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함께한 3인방 “日 애니 강점은 열정과 소통”

백수진 기자 2024. 10. 31.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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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메의 문단속’ 캐릭터 그린 다나카 마사요시와 친구들
같은 섬에서 자란 소꿉친구인 세 사람은 고슴도치를 닮은 신비의 동물 후레루를 만난 후, 서로의 생각을 읽을 수 있게 된다. /미디어캐슬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대표작인 ‘날씨의 아이’는 한국 개봉 5주년을 맞이해 30일 재개봉했다. 롯데시네마는 이에 맞춰 ‘스즈메의 문단속’ ’너의 이름은.’까지 상영하며 ‘재난 3부작’이라 불리는 신카이 감독의 대표작들을 모아 기획전을 마련했다. 26일 개막한 부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BIAF)도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신카이 마코토 애니메이션 OST 공연으로 문을 열었다.

여전히 인기가 식지 않는 ‘재난 3부작’의 캐릭터들은 애니메이터 다나카 마사요시(48)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스즈메의 문단속’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에서 캐릭터 디자이너를 맡은 그가 이번엔 신작 ‘후레루’를 들고 BIAF를 찾았다. 일본에서 인기리에 방영됐던 TV 애니메이션 ‘토라도라!’(2008),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2011)의 감독 나가이 다쓰유키, 각본가 오카다 마리와 다시 뭉쳤다. 48세 동갑내기인 세 사람은 20년 가까이 함께 활동해 오고 있다.

‘후레루’의 작화 감독 다나카 마사요시, 각본가 오카다 마리, 감독 나가이 다쓰유키(왼쪽부터)가 부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을 찾았다. /미디어캐슬

내년 초 개봉 예정인 ‘후레루’ 역시 세 소년의 우정 이야기. 외딴섬에서 자란 세 소년은 전설로 내려오던 바다 생물 후레루를 만나면서 서로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다. 고슴도치처럼 생긴 후레루는 텔레파시 능력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신비의 생명체. 다나카는 “일본어로 ‘닿다, 접하다’라는 뜻의 ‘후레루’는 소통의 어려움에 대한 작품이기 때문에, 캐릭터도 바늘 때문에 만지고 싶어도 만지지 못하는 고슴도치로 표현하게 됐다”고 했다.

살아 움직이는 듯 생생한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선 애니메이터도 배우처럼 연기력이 필요하다. “슬픈 감정을 표현할 땐, 거울에 비친 제 얼굴을 보면서 그리기도 하고요. 무언가에 열중한 표정을 묘사할 땐, TV를 보는 사람들의 표정을 관찰해요. 살짝 입을 벌리는 사람도 있고, 눈을 희번덕거리면서 보는 사람도 있죠.”

다나카는 작품의 기획 의도를 녹여낸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너의 이름은.’에서는 인연, 매듭이 주요한 소재라 여주인공 미쓰하의 머리 스타일에도 붉은 매듭 끈을 넣었다. “실어증인 캐릭터는 눈을 덮는 앞머리로 말하지 못하는 답답함을 표현했고, 은둔형 외톨이에게는 그때그때 다른 글씨가 적힌 티셔츠를 입히기도 했죠.”

저마다 다른 습관이나 행동으로 캐릭터를 차별화하는 것도 다나카의 특징. 특히 “손 연기에 신경을 쓴다”고 했다. “커피 잔을 잡을 때도 사람의 성격에 따라 한 번에 움켜잡는 사람도 있고, 새끼손가락을 들고 잡는 섬세한 사람도 있잖아요. 캐릭터들의 성격이 드러나기 때문에 손 연기에 공을 많이 들이는 편입니다.”

애니메이션 '후레루' /미디어캐슬

‘후레루’는 국내에서도 인기 있는 J팝 가수 요아소비가 처음으로 장편영화 OST에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나가이 다쓰유키 감독은 “요아소비는 소설이나 이야기를 바탕으로 음악을 만들어 오던 그룹이라, 이번에도 사전에 음악을 만들기 위한 소설을 써서 보냈다”고 했다.

애니메이션 역시 수많은 사람이 모여서 하는 공동 작업. 코로나가 유행하는 동안 화상회의를 하면서 이들 역시 소통의 어려움을 절감했다. 나가이 감독은 “오랜 관계에 기대서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알겠지’라고 생각하던 것이 화상회의로는 한계가 있더라. 정확하게 말로 표현해서 전달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구나 새삼 깨닫게 됐다”고 했다.

각본을 쓴 오카다는 “코로나 기간에 소셜미디어를 많이 보게 됐는데, 사람들이 속내를 털어놓고 대화할 상대를 찾고 있다고 느꼈다”면서 “내 생각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상대의 마음에 닿기 위해 노력하는 일에 대해 고민하면서 각본을 썼다”고 했다.

극장가 침체에도 애니메이션만큼은 유례없는 호황을 맞았다. 지난해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 규모는 사상 최초로 3조원을 돌파했다. 덕분에 BIAF도 올해 사상 최대 관객을 동원할 전망이다. 특히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고전 애니메이션과 젊은 관객이 열광하는 음악 애니메이션의 좌석 점유율이 높았다.

김성일 BIAF 프로그래머는 “일본 애니메이션은 탄탄한 자국 팬덤에 더해, OTT를 통해 새로운 해외 팬까지 유입되면서 물 만난 물고기가 됐다”면서 “애니메이션 팬들은 OTT에서 작품을 반복 시청하고, 만화책·앨범·캐릭터 상품까지 사들이기 때문에 더 좋은 작품을 위한 투자로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다나카 마사요시는 “일본에선 여전히 멈춰 있는 그림을 움직이고자 하는 애니메이터들의 열정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애니메이션 ‘후레루’

토라도라!’ 등 일본의 인기 애니메이션을 만든 감독 나가이 다쓰유키, 작화 감독 다나카 마사요시, 각본가 오카다 마리가 또 한번 뭉친 장편영화. 텔레파시 능력을 지니게 된 세 소년의 우정을 그렸다. ‘후레루’는 ‘접촉하다, 닿다’라는 뜻의 일본어로 극에 등장하는 신비로운 동물의 이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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