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이마트 ‘남매 독자경영’ 첫 발…계열 분리까지는 하세월

임재우 기자 2024. 10. 30.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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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이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의 계열 분리 계획을 공식화했다.

신세계그룹은 30일 정기임원 인사에서 "정유경 총괄사장의 회장 승진은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계열 분리의 토대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인사를 시작으로 향후 원활한 계열 분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역량을 모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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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 분리 계획을 내놓은 이마트와 신세계 엠블럼. 연합뉴스

신세계그룹이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의 계열 분리 계획을 공식화했다. 백화점부문을 이끌었던 정유경 ㈜신세계 총괄 사장은 9년 만에 회장으로 승진했다. 그룹 총수(동일인)인 이명희 총괄회장이라는 ‘끈’으로 묶여있던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이 별개 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첫발을 뗀 것이다.

신세계그룹은 30일 정기임원 인사에서 “정유경 총괄사장의 회장 승진은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계열 분리의 토대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인사를 시작으로 향후 원활한 계열 분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역량을 모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용진 그룹 회장이 이마트를 이끌고, 정유경 신임 회장이 백화점 부문을 이끄는 ‘남매 경영’ 체제에서 더 나아가 그룹의 두 축을 별개의 회사로 분리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하겠다는 취지다.

신세계그룹은 그동안 ㈜이마트와 ㈜신세계라는 두 개의 지주회사가 공존하는 방식으로 운영돼왔다. 정용진 회장이 이끄는 이마트 부문은 이마트를 구심점으로 스타필드·스타벅스·편의점 사업 등으로 영역을 넓혔고, 정유경 회장의 백화점 부문은 신세계백화점을 필두로 패션·뷰티, 면세점과 아울렛 사업 등을 해왔다. 신세계그룹은 “올해는 백화점이 상반기까지 사상 최대 매출을 이어가고 있다. 이마트 역시 본업 경쟁력 강화라는 핵심 화두를 바탕으로 수익성 개선이 본격화하고 있다”라며 “올해가 계열 분리를 통해 성장의 속도를 한층 더 배가시킬 수 있는 최적기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수년간의 증여와 주식 교환을 통해 계열 분리를 위한 밑 작업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다. 2016년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회장은 서로가 가진 신세계와 이마트 주식을 맞교환했고, 2020년에는 이명희 총괄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이마트·신세계 지분 8.2%씩을 두 사람에게 각각 증여했다. 그 결과 두 사람은 각 회사에서 18.56%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 주주가 됐다. 이마트와 신세계가 공동으로 지분을 갖고 있는 업체는 쓱(SSG)닷컴(이마트 45.6%, 신세계 24.4%)이 유일하다.

계열 분리는 경영권 승계의 마무리와도 결부된 문제다. 정용진 회장은 지난 3월 그룹 회장으로 승진했지만, 두 달 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 회장이 아닌 이명희 총괄회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이 총괄회장이 여전히 신세계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정용진 회장이 ‘회장’이지만, 이명희 총괄회장이 이마트와 신세계 양쪽 지분을 모두 들고 있고 의사결정도 다하니까 권한이 다 이양됐다고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계열 분리를 위해서는 이 구조가 깨져야 한다. 공정거래법상 친족독립경영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이 총괄회장의 보유지분이 어느 한쪽이든 3% 미만으로 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 총괄회장이 이마트·신세계 지분을 10%씩 보유하고 있다.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연구위원은 한겨레에 “최소한 (이마트나 ㈜신세계 등) 한쪽으로 정리하지 않으면 계열 분리 자체가 어렵다”며 “결국 (이 총괄회장이) 동일인의 지위를 내려놓을 정도의 변화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당장 계열분리를 단행하는 것은 아니고 법적 절차를 차근차근 밟아나갈 것”이라며 “지분 정리 등에서는 현재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지분 정리와 증여세 등의 문제가 얽혀있는 만큼 계열 분리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란 의미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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