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제 'APT' 인기 언급한 이창용…"아파트값 오를까 걱정입니다"
"로제의 'APT'가 뜨는데, 아파트 값이 오를까봐 걱정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가수 로제(ROSE)의 'APT' 노래를 언급하며 부동산 시장을 걱정했다. 대학생 등 900명이 몰린 특강에서다.
이 총재는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대 이냐시오관 소강당에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주도해 설립한 '서강대 멘토링센터-생각의 창' 프로그램에서 특별강연을 하며 이같이 말했다. '생각의 창'은 청년들에게 축적된 경험을 나누고, 그들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박 전 장관이 하버드대의 멘토링 시스템을 본 떠 만들었다.
이날 행사는 '글로벌시대 세상을 이끄는 사람들' 주제로 열렸다. 멘토링센터에서 진행한 첫번째 특강으로, 이 총재 특강 후엔 박 전 장관이 묻고 이 총재가 답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박 전 장관은 "당초 400명만 신청을 받으려고 했지만 서강대 학생 등 900명이 몰렸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 중산층을 살릴 방법을 묻는 질문에 로제의 APT를 언급하면서 "우리나라는 집값과 먹거리, 옷값 등 기본적인 의식주가 비싸다"며 "기본적인 것이 적당한 가격이 돼야하는 만큼 집값을 잡는게 상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후 통화 완화로 부동산과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을 우려하는 이 총재의 속내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총재의 발언은 추가 금리 인하와 관련해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을 고려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또 수도권 집중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묻는 질문에 대학 입시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총재는 "성적순이 반드시 공정한 것은 아니다"며 "우리나라는 지방 학생이 84%고, 서울학생은 16% 수준으로 각 학교는 고등학교 학생수에 비례해서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먼서 "세계 어느나라 대학도 성적만으로 뽑는 곳은 없다. 외국처럼 여러 지역에서 골고루 뽑는 등 이를 통해 비정상을 정상화로 가야한다"며 "불가능하다고들 하는데 교수들이 마음만 먹으면 할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총재는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 상위권 대학이 입시에서 지역별 비례선발 제도를 도입할 것을 주장한 바 있다.
그는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도입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이 총재는 "화폐는 민간이 컨트롤 하면 위험이 많다"면서 "화폐 가치는 공신력이 있어야 하고, 중앙은행에 의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도입 시기에 대해서는 미국과 유럽이 도입한 이후를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우리가 먼저 했다가는 시스템이 다 바뀔 수 있다"면서 "세계적인 상황을 보고 도입하려고 한다"고 했다.
최근 입시제도와 농산물 수입 등 구조적인 문제를 화두에 던지는 것에 대해선 "시간이 지나면 받아들여질 것으로 본다"면서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반대하는 분들도 부모님이 90살 정도되면 공감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밖에 대학생 등 젊은 층에 대한 조언으로 "본인에 대한 수요를 키워라"며 "나의 능력이 독점이 되면 사회에서 나를 더 받을 수 있는 만큼 자신의 가치를 비탄력적으로 만들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00살 시대에는 70살에도 일을 해야 하는 만큼 2~3개의 직업을 가질 준비를 해야 한다"면서 "싫어하는 것을 하나씩 빼면 후회하지 않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고 덧붙엿다.
박 전 장관은 이날 행사를 진행하며 날카로운 질문도 던졌다. 박 전 장관은 'AI시대가 다가오는 대전환 시대에 한은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고 물었고. 이 총재는 "한은이 독자적으로 AI 프로그램을 운영해야할 지, 상업적 프로그램을 따라갈지 현실적 고민이 있다"며 "거시적으로 볼때 AI는 우리에게 큰 기회다. 저도 AI를 많이 활용하고 있고 직원들에게도 많이 사용하라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취업을 준비 중인 학생들에게 "AI를 사용해서 생산성을 올리는 게 중요하다"며 "AI를 활용해 자신의 생산성을 올리면 취업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정진우 기자 econph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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