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산&그너머] <1400> 경북 성주 한개 마을~영취산

이창우 산행대장 2024. 10. 30.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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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 비우고 기쁨 채우고…600년 고택 정취에 취하네

- 마을 여행자센터 회귀 약 4.5㎞
- 교리댁·응와종택 등 민속문화재
- 전망대선 가야산·두리봉·선석산
- 윤슬 같은 비닐하우스 풍경 장관

우리나라에 민속마을로 지정된 곳이 여덟 군데 있는데 경북에만 다섯 곳이 몰려 있다고 한다. 괴시 마을(영덕), 무섬 마을(영주), 양동 마을(경주), 하회 마을(안동), 한개 마을(성주)이다.

경북 성주군 월항면 한개민속마을을 두른 영취산 정상에서 드론을 날려서 찍은 조망이다. 불꽃 같은 석화성 가야산에서 시계방향으로 두리봉 형제봉 수도산 독용산 초점산(삼도봉) 대덕산 염속산 발무산 등이 펼쳐진다. 구릉지인 성주읍과 초전면에는 햇빛을 받아 윤슬이 내린 듯 반짝이는 참외 비닐하우스가 장관이다.


‘생뚱맞게 근교산에서 왠 민속마을?’ 할 수도 있겠지만, 취재팀은 무섬 마을은 주위에 산행할 만한 산이 없어 소개를 하지 못했다면 양동 마을은 설창산(163m), 하회 마을은 화산(328m), 괴시 마을은 대소산(286m)이 둘러싸고 있어 마을과 산을 잇는 인문학 산행으로 근교산 애독자께 이미 알린 바 있다.

▮한개 마을, 600년 전통 명문 마을

응와종택, 돈재 이석문이 낙향해 북쪽으로 대문을 내어 사도세자를 기렸다해 ‘북비고택’으로도 불린다.


이번에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은 600년 전통의 성주군 월항면 대산리 한개 마을과 영취산(靈鷲山·331.7m)을 연결하는 산행을 소개한다.

한개 마을은 조선 세종 때 진주 목사를 지낸 이우가 터를 잡았으며, 그의 후손이 모여 사는 성주 이씨 집성촌이다.

마을 앞으로 백천이 흐르는데 ‘큰 개울’ 또는 ‘큰 나루’가 있어 ‘한개’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한’은 크다는 뜻이며, ’개‘는 개울· 나루를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한개 마을 북쪽은 영취산이 막아 서며 마을 앞 남쪽은 강이 흐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 길지에다, 좌청룡·우백호 두 줄기 능선이 마을을 포근히 감싸는 명당에 터를 잡았다 한다. 이 덕분인지 알 수 없지만, 1700년대 이후 대과와 소과를 합해 33명의 급제자를 배출한 명문가 마을이다.

또한 영조가 아들 사도세자가 갇힌 뒤주에다 큰 돌을 올려놓으라며 내린 어명을 거절한 호위무관 돈재 이석문, 벼슬을 마다하고 산림처사로 지낸 조선말 3대 유학자로 불리는 한주 이진상 등 역사인물이 많다. 일제강점기 때는 수많은 한개 마을 사람이 독립운동에 참가 했다. 이승희 이기형 이기정 이기원 이기인 이기윤 등이 독립운동으로 건국훈장과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한개 민속마을에는 교리댁 응와종택 한주종택 월곡댁 진사댁 도동댁 하회댁 극와고택 첨경재 삼봉서당 등 10곳이 지방민속문화재나 문화재자료에 지정돼 있다. 400m에도 못 미치는 높이지만 독수리의 영험함과 선비의 기개가 더해진 한개 마을~영취산의 기운을 받는 가족 산행으로 추천한다.

한개 마을을 잇는 영취산 산행경로는 다음과 같다. 한개 마을 여행자센터~관광안내소~일관정·첨경재 갈림길~노여움 비우길·마을회관 갈림길~영취산 등산로~문중 묘 영침원 입구~돌탑~임도 삼거리~2구간 슬픔 비우길~돌탑 쉼터~영취산·한개마을(욕심 비우길) 갈림길~덱 계단~4구간 미움 비우길~영취산 정상~5구간 기쁨 채우길~전망덱~임도(감응사·마을 입구 갈림길)~감응사~감응사·마을 입구 갈림길~전망대~감응사 주차장~7구간 사랑 채우길~여동서당 입구로 내려선 뒤 한개 마을을 거쳐 한개 마을 여행자센터로 되돌아오는 원점회귀이다. 산행거리는 약 4.5㎞이며. 2시간30분 안팎 걸린다.

한개 마을 고가는 보수 중이거나 문이 닫힌 곳도 있으나, 민속 문화재인 교리댁 응와종택 등 옛 가옥과 토석 담장을 끼고 마을을 한 바퀴 돌면 1시간은 걸린다.

한개 마을을 두른 영취산은 마을 입구 여행자센터 앞 갈림길에서 출발한다. 마을에서 영취산을 오르는 등산로는 세 길인데, 여덟 구간으로 나누어져 있다. 과거 길을 거쳐 왼쪽 능선으로 오르는 길과 마을을 통과해 감응사로 바로 오르는 산길을 ‘채움의 길’이라 하며, 관광안내소 앞을 지나가는 오른쪽 능선은 ‘비움의 길’이다. 취재팀은 비우길로 올라 채우길로 내려간다.

▮영취산, 가족 산행 코스 추천

산길은 숲 그늘에다 완만해 가족 산행으로 괜찮다.


관광안내소를 지나 5분이면 오른편 길옆 공터에 그네가 보이고 갈림길에 이정표가 섰다. 오른쪽 일관정·월봉정으로 작은 콘크리트 다리를 건넌다. 왼쪽은 첨경재·한주종택·도동댁 방향이다. 마을 외곽을 도는 길로 이내 나오는 갈림길에서 오른쪽 ‘노여움 비우길’로 꺾어 마을 길을 벗어나면 임도와 연결된다. 직진은 마을회관 방향. 분하고 섭섭함에 화가 치미는 감정을 ‘노여움’이라 한다. 노여움을 묵히면 병이 된다는데 영취산을 오르며 속에 꽉 들어찬 ’울화통‘이라도 꼭 비우고 가야겠다.

임도는 산속을 파고든다. 최근 잦은 비가 내려 물길이 깊게 패였다. 문중 묘인 ‘영침원’ 입구와 마을의 경계나 신앙의 대상이 되는 돌무더기를 재현한 돌탑을 거쳐 15분이면 임도 삼거리에 도착한다. 비우길은 콘크리트 포장이 된 왼쪽으로 꺾어 살짝 오르막을 탄다. 조선 말 대 유학자인 이진상 선생 묘 안내판을 지나 침목 계단을 올라 186봉에 선다. 이제부터 2구간인 ‘슬픔 비우길’을 걷는다. 슬픈 마음이나 느낌에서 오는 정신적 고통을 비우는 길이다.

곧 돌탑 쉼터를 통과하면 갈림길, 영취산은 직진한다. 왼쪽은 한개 마을에서 올라오는 3구간 ‘욕심 비우길’이다. 아름드리 소나무 숲길을 통과하면 길게 덱 계단이 놓였는데 가파르게 치받는다. 한개 마을 갈림길에서 약 15분이면 덱 계단이 끝나고 4구간인 ‘미움 비우길’이 시작한다. 헬기장인 정상까지 2, 3분이면 도착한다. 정상 주위로 키 큰 나무가 둘러싸 조망은 별로다. 취재팀은 왼쪽 감응사로 하산한다. 오른쪽은 대산리·문방리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여기까지 오면서 노여움 슬픔 미움을 비웠다면 이제 채우는 일도 남았다. 먼저 5코스인 ‘기쁨 채우길’이다. 다시 덱 계단을 내려가면 서쪽 조망이 열리는 덱 전망대가 나온다. 왼쪽으로 불꽃같은 석화성 가야산이 우뚝하며 시계방향으로 두리봉 형제봉 수도산 독용산 초점산(삼도봉) 대덕산 염속산 발무산 영암산 선석산 등이 펼쳐진다. 구릉지인 성주읍과 초전면에는 햇빛을 받아 윤슬처럼 반짝이는 참외 비닐하우스가 장관이다.

우리 속담에 ‘안 먹어도 배부르다’고 했다. 비웠던 허한 속을 가야산을 위시한 명산으로 채우니 ’마음의 배‘가 부르다. 7분이면 감응사 입구 임도에 닿는다. 왼쪽으로 200m 떨어진 감응사를 갔다 온다. 절은 신라 시대 애장왕이 꿈에 나타난 스님의 말을 듣고 독수리가 알려준 약수를 떠서 앞을 못 보는 왕자의 눈이 뜨이게 하자 그 자리에 절을 세우고는 감은사(感恩寺)라 했던 게 감응사(感應寺)로 바뀌었다 한다.

절에서 한개 마을로 바로 내려가도 되나 취재팀은 앞서 갈림길로 되돌아간 뒤 마을 입구로 직진한다. 가야산 전망대 한 곳을 지나 감응사 주차장에 도착한다. 왼쪽에 7구간인 ‘사랑 채우길’로 간다. 야자매트가 깔린 부드러운 길이다. 안부 갈림길에서 한개 마을은 왼쪽으로 틀어 주차장에서 약 25분이면 여동 서당 입구 정자에 내려선다.

황금 들판에 바람에 흔들거리는 억새의 배웅을 받으며 과거 길을 걷는다. 선비들이 청운의 꿈을 안고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가던 길을 빠져나가면 마을 입구 여행자센터에 도착한다.

# 교통편

- 대중교통 환승 번거로워
- ‘한개 마을’까지 자차 권장

마을 입구 관광안내소 앞에서 출발하는 근교산 취재팀.


부산에서 경북 성주로 바로 가는 대중교통이 따로 없다. 여러 번 환승으로 불편해 승용차가 낫다. 승용차 이용 때는 경북 성주군 월항면 한개 2길 8 ‘한개 마을’을 내비게이션 목적지로 설정하고 간 뒤 주차장에 차를 둔다.

대중교통은 부산역에서 열차를 타고 왜관역에 내려 왜관북부정류장에서 성주행 농어촌 버스(경일교통 054-933-9926)를 타야 한다.

부산역에서 왜관으로 가는 열차는 오전 5시10분 5시37분 6시34분 7시31분 8시20분 등에 출발한다. 약 2시간 소요. 왜관역을 나와 약 700m 떨어진 북부정류장은 걸어간다. 왜관북부정류장에서 성주행 400번 버스는 오전 6시30분 7시25분 9시40분 11시20분 등에 출발한다. 약 40분 소요.종점인 성주농어촌버스대합실(성주창의문화센터) 앞에서 한개 마을 방면 농어촌 버스는 낮 12시 오후 3시에 있다. 한개 마을 버스 시간이 안 맞다면 택시를 이용한다.

산행 뒤 성주로 나가려 한다며 그 버스는 순화버스이므로 종점에서 낮 12시35분께, 오후 3시20분께 되돌아 나간다. 한개마을 정류장에서 미리 기다렸다 탄다. 성주에서 왜관으로 가는 버스는 오후 4시40분 5시10분 6시15분 7시40분 8시30분(막차)에 있다. 왜관역에서 부산역 열차는 오후 5시6분 5시40분 6시14분 6시53분 7시55분 9시24분 10시45분에 출발한다.

부산역에서 동대구역으로 가도 된다. 도시철도 동대구역에서 1호선을 타고 반월당역에 내려 문양역 방향 2호선으로 환승해 대실역에서 내린다. 1번 출구로 나가 대실역(1번출구)정류장에서 20~30분 간격으로 다니는 성주 농어촌버스대합실행 250번 버스를 기다린다. 관하리선남농협정류장에서 내려 한개 마을은 광영콜택시(054-933-6966·택시비 10000원 선)를 이용하거나 성주 농어촌버스대합실에서 한개 마을로 가는 버스를 타면 된다.

문의=문화라이프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 알림 : 근교산&그너머는 필자의 사정으로 오는 11월 7일부터 장기간 쉴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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