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사극 어색했지만, 내가 찍은 영화 맞나 싶을 만큼 만족”

이원 기자 2024. 10. 30.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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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전, 란’ 박정민

- 조선 무신집안 아들 ‘종려’역할
- 오해로 원한 품고 복수에 나서
- 검술협회·액션스쿨 3개월 훈련

- “한복·갓에 수염까지 새로운 경험
- 강동원 선배와 검술 액션 공들여
- 아름답게 그려진 칼 연기 뿌듯”

어떤 역할을 맡든 친근하고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로 소화하는 배우 박정민이 이전에 볼 수 없던 얼굴로 찾아왔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이기도 한 넷플릭스 영화 ‘전, 란’(공개 11일)에서 첫 사극 연기를 보여주며 강렬한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로 변신한 것이다.

넷플릭스 영화 ‘전, 란’에서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외아들로, 어린 시절부터 천영과 우정을 쌓는 종려 역을 맡은 박정민. 첫 사극 연기를 한 그는 자신의 일가를 몰살했다는 오해를 하면서 복수를 다짐하는 드라마틱한 인물을 보여줬다. 샘컴퍼니 제공


‘전, 란’ 공개에 맞춰 만난 박정민은 “저도 영화를 보고 조금 놀랐다. 제가 찍었던 영화가 맞나 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라며 “촬영할 때 현장 편집본을 잘 안 보는 편인데 음악과 컴퓨터그래픽, 편집이 합쳐진 걸 보니 김상만 감독님의 확실한 스타일이 보였고, 감독님한테 다 계획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박찬욱 감독이 제작과 시나리오에 참여한 ‘전, 란’은 왜란이 터진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 아들 종려와 그의 몸종 천영이 선조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만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박정민은 조선 최고 무신 집안 외아들로, 어린 시절부터 자신과 함께 연습하며 무예를 가르쳐준 천영과 우정을 쌓는 종려 역을 맡았다. 종려는 천영이 자신의 일가를 몰살했다고 오해하면서 복수를 다짐하는 가장 드라마틱한 인물로, 천영 역의 강동원과 대결을 펼친다.

박정민은 “제가 좋아하는 시나리오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분명한 것이다. 그래야 감독님과 촬영 전이나 촬영 중 대화를 더 명확하게 나눌 수도 있고, 연기 설계도가 그려지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전, 란’이 좋았다”고 계급 구분 없이 더불어 사는 세상을 이야기하는 영화의 메시지에서 느낀 매력을 전했다. 또 “그 안에서 제가 맡은 역할이 초반에는 양반답지 않은 모습을 보이다가 결국 변하는 인물이라서 캐릭터 면에 있어서 도전해 볼 만했다”고 연기에서 가졌던 욕심도 밝혔다.

‘전, 란’은 사극이기 때문에 현대극과 달리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자연스러운 연기를 추구하는 박정민은 신경 써야 할 것이 더 많았다. 그는 “제멋대로 연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앵글 안에서 조금 더 정석으로 연기를 한번 해보고 싶었다. 제 나름의 도전이었다”고 연기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수염이나 헤어스타일, 의상에서도 새로운 경험을 했다. 그는 “촬영하면서 옛날 지체 높은 양반이 왜 이렇게 불편하게 옷을 입고 다녔을까 생각했다. 격식이라고 여겼겠지만 편하게 입을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고 말했다. 또 “촬영에 들어가니까 갓을 쓰면 눈을 가려 앵글 잡기가 힘들더라. 고개를 숙이는 장면에서 카메라가 앞에서 찍으면 눈이 안 보이니 옆에서 찍어달라는 상의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분장과 의상 때문에 당황스러웠던 사례를 떠올렸다.

영화 ‘전, 란’. 넷플릭스 제공


하지만 그는 “그런데 그런 분장과 의상이 주는 힘도 있었다. 의상과 분장을 갖추면 극과 어울리는 연기가 나오더라. 촬영할 때 힘들었지만 의상이나 칼 액션이 아름답게 나와 나름 뿌듯하기도 했다”고 사극 촬영의 매력을 짚었다.

종려는 무신 집안의 아들이자 무관이어서 촬영 전부터 검술 액션도 준비해야 했다. 박정민은 “두세 달 정도 액션스쿨에서 훈련했다. 제 검이 중세 시대 기사들이 썼던 검처럼 길고 무거웠다. 이번에 알게 됐는데 중세 검술을 연구하는 협회가 있더라. 협회장을 초빙해 중세 시대 기본적인 검술을 익히고, 그것을 기초로 액션스쿨에서 합을 만들었다”고 말해 검술 액션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얘기했다.

검술 액션 대결을 벌이는 상대가 사극 ‘형사 듀얼리스트’ ‘전우치’ ‘군도: 민란의 시대’ 등에서 이미 멋진 검술을 보여준 강동원이었기에 박정민은 더욱 부담스러웠다. 그는 “강동원 선배님이 너무 고수라 액션을 말로만 알려줘도 금세 다 하더라. 저는 합이 바뀌거나 하면 계속 연습하며 따라가야 했다. 게다가 강동원 선배님은 팔도 길어 움직임이 만화적으로 무척 멋있었다. 그래도 좀 팽팽한 느낌을 줘야 해서 노력을 많이 했다”며 웃었다.

이런 노력 끝에 ‘전, 란’ 후반부 액션 장면이 탄생했다. 짙게 깔린 해무 속에서 종려와 천영, 그리고 일본군 장수 겐신이 펼치는 삼각 검술 대결은 ‘전, 란’의 하이라이트다. 박정민은 “세트에서 일주일 동안 5회 차 촬영을 했다. 공들여 찍어야 하니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연습을 많이 해놔서 합 맞추느라 힘들었던 기억은 없다”면서도 “스모그로 해무를 만들었는데 근거리는 보이지만 4~5m 밖은 안 보였다. 다칠 수 있는 위험한 장면은 칼끝을 잘라놓은 안전검으로 촬영했다”고 들려줬다.

2011년 영화 ‘파수꾼’으로 데뷔한 뒤 영화·드라마·뮤지컬·연극을 합쳐 46편에 출연하며 쉼 없이 달려온 박정민은 1년간 휴식기를 가질 계획이다. 그는 “개인 생활을 하면서 거기서 얻는 새로운 감정을 통해 갖게 되는 새로운 표정을 잘 관찰하는 시기를 가지려 한다. 또 제가 운영하는 ‘무제’라는 출판사 일도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는 12월 그가 출연하는 영화 ‘1승’과 ‘하얼빈’이 선보이고, 내년에는 영화 ‘얼굴’도 개봉을 기다리고 있어 박정민과의 만남은 계속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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