 특정 업종에서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기업이 많이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전자·반도체 업종 어닝 쇼크의 원인으로 고객사(Client)와 비용(Cost), 중국(China) 변수를 꼽는다. 핵심 고객사의 실적 부진, 물류비·원자재 비용 상승, 중국의 추격과 경기 침체가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전자 업종의 경우 내수보다 수출 의존도가 높아 이 같은 요인에 더 많이 노출됐다는 분석이다. 이른바 3C(Client·Cost·China) 리스크가 국내 전자 기업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변수들이 당분간 해소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4분기 실적도 매우 유동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하경

◇3C 리스크에 흔들린 전자

30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전자 및 반도체 업종 기업 중 증권사 전망치가 제시된 곳은 18사다. 이 중 영업 이익이 증권가 전망치에 미달한 기업은 13사였는데, 대다수(11사)가 전망치보다 10% 이상 낮은 어닝 쇼크였다. 어닝 서프라이즈 실적을 낸 기업(3사)의 거의 4배였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필수 장비를 생산하며 SK하이닉스와 긴밀한 한미반도체와 주성엔지니어링 정도만 깜짝 실적을 냈다.

LG이노텍은 핵심 거래처인 애플의 예상치 못한 판매 부진의 영향을 받았다. LG이노텍에서 카메라 모듈 사업부의 매출 비율은 80%. 이 사업부 매출의 90%는 애플과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출시된 아이폰 16 시리즈는 출시 첫 주 판매량이 3700만대로 전작보다 12.7% 줄었다. 판매 부진으로 재고가 쌓이다 보니 LG이노텍의 주문량도 줄었다. 그 결과 LG이노텍의 3분기 영업 이익은 1304억원으로 시장 전망치(2577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그래픽=김하경

LS일렉트릭은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 수혜 기업으로 주목받았다. 증권가에서는 LS일렉트릭이 3분기에 791억원 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했지만, 실제로는 665억원에 그쳤다. 고객사들의 북미 시장 진출이 예상치 못하게 지연된 영향이다. 이동현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LS일렉트릭의 국내 고객사들이 미국 대선을 앞두고 투자 집행을 주저하다 보니 3분기에 일시적으로 쇼크 수준의 실적을 냈던 것”이라며 “지연된 물량은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제 정치 불안도 영향”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이번처럼 시장 전망이 크게 빗나간 원인으로 지정학적 요인이 꼽힌다. 물류비가 급등해 수익성이 악화된 LG전자가 대표적이다. LG전자는 가전제품 및 가전 구독 수요가 늘어나며 3분기 매출 22조1764억원으로 사상 최대 3분기 매출액을 기록했지만, 수익성은 기대에 못 미쳤다. LG전자 3분기 영업 이익은 7519억원으로 증권사 전망치(1조154억원)보다 26%가량 낮았다. LG전자 관계자는 “중동 지역 분쟁과 지난 5월 미국의 대중국 관세 인상 발표 여파로 수출입을 앞당기려는 각국 수요가 폭증하면서 글로벌 해상 운임이 크게 오른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미국의 대중 제재로 자극받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범용 D램 시장에 영향을 줬다.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4년 새 D램 생산 능력을 5배 가까이 끌어올렸다. 스마트폰·PC 판매 부진에 CXMT의 물량 공세까지 더해져 D램 가격이 9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에 9조1000억원 이익을 냈지만, 시장 기대(10조7717억원)에는 못 미쳤다.

4분기에도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 데다, 미국의 대중 제재 분위기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기업 실적 부진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자 업계 관계자는 “미국 대선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전자 업종의 수출에 영향을 미칠 변수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그 결과에 따라 기업들의 실적도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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