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유상증자 전격 결정… 주가는 하한가로 마감

이정구 기자 2024. 10. 31.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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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이사회 “유통株 20% 늘려”
최윤범 회장 ‘경영권 방어’ 차원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MBK·영풍 연합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 주가가 30일 하한가(전날 대비 -30%)를 기록하며 108만1000원까지 급락했다. 이날 고려아연 이사회가 발표한 ‘주식 373만주 유상증자’ 계획 때문이었다. 유상증자는 주식회사가 시설 투자, 차입금 상환 등을 목적으로 새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다. 회사 자산은 증가하지만, 유통 주식이 늘어나 MBK 등 기존 주주의 지분율은 희석된다. MBK 측은 이날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결정은 기존 주주들과 시장 질서를 유린하는 행위, 배임”이라며 “유상증자 결정을 저지하기 위해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이날 고려아연 유상증자 계획에 대해 “갑작스러운 유상증자와 주가 하락을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보고 있으며, 투자자들이 예상치 못한 결정인 만큼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약 2조5000억원을 조달해 차입금 상환 등에 쓴다고 밝혔지만, 이번 유상증자의 핵심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가깝기 때문이다. 기존 주주인 MBK와 최 회장 모두 지분율은 대폭 감소하지만 우리사주조합 등 ‘백기사’가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면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유상증자 주당 67만원(예상가)은 최근 공개 매수가(주당 89만원)보다 크게 낮고, 전날 종가(154만3000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자본시장에선 주가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래픽=이철원

◇우리 사주 배정, 지분 4% 추가 확보 가능

고려아연은 이날 오전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일반 공모 유상증자’ 안건을 의결하며 “소액 주주, 기관 투자자, 일반 국민 등 다양한 투자자가 주주로 참여할 기회를 제공해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계와 자본시장에선 “최 회장 측이 불확실한 주총 표 대결을 앞두고 깜짝 카드로 유상증자를 택했다”며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우선 최 회장 측은 여러 유상증자 방식 중 불특정 다수가 청약한 뒤 신주를 배정받는 ‘일반 공모’를 택했다.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에 신주(新株) 인수 우선권을 부여하거나 특정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방식도 있는데, 전자는 현재 지분 약 38%인 MBK·영풍 측에 우선권이 가기 때문에 쓸 수 없다. 제3자 배정은 경영권 분쟁 중 ‘편파’ 논란으로 부담이 크다.

일반 공모에는 최 회장 측이 해외 협력사뿐 아니라 최씨 집안 자금까지 동원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 사주 조합 배정’ 히든 카드도 있다. 고려아연은 청약 모집 주식(최대 약 373만주) 중 80%는 일반 공모로 배정하고, 20%는 관련 법에 따라 우리 사주 조합에 주기로 했다. 목표대로 유상증자가 되면 우리 사주가 고려아연 지분 약 4%를 확보해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은 최소 4%포인트 늘 것으로 전망된다.

◇MBK도 예상 못 한 유상증자

이날 유상증자는 MBK 측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MBK 측은 이날 이사회에서 고려아연이 기존 자사주 1.4%를 우리 사주에 넘겨 의결권을 살릴 것으로 보고 대책을 논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MBK 측은 유상증자 관련 입장문을 내고 “자본시장과 주주들을 경시하는 최윤범 회장의 처사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며 “최 회장은 고금리 차입금으로 주당 89만원에 자기 주식 공개 매수를 진행해 회사에 막대한 재무적 피해를 입혀 놓고선, 그 재무적 피해를 이제는 국민의 돈으로 메우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의 유증 결정은 자사주 공개 매수가 배임이라는 점을 자백하는 행위”라며 “이번 유상증자 결정을 저지하기 위해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MBK는 유상증자 절차 진행을 막기 위해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하고 추후 배임 관련 소송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법원 판단으로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2000년대 초반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 때도 ‘유상증자’ 논란이 있었다. 당시 KCC그룹의 경영권 공격에 대해 현대그룹은 방어 차원에서 현대엘리베이터 일반 공모 유상증자를 택했는데, 당시 법원은 ‘경영권 분쟁 중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이뤄졌다’고 판단하며 유상증자를 막은 바 있다.

☞유상증자(有償增資)

주식회사가 주식을 새로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 발행 주식과 자본금 모두 늘어나 회사 자산은 증가하지만, 기존 주주는 지분 가치가 낮아진다. 고려아연은 원하는 사람은 청약할 수 있는 ‘일반 공모 증자’를 통해 주식 약 373만주를 신규 발행해 약 2조5000억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유상증자는 자금 조달 목적보다 MBK 측 지분율을 희석시키고, ‘백기사’를 유상증자에 참여시켜 우호 지분을 늘리려는 목적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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