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서 폐기된 <채식주의자>에 여가부 차관 “학생·학부모 의견 중요”

김원진 기자 2024. 10. 30.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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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숙 여성가족부 장관 직무대행이 30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이 보수 시민단체의 압박으로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와 각종 성교육 도서가 학교에서 폐기된 것을 두고 “청소년 대상 성교육 내용은 학생·학부모의 의견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 차관은 윤석열 정부 장·차관의 여성 비율이 15% 안팎으로 감소한 데 대해 “(여성) 적임자를 찾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신 차관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채식주의자>가 보수 시민단체 압력으로 폐기된 사건을 묻는 질문에 “아동·청소년 대상 성교육 내용은 학생이나 학부모 등 교육 수요자 의견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신 차관은 <채식주의자>를 읽어봤다며 “여러가지 인간문제 성찰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해도서가 될 만한 것 같은지” 묻자 신 차관은 “말씀하신 대상이 청소년이다보니 성교육 프로그램의 민감한 여러 부분을 생각해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던 것으로 이해한다”고 했다.

백 의원이 “일부 보수 기독교 단체가 음란하다며 성교육 도서 폐기 요청을 하고 있다”면서 청소년 유해물로 지정되지 않은 여러 성교육 책들도 폐기된 사실을 지적하자 신 차관은 “청소년 유해물이 통보가 되면 저희(여가부)는 고시할 수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반복했다.

경기지역 초·중·고등학교에서 2022년 3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1년간 성교육 도서 총 2528권이 폐기됐다. 여기엔 한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포함됐다. 보수 시민단체가 교육청과 학교에 공문을 보내는 등 압력을 넣었고, 경기도교육청이 이에 동조하며 논란이 불거졌다.

신 차관은 윤석열 정부에서 여성 장·차관 비율이 낮은 이유가 ‘여성 적임자의 부족’ 때문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야당의 비판을 받았다.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정부는 여성 장관과 차관 비율이 각각 16%와 14%에 그친다”고 지적하자 신 차관은 “조직 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동의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직위에 적합한 인사권한을 행사하다 보니, (대통령실이) 적임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이 의원이 “여성 중에 장·차관에 적임자가 없는 것이냐”고 되묻자 신 차관은 “여성에 적임자가 없다는 얘기가 아니라 그 직무에 적합한 여러가지 부분을 고려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신 차관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저출생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미혼남녀 주선사업이 “지자체장 홍보성 사업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에 공감한다고 했다. 이연희 의원은 “여가부가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사업을 지양하게 해주면 좋겠다”고 하자, 신 차관은 “저도 저출생이 단순히 만남부족이 아니라, 지적하신 것처럼 근본적인 취업, 경제적인 것들 때문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어 “이같은 요인을 고려하지 않은 저출생 대책보다는, 근본적인 성찰을 하고 분석을 한 다음에 대책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신 차관은 8개월째 여가부 장관 대행을 맡고 있다. 이날 국감에서는 야당 의원들이 장관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신 차관은 “업무를 차질 없이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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