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쇄신의지 거듭 천명…"해결 않으면 다음은 없어"

윤선영 2024. 10. 30.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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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00일 맞아 "중단 없이 변화"
당정·계파갈등 따른 우려 목소리에
"국민 눈높이 맞추고 국민 따라가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당 대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변화의 초창기 맨 앞에 서서 바람이 오는 건 제가 맞겠습니다."

취임 100일을 맞이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각종 잡음에도 본인만의 방식으로 당의 변화와 쇄신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김건희 여사 리스크와 맞물린 당정·계파 갈등은 물론 의료 대란, 서민 경제 등 민생 현안까지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한 만큼 한 대표의 리더십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 대표는 30일 국회에서 열린 당 대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은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으로 지금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다음은 없다"며 "애국심과 도전 정신으로 중단 없는 변화와 쇄신을 이끌어가겠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지난 7월 23일 총선 패배 직후 변화와 쇄신을 바라는 기대 심리 속에서 약 63%의 지지율로 당권을 잡았다. 당대표 취임 후 100일 동안 재보궐 선거가 치러졌고 한 대표는 보수 텃밭을 사수하며 분주히 움직였지만 그 사이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은 더욱 커졌다. 특히 한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이 김 여사 리스크 해소법을 두고 드러낸 이견차는 당정을 넘어 계파 갈등으로 확산했고 여권 내부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한 대표는 정권 재창출을 이뤄내려면 '국민 눈높이'에 맞추고 민심을 따라가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대통령실과 친윤(친윤석열)계가 반대하는 특별감찰관 추천도 김 여사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해 다음 달 안으로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 제기된 김 여사 관련 의혹을 확실히 해소하는 것에 더해 앞으로 발생할 리스크도 통제할 수 있어야 국정 운영이 원활해지고 보수 재집권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검법을 주장하는 야당의 공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한 대표는 "특별감찰관은 권력을 감시하고 권력의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는 중심에 있는 기관으로 지금 그 역할과 기능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당내에 다른 생각이 있을 수 있고 충분한 토론 등의 절차는 필요하겠지만 특별감찰관조차 머뭇거린다면 국민들이 '정말 민심을 알긴 아는 거야?'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남은 2년 반 동안 민생을 챙기고 외교에 집중하는 등 정부와 함께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며 "지금 당면한 부정적 이슈를 정면으로 맞닥뜨려 주체적으로 해소하지 않으면 다음 페이지로 갈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한 대표는 이날 당정이 상생해야 한다면서 전당대회 출마 선언문에서 언급했던 수평적 당정관계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한 대표는 "과거와 다른 수평적 당정관계로의 발전적 전환은 국민의힘의 시급한 과제 중 하나였다"며 "당정이 시너지를 높여 상생해야만 나라의 퇴행을 막는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고 했다.

한 대표는 여권 내에서 자신을 겨냥한 비판이 나오는 것에는 "많이 배우고 충분히 경청하겠다"고 했다. 다만 그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돌다리를 건너뛰어야 할 때도 있다"며 "위험을 감수하고 돌다리를 건너뛰려는 용기 없이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당이 변화하고 쇄신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진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짚은 것으로 보인다.

민생 현안을 챙기는 한편 야당을 향한 견제 메시지도 내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여부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관한 입장을 하루빨리 표명할 것을 촉구했다. 또 다음 달 15일로 예정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부각하며 "대표 범죄 혐의에 대한 방탄을 위해 헌정 위기를 조장하고 사법 시스템을 난도질하는 폭력적인 정치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한 대표는 "다들 다가올 폭풍을 염려하는데, 바라보고만 있을 순 없지 않겠냐"며 "모두가 무엇이 문제인지를 알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지만 해결에 선뜻 나서려 하지 않았고 제가 집권당 대표로서 책임감을 갖고 나섰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수의 긍지와 자부심을 바로 세우는, 부끄럽지 않은 정치를 하겠다"며 "우리 당에서 시작된 변화와 쇄신은 낡고 부패하고 국민들로부터 외면받는 정치판 전체를 개혁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취임 100일을 맞았지만 정치인으로서 한 대표의 역량 입증은 그간의 행보보다 현재 앞에 놓인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에 달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무엇보다 100일 사이 재보궐 선거가 치러졌고 각종 잠재적 갈등 속에서 소수 여당, 원외 당대표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까지의 행보만으로 한 대표를 평가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대표 취임 후 있었던 여러 정치 일정을 고려하면 한 대표가 '자기 정치'를 할 수 있는 시간이나 여력이 없었을 것"이라며 "지금은 재보궐 선거가 끝난 데다 김 여사 관련 문제는 물론 논란이 일었던 대통령과의 면담, 특별감찰관 추천 등 풀어야 할 사안이 산적해 있기에 한 대표의 정치 행보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고 이를 토대로 평가받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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