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무리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올여름 드라마를 한 편 썼다. TV에서 하는 미니시리즈가 아니라 요즘 유행하는 숏폼 드라마였다. 내가 쓴 숏폼 드라마는 편당 2분 내외로 50부작이었다. 편한 마음으로 집필을 시작했다가 올여름을 다 바칠 정도로 고생했지만 그래도 다행히 대본이 잘 나와서 마음은 뿌듯했다.
오랜만에 밤새도록 작업해 봤고,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밤새도록 글쓰는 건 못하겠다는 체념도 해봤다. 그렇게 원고를 끝내고 친한 형과 술 한잔 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그 형이 내 얼굴을 보더니 “왜 이렇게 피곤해 보여?” 하고 물었다. 나는 “요즘 드라마 쓰느라 밤을 좀 새웠더니 피곤하네요” 하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그 형이 “피로를 이기는 게 프로야!”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툭하면 대본 쓰느라 밤을 새운 학창 시절이 떠올랐다. 남들보다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니고 천재적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노력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던 시절이다. 쓰고 지우고, 다시 쓰고 지우고 정말 지독하게 쓰고 지우고를 반복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아침이 밝아왔다. 맘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내 나름대로 “내 작품”이라 생각하고 수업 시간에 참여하면 교수님께 혼나고 깨지는 게 일상이었다.
그때도 그 형은 이렇게 말했다. “수고했어. 작품이 나왔다는 건 남들보다 무리해서 무언가를 했다는 거야. 무리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되거든.”
난 이상하게 그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남들과 똑같이 자고 똑같이 놀면서 나만의 작품을 쓴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무리’를 해서라도 남들보다 더 고민하고 남들보다 더 열심히 써야 최소한 내 작품이라고 부를 만한 게 나온다고 믿었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무조건 밤을 새우고 코피가 날 때까지 하라는 말이 아니다. 무언가 나만의 것을 완성하고 싶다면 시간이든 노력이든 뭐가 됐든 약간 ‘무리’를 해야 한다. ‘무리’를 하다 보면 피로가 쌓이겠지만 “피로를 이기는 게 프로”니까, 나만의 작품을 갖고 싶다면 아주 조금이라도 ‘무리’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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