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재정 늪에 빠진 HUG, 내년 전세보증보험 차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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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제동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허그)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절차가 중단된 배경에는 '건전 재정'을 앞세운 기획재정부의 초긴축 예산 편성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그는 역전세 현상 등으로 보증사고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손상된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데, 정부가 단 한 푼의 예산도 배정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30일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허그는 전날 최대 1조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한 절차를 일시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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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제동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허그)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절차가 중단된 배경에는 ‘건전 재정’을 앞세운 기획재정부의 초긴축 예산 편성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그는 역전세 현상 등으로 보증사고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손상된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데, 정부가 단 한 푼의 예산도 배정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허그는 전세 보증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터라 자칫 이번 사태의 불똥이 일반 서민층으로 튈 위험이 있다.
30일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허그는 전날 최대 1조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한 절차를 일시 중단했다. 앞서 허그는 지난 28일 금융당국에 5천억~1조원 규모의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뒤, 기관 수요 예측에 따라 다음 달 5일께 수요에 따라 7천억원 규모 수준에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계획이었다. 이 증권은 만기 연장권이 발행사에 있어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증권신고서 보완 등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며 허그에 관련 절차 중단을 통보했다.
허그가 자본확충에 나선 건 2022년 전세사기·깡통전세 여파로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돌려준 전세보증금(대위변제액)이 급증하면서 재무 구조가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허그는 지난해에만 대위변제로 3조5444억원을 쓴 데 이어, 올해 1~9월에도 3조220억원을 썼다. 회수율은 10%에도 못 미치면서 허그의 자본은 2022년 5조5916억원에서 지난해 말 2조996억원으로 반토막 났으며, 이후 출자로 다시 올해 1분기 6조8천억원 규모로 늘어난 자기자본은 4분기에 2조68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와 상황이 비슷해질 전망이다.
재무구조가 나빠지면 허그는 보증 사업을 제대로 펼치기 어렵다. 주택도시기금법이 자기자본의 90배(결산 기준)까지만 보증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어서다. 허그는 올 4분기에 보증배수가 130배를 웃돌 것으로 추산한다. ‘데드라인’은 올해 결산 내역이 공시되는 내년 3월까지다. 이때까지 자본 확충에 실패하면 법 위반에 해당돼 보증 사업을 할 수 없다. 주목할 점은 허그가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끌어오려고 결정했다는 것이다. 통상 공공기관은 재무구조가 부실해지면 정부 출자를 받는 게 일반적이다. 실제 지난해 12월~올해 2월 정부는 허그에 5조원 가까이 출자한 바 있다. 허그가 통상적이지 않은 방식을 택한 건 기재부가 출자를 위한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기재부에 허그 출자용 예산 6천억원가량을 요구했으나 기재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건전 재정 기조 아래 ‘짠물 예산’을 편성하려는 기재부의 허들을 넘지 못하면서 우회로로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선택했다는 뜻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허그와 국토부 쪽 출자 요청이 있었다. 하지만 신종자본증권 발행이라는 방식도 있기 때문에 예산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실상 기재부가 허그를 신종자본증권 발행이란 막다른 길로 유도한 셈이다.
국토부 등 관계부처는 예산안이 이미 국회로 넘어간 터라 허그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협의를 서두른다는 방침이다. 채권 시장 등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발행 금리 등의 조건과 규모·시기 등이 주된 협의 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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