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회장 ‘탄핵 기로’…의·정 갈등 해소 실마리 되나
내달 10일 대의원총회서 결정
‘막말’과 부적절한 합의금 요구 등으로 논란을 빚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사진)에 대해 의협 대의원회가 다음달 10일 불신임 투표를 진행한다. 그간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계 내부 단체들과 잦은 갈등을 빚던 임 회장이 물러나는 것을 계기로 의협이 의료계 대표성을 회복하고 의·정 갈등 해결의 중심에 서게 될지 주목된다.
30일 의협 등에 따르면 다음달 10일 열릴 임시총회에서 재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이들 중 3분의 2 이상이 안건에 찬성하면 임 회장은 물러나게 된다. 임 회장은 지난 5월 취임했다. 이번에 탄핵된다면 임기를 반년도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임 회장이 물러난 후 의협은 60일 내에 새 회장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
의협 내부에서 임 회장에 대한 불신임 기류가 강해진 것은 8개월 넘게 계속되는 의료대란을 임 회장 체제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조현근 의협 부산시 대의원은 지난 21일 “현재 의협 집행부는 학생과 전공의뿐만 아니라 의사 회원들에게도 완벽히 신뢰를 잃었다”며 “하루빨리 현 의협 집행부의 책임을 물어 혼란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신임 절차를 진행 중인 의협 내부 구성원들은 임 회장 체제에서 의협이 각종 의료정책에 이렇다할 목소리를 내지 못한 점을 지적한다. 조병욱 의협 대의원은 “의대 증원 문제와는 별개로 윤석열 대통령이 진행하는 의료개혁이라고 하는 것이 진행되면서 생긴 문제들이 있다”며 “임 회장 집행부는 필수의료 패키지, 간호법 제정 등 각종 의료 현안에 대해 제대로 된 정책 제시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임 회장 취임 직전까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의협을 이끈 김택우 전국시도의사회장협의회장은 “불신임까지 오게 된 데는 막말과 최근 현금 수수 건으로 인해서 협회의 명예를 실추시킨 부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의혹을 제기한 서울시의사회 간부를 고소했는데, 임 회장이 고소 취하 조건으로 5만원짜리로 1억원을 요구했다는 녹취록이 최근 공개돼 문제가 됐다. 김 회장은 “(이런 일들로 인해) 전공의와 의대생들까지 의협을 외면하고, 의협이 대국민 메시지를 던지기가 참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임 회장이 물러나더라도 당장 의료계가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하거나, 의·정 갈등이 봉합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관계자는 “의료계는 단체가 여러 개라 항상 어떤 단체가 대표성을 띠느냐의 문제가 나온다”고 말했다. 2020년 의사 단체행동 때 최대집 전 의협 회장이 당정과 ‘9·4 의정합의’를 체결했지만 당시 투쟁에 앞장서던 전공의들은 최 전 회장이 독단적으로 협약을 맺었다며 거세게 비판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누가 의협 회장이 되더라도 결국 문제가 해결되려면, 전공의들이 테이블에 앉는 상황이 조성돼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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