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현금성 복지’ 삭감, 교육자치 흔드나
교육부, 교부금 시행령 개정
지출 많은 곳 10억씩 깎기로
늘봄학교·AI 교과서 등
이주호 장관 중점 정책은
항목 신설, 내년 증액 편성
‘교육청 길들이기’ 비판 나와
교육부가 현금성 복지 지출 규모가 큰 시도교육청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삭감하고 늘봄학교,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등 중점 정책을 교부금 배분 기준에 추가한 것을 두고 교육자치를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30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시행령 개정안 내용을 보면,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핵심적인 사항은 교육부가 시도교육청에 줄 보통교부금을 산정하는 기준에 ‘자체 사회보장적 수혜금 지출 비율’을 추가한 것이다. 사회보장적 수혜금은 교육청 자체 재원으로 추진하는 현금성 복지 사업을 뜻한다. 2027년부터 현금성 복지 지출이 높은 상위 8개 시도교육청은 교부금이 10억원씩 깎인다. 사실상 ‘페널티’에 해당한다. 교육부는 교부금 집행과 관련해 재정 낭비 지적이 나오는 데 대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교육부는 기준재정수요 항목에 늘봄학교·방과후학교 사업비, 디지털 기반 교육 활성화 지원, 교원 연수 운영·지원, 기초학력 보장 지원 등을 신설했다. 모두 이주호 교육부 장관의 중점 추진 정책이다. 교육부는 내년에 보통교부금을 내줄 때 신설된 항목은 증액해 편성한다. 늘봄학교(3000억원), 교원역량개발(5300억원), 기초학력(3500억원), 평생교육(860억원) 등 약 1조2660억원 규모다.
교육교부금은 교육부가 교육청에 내려보내는 예산으로 유치원·초중등 교육 재원으로 쓰인다. 교육교부금은 보통교부금과 특별교부금으로 나뉘는데 시도교육청이 자율적으로 사용하는 예산은 보통교부금이다. 2024년 본예산 기준 보통교부금은 66조3385억원으로 시도교육청 예산의 약 72%를 차지한다.
교육계 일각에선 이번 개정안이 교육자치를 훼손한다고 본다. 교육청 자체 사업은 지출 규모에 따라 제재하고 교육부 주요 사업을 교부금 배분 기준으로 삼아 교육청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사실상 늘봄학교와 AI 디지털교과서를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시도교육청에 더 많은 재정을 교부하겠다는 선언으로 교육자치에 대한 위협”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의 예산 편성 자율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했다.
교육부가 말하는 ‘현금성 복지’ 사업의 성격이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입학준비금, 교복지원금 등 소득·계층 상관없이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돈을 현금성 복지비로 꼽았다. 인구소멸지역의 경우 저출생 대책 일환으로 이런 정책을 추진하기도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도교육청과 협의해 (제재) 범위와 강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도교육감 입장에선 세입은 감소하는데 세출 부담은 늘어나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최근 2년간 정부 세수 결손으로 보통교부금이 줄었고, 담배소비세를 지방교육세로 전입하는 조항과 고교 무상교육 재원을 국고에서 분담하도록 한 조항 모두 올해 12월31일로 법률 효력이 사라진다. 반면 늘봄학교, AI 디지털교과서, 유보통합 등 늘어난 세출은 교육청 예산으로 부담해야 한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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