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아닌 유망업종”…명장 도전 ‘뿌리 기술 아이돌’
[KBS 창원] [앵커]
창원 국가산단 미래 50년 비전을 살펴보는 연속 기획입니다.
제조업의 근간인 뿌리 기술은 언제부터인가 청년들이 외면하는 이른바 '3D 업종'으로 불렸는데요.
이런 편견을 버리고 뿌리 기술 명장에 도전하는 청년들을, 윤경재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원전과 방산, 조선과 중장비 등 제조업의 근간은 '쇠'입니다.
모든 쇠는 부식하기 마련, 산업 현장에서 쓰는 쇠는 표면에 피막을 씌워야만 원재료로 쓰일 수 있습니다.
'표면처리'가 뿌리 기술인 이유입니다.
완제품을 잘라 단면을 검사하고 있는 기술자, 1994년생, 이제 갓 30대에 접어든 김성동 씨입니다.
완제품을 쪼개거나 비파괴 검사를 통해 코팅 처리에 찍힘은 없는지, 표면은 균일한지 확인하는 게 주 업무입니다.
[김성동/동진금속 직원 : "외관이 좋지 않은 제품이 표면 처리 공정을 거치고 난 뒤 훨씬 외관이 더 유려해지고 내식성과 장식성, 기능성까지 추가되는 모습을 보고 큰 매력을 느껴서 입사하게 됐습니다."]
대학 시절, 김 씨는 중국어를 전공한 인문학도였습니다.
하지만 직업 체험 행사에서 우연히 접한 표면처리 분야에 매력을 느껴, 인생의 경로를 틀었습니다.
수십 년 경력 선배들로부터 노하우을 전수받아, 지금은 3년 차 어엿한 기술자가 됐습니다.
자신이 가공한 쇠가 한화와 두산, 현대로템 같은 대기업 방산·원전 제품의 원재료가 된다는 데 뿌듯함을 느낍니다.
[김성동/동진금속 직원 : "제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언젠가는 전문가의 자리에 올라갈 수 있지 않겠느냐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로봇이 천200도로 달군 쇠막대기를 옮겨 두드려 다듬습니다.
순식간에 자동차 바퀴를 잇는 긴 축이 만들어집니다.
부품 전체가 아닌 일부만 가열해 수직 형틀로 가공하는 '업셋 단조'입니다.
이 공정을 만든 사람은 9년 차 단조 설계 전문가 35살 이석준 씨, '업셋 단조' 설계 분야에서는 손꼽히는 기술자입니다.
기계공학과에 재학하던 시절 기계 설계 수업에서 1등을 했던 게 진로를 정한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이석준/영진테크 과장 : "일반적인 단조라기보다는 조금 다른 형태의 단조로 이야기를 듣고 거기에 흥미를 가져서, 스타트업이기도 하고 제가 설계하는 능력을 키우기에 좋은 회사라고 생각해서…."]
자료 연구와 선배들의 가르침으로 어려운 기술을 익혔습니다.
용접 없이 내구성 높은 일체형 부품을 만들 수 있는 기술로, 부품이 간소화된 전기차 시대 맞춤형 경쟁력을 키웠습니다.
인공지능, AI를 단조에 접목하는 게 이 씨의 새 목표, 뿌리 기술을 발전시키는 게 꿈입니다.
[이석준/영진테크 과장 : "기초산업이라는 게 원래는 이런 게 좀 나뉘면 안 되는데 갑과 을 중에서 을의 개념으로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이 많아요. 편의를 이루는 시설들이 다 기초산업에 의해서 시작된다는 걸 인지하고 그 부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조금만 이해를 해주고 뭐 바뀌어졌으면…."]
28살 배강현 씨는 고등학생 때 이미 '금형의 달인'을 꿈꿨습니다.
고2 때 한 특허 발명대회에서 지금 회사 대표인 '금형의 대부', 류병현 대표를 운명처럼 만났습니다.
[배강현/동구기업 사원 : "일반적인 가공이나 용접이나 분명 메리트 있고 매력 있는 직업들도 많았지만, 그때 사장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이 기억 남아서 가공과 조립을 한 번에 할 수 있는 이 금형이라는 걸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배 씨는 표준화가 어려운 금형의 특성을 좋아합니다.
철판을 찍어내는 건 로봇이지만, 찍어낸 철판을 손질하고 부품끼리 맞춰 상호작용 시키는 건 결국 조립자의 역량에 달렸기 때문입니다.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로봇보다 완벽한 기술자가 되는 게 배 씨의 최종 목표입니다.
한 걸음씩 산을 오르듯, 조금씩 자신만의 발자취를 쌓고 있습니다.
[배강현/동구기업 사원 : "저는 이 일을 하면서 배운 게 약간 등산이랑 비슷하다고 생각이 됐습니다. 힘들더라도 이 일을 성취하고 마무리를 했을 때 따라오는 그 만족감이 엄청나게 크더라고요."]
열처리와 주조, 용접, 금형, 표면처리, 소성가공 등 산업의 근간을 일컫는 6개 뿌리 기술.
한 명의 기술자를 키우는데 최소 3~4년, 한 명의 명인을 만드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립니다.
어렵게 쌓은 우리 기술력의 명맥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제도적 지원이 절실합니다.
[류병현/기능한국인 제1호/동구기업 대표 : "표준화대로 작업이 이루어지면 다행인데 결국 그렇지 않은 일들이거든요. 그렇다면 이 부분은 정책적으로 인력 양성이 필요하고 또 그것이 매우 중요한 우리나라의 산업의 근간을 이룬다면 이건 국가적인 차원에서 인력 양성적인 측면에서 매우 고민하고 해야 하는 데 개인적으로 매우 아쉽죠."]
언젠가 명장의 반열에 오를 이들의 땀방울이 우리 제조업의 뿌리와 내일을 더 탄탄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윤경재입니다.
촬영기자:이하우/그래픽:박부민
윤경재 기자 (econom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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