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선동 현장서 해리스 “폭군에 굴복 말라”

김유진 기자 2024. 10. 30.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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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6 의회폭동 ‘시발점’ 된 공원서 차별화 총력
‘최후변론’으로 명명한 연설…7만5000여명 몰려 열기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11월5일)을 일주일 앞둔 29일(현지시간) 워싱턴 내셔널몰에서 군중이 밀집한 가운데 연설하는 모습이 대형 스크린에 비치고 있다. 워싱턴 |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 취임 첫날 정적 명단(enemy list)을 들고 가겠지만 나는 미국인들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을 적은 목록(to do list)을 들고 백악관에 갈 것이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29일 밤(현지시간) 수도 워싱턴에서 불 켜진 백악관을 배경으로 연단에 올라 경쟁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 자신을 극명하게 대비시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쩨쩨한 폭군” “독재자”로 지칭하며 독설을 날린 그는 “미국에 새로운 세대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간”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미 대선을 꼭 일주일 남겨둔 이날 ‘최후변론’으로 명명한 연설의 무대로 택한 곳은 백악관 바로 옆 엘립스 공원. 장소 선정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차이를 극대화하려는 계산이 깔렸다. 이곳에서 2021년 1월6일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2020년 대선 결과 불복 연설을 했고, 이후 극성 지지자들이 연방의회 의사당에 난입했다. ‘미국 민주주의 역사상 가장 어두운 날’로 기록된 1·6 의회폭동의 시발점이 된 곳인 셈이다.

해리스 부통령도 이날 연설에서 1·6 사태를 소환하며 “우리 모두 트럼프가 누구인지 안다. 그는 약 4년 전 자신이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에서 패배한 것을 알고도 국민의 뜻을 뒤집으려고 이 자리에서 무장한 군중을 미국 의회로 보낸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가리켜 “불안정하고 복수에 집착하며 불만에 사로잡혔고 견제 없는 권력을 원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특히 “노르망디(2차 세계대전), 셀마(인종차별 반대), 세니커폴스(여성 참정권), 스톤월(성소수자 권리), 농장과 공장(노동권)에서 싸운 우리의 앞선 애국자들은 우리가 기본적 자유를 포기하고 또 다른 쩨쩨한 폭군에게 굴복하는 것을 보기 위해 투쟁·희생한 것이 아니다”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맹폭했다.

그는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거론하며 “세계 지도자들은 트럼프를 쉽게 속일 수 있는 사람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해리스 부통령의 집회에는 당초 주최 측 예상치를 뛰어넘는 7만5000명이 모였다고 해리스 캠프는 밝혔다. 결국 바리케이드 구역 바깥인 엘립스 공원 맞은편 워싱턴 모뉴먼트의 잔디 언덕까지 연설을 보려는 시민들로 가득 찼다.

첫 투표를 한 조지워싱턴대 재학생 흑인 여성 매티와 백인 여성 어맨다는 “나를 인간으로 존중하고 소수자들을 배제하지 않는 후보는 해리스뿐”이라며 지지 이유를 밝혔다. 흑인 남성 디엔테(31)는 “트럼프 시절로는 절대 돌아갈 수 없다”면서 “흑인들의 민주당 지지 이탈에 관한 언론 보도는 모두 믿을 수 없는 선동”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펜실베이니아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합주 7곳 모두에서 우리가 앞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개된 CNN 여론조사 결과에선 선벨트(기후가 온난한 남부) 애리조나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네바다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1%포인트 차로 앞섰다. 워싱턴포스트의 여론조사 평균치 분석에 따르면 두 후보는 오차범위 이내인 1~2%포인트 차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

yjkim@kyunghyang.com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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