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북한군 전투 개시`가 조치 기준…우크라 특사 파견할 것"

한기호 2024. 10. 30.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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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관계자 "우크라 특사 곧 한국 오면 협의…침착·절제된 원칙 입각한 단계적 대응"
"금주 내 특사 파견계획 논의 시작…무기지원 만약 논의하면 방어무기부터가 상식"
"155mm 포탄지원? 요청 자체가 없어…탄약관리관 나토 출장도 틀려"
지난 10월29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연합뉴스>
지난 10월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문화정보부 산하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가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줄을 서서 러시아 보급품을 받고 있다고 공개한 영상.<우크라이나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 엑스 계정 갈무리·연합뉴스>

대통령실은 30일 북한 러시아 파병 상황에 관해 "이번 주 내로 특사 파견계획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와 우방국 정보당국은 이미 실행된 북한군 파병규모를 최소 1만1000명 이상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중 3000명 이상은 이미 러시아 서부 교전지역 가까이 이동했다고 판단한다"며 "러시아와 북한 간에는 우리 정보당국 발표 이후 국제사회의 규탄이 시작되자 러시아 국방장관이 평양을 방문하고, 북한 외무상이 러시아에 방문해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전한 뒤 한국과 우크라이나 간 특사 교류를 시사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29일)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에서 한국과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기로 한 한편 조만간 한국에 특사를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에서 설정한 레드라인이 있는지' 질문에 이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특사가 조만간 한국에 오게 되면 협의할 것"이라면서도 "레드라인이 뚫리면 그 이후 방책이 없기 때문에 침착한, 절제된, 원칙에 입각한 단계적 대응방안을 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우크라이나에 특사를 파견할 시점이 언제인지'에 대해선 "우크라이나 측에서 특사를 지정하고 와서 얘기할 플랜을 짜는 데는 하루이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이번주 내로 특사 파견 계획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우리의 단계적 조치의 결정적 기준은 북한군이 참여한 우크라이나 전투 개시"라며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우리 안보를 지켜야 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한다"고 부연했다. 북한의 참전에 맞서 대응 수위를 높일 방안으론 "이제까지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에 의해 안보 지원, 재정 지원 등을 해왔고 액수도 파격적으로 크고 이를 통해 지원할 수 있는 품목이 다양하다"며 "무기 지원은 설사 앞으로 논의된다 해도 1차적으로 방어무기 지원을 논의하는 게 상식적"이라고 했다.

관계자는 "아직은 아무 논의도 하지 않았으나 상식적으로 봤을 때 그게 수순 아니겠나"라고 무기 지원 가능성 자체를 완전히 닫진 않았다. '정부가 우크라이나 요청에 따라 155㎜ 포탄 지원을 검토한다'는 보도에 대해선 "우크라이나가 우리에게 포탄 지원을 요청한 적이 없다"며 "따라서 155㎜ 포탄을 직접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은 틀린 얘기"라고 일축했다. 북한군 포로 심문 통역관 파견 여부에 대해선 "북한군 전투참여가 이뤄지지 않아 아직 가정일 뿐"이라고 했다.

관계자는 "모니터링하는 게 현지 군사문제에 그칠지, 북한군의 심리적 동요 등 까지도 우크라 정부와 협의해 처리할지는 충분히 고려할 가치가 있다"며 담당팀 구성을 시사했다. 군 장성 출신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 정부의 탄약관리반 나토(NATO) 출장은 살상무기 지원 추진'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엔 "국방부의 탄약관리관이 나토에 출장간 적이 없다"며 "나토에 우리가 보낸 10여명 정보설명단은 정책·정보·전략 담당하는 정보기관과 국방부 소속 요원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관계자는 북한군 동향에 관해선 "북한군은 러시아의 군복과 무기체계를 사용하면서 러시아군 체제로 편입된 '위장 파병' 형태를 취하고 있다"며 "불법적으로 숨어서 전개된 파병이라면 우리가 베트남전 참전 때 당당하게 대한민국 군복을 입고 명분있게 싸운 것과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북한이 우크라전을 통해 러시아에게 나중에 받을 비용, 군사기술 대가 등을 차치하더라도 현지에서 실전경험을 쌓는 건 우리에게 군사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적극 감시·분석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러시아군과의) 의사소통 문제 등 여러 장애요인이 감지되고 있어서 (북한군이) 실제 전투에 언제 참여할지는 계속 관찰하고 있다"며 "북한 내부적으로는 주민 동요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장교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파병 군인 가족에겐 '훈련 갔다'고 한다. 강제 차출 우려로 여러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고 국가정보원 보고와 같은 궤의 분석을 내놨다. 임박한 미국 대선 결과와 관해선 "누가 차기 미 행정부 수장으로 선출되든 우크라 전쟁은 분명히 대한민국 안보에 중대한 시그널을 보내는 단계"라며 "불법적 침공이면서, 자유세계가 앞으로 어떻게 국제규범에 입각한 세계질서를 보듬어나가며 예측가능한 평화를 구축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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