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부문 개방 지속적 확대, 농산물 물가 안정 효과 없어”
이창용 한은 총재 주장과 배치
지난 20여년간 농산물 개방을 지속적으로 확대했지만, 직접적인 물가 인하 효과는 없었다는 정부 출연기관 보고서가 나왔다. 지난 4월 ‘수입 개방 확대’를 농산물 가격 안정화 방안으로 제시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주장과도 배치되는 내용이다.
총리실 산하 정부 출연연구기관인 농촌경제연구원이 30일 내놓은 ‘농정포커스-농산물 시장개방화와 물가, 그리고 향후 과제’ 보고서를 보면, 국내 농업 부문 무역개방도는 2000년 0.40에서 2022년 2.06으로 5배 이상 상승했다. 무역개방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입 비율 지표로, 1을 초과하면 농산물 교역액이 국내 농업 GDP보다 크다는 의미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전체 산업의 무역개방도는 2000년 0.58에서 2022년 0.85에 그쳤다.
그러나 농업 부문 개방 확대에도 농산물 물가는 상대적으로 많이 상승했다. 1999년 이후 지난해까지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는 연평균 2.5% 상승한 반면 농산물 소비자물가지수는 연평균 3.9% 상승했다.
보고서는 특히 과일 물가의 경우 대외 개방 여부와 무관한 흐름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이미 수입이 개방된 포도의 경우 검역으로 인해 수입이 금지된 다른 과일들과 유사한 물가 추이를 보였다. 국내 생산이 없거나 미미한 바나나, 망고, 체리, 파인애플, 오렌지 등 수입 과일도 올 초 가격이 급등한 사과와 유사한 가격 변화 추이를 보였다고 보고서는 적었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농산물 물가가 떨어지지 않는 근본적 이유를 “개방도가 낮아서가 아니라 기후·자연재해·생산비 등 공급 요인과 인구·소득 등 수요 요인, 국제가격·국제운송비·환율·과점적 시장구조·물류·유통 등 국내외 다양한 요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4월 이창용 한은 총재가 과일 등 농산물 물가 안정화 방안으로 ‘수입 개방 검토’를 제시한 것과 배치된다.
정대희 부연구위원은 “지속적으로 상승한 농산물 개방에도 물가 안정화 효과는 크지 않았다”며 “농산물 가격 안정화를 위해서는 국내 공급 안정화, 즉 생산기반 안정을 우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정 위원은 “농산물 수입시장이 독과점 시장인 것을 고려할 때 국내 생산기반이 약화될 경우 해외 부문에서 발생한 기후플레이션의 충격이 국내에 그대로 전이될 위험이 크다”며 “다양한 수입선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수출국 간 경쟁을 유도해 수입 농산물 가격 안정화를 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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