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호위반 해놓고 “배째라”…이런 몰상식들, 1년간 과태료 체납액이 무려

교통 ‘딱지’ 지난해 1조 돌파
안내고 버티기도 1천억 넘어

경찰관들이 암행순찰차로 교통법규 위반차량을 단속하는 모습. 이충우 기자

시민들의 공익신고 등에 힘입어 운전자가 교통법규를 위반했을 때 발부되는 과태료 금액이 해마다 늘어나 지난해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태료를 내지 않고 버티는 ‘얌체 운전자’들 역시 늘어나 과태료 미납 금액도 1000억원을 넘어섰다. 과태료 체납자에 대한 불이익을 강화해 과태료 부과의 실효성을 강화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경찰청에 따르면 교통 과태료 처분액은 지난해 1조317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0년 7932억원 대비 66% 늘어난 수치다. 과태료 처분 건수는 같은 기간 1551만건에서 2428만건으로 56% 늘었다. 전국에 설치된 교통 단속용 감시카메라(CCTV)가 늘어나고, 다른 운전자들의 공익신고 또한 활발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과태료를 내지 않고 버티는 운전자들도 크게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매년 집계되는 교통과태료 체납액은 2020년 396억원에서 지난해 1326억원으로 235% 급증했다. 올해도 이같은 추세가 이어지며 9월까지 신규 체납액이 926억원에 달한다.

현행법은 과태료 시효를 부과 처분 이후 5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체납 과태료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미비했던 과거에는 ‘구멍’이 있었다. 30만원 이상의 과태료를 60일 넘게 체납하면 차량 번호판을 영치할 수 있지만, 관련 조치가 누락되는 경우가 빈번했다. 압류 처분 미시행 등의 이유로 소멸시효가 지나 징수할 수 없게 된 교통 과태료는 2019년에만 234억원에 달했다.

[사진 = 연합뉴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찰은 체납 과태료에 대해 자동으로 독촉장을 새로 발급하고, 차량을 압류 등록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소멸시효 완성 사례가 발생하는 것을 원천 차단했다.

소멸시효 문제는 개선됐지만 여전히 과태료 납부를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은 사실상 전무해 과태료 부과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법은 체납 과태료 총액이 1000만원 이상인 사람이 과태료를 1년 이상 내지 않거나 3회 이상 체납했을때 당사자를 구금하는 ‘감치’ 대상이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렌터카 등 법인사업자가 아닌 경우 과태료가 1000만원 이상 쌓이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과태료 장기 체납 시 불이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명예교수는 “현행 제도는 성실한 납부자만 바보가 되는 구조다. 벌과금을 가중시키는 등 장기 체납자 제재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