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내분 속 '한동훈 100일'…"민심 견인" vs "혼자만 살려고"
취임 100일을 맞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두고 친한계와 친윤계의 중간평가가 극명하게 갈렸다. 특히 특별감찰관 임명 등 '김건희 리스크'를 둘러싼 한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 사이 갈등에 대해 친한계는 "민심이 원하는 방향으로 당정을 견인했다"며 긍정 평가했지만, 친윤계에선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미인가", "폴리틱(정치적) 마인드가 부족하다"라는 등 부정평가가 나왔다.
친한계 한지아 수석대변인은 30일 오전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대표 취임 100일을 두고 당 일각에서 나오는 '성과는 없이 갈등만 양산했다'는 취지의 중간평가에 대해 "수평적 당정 관계가 갈등의 요인이었다라고 얘기할 수는 있지만 말씀드렸듯이 (한 대표는) 민심이 원하는 방향으로 당정을 견인했다"며 "변화의 쇄신을 위해서는 또 필요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한 대변인은 이어 "민심과 민의를 솔직하게 전할 수 있는 그런 변화가 결국은 우리 전체 당정의 변화와 시작"이라며 "정량적인 보궐선거의 승리나 이런 어려운 정국 속에서도 그런 여러 가지 성과들이 있다"고 한동훈 체제 100일을 긍정평가했다. 앞서 이날 한 대표 또한 국회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승리와 낮은 대통령 지지율을 비교해 눈길을 끈 바 있다.(☞ 관련기사 : 한동훈, 대통령 부부 겨냥 "민심은 이길 수 없다…결국 따르게 될 것")
한 대변인은 최근 특별감찰관 임명을 둘러싸고 추경호 원내대표와 한 대표가 대립하는 국면을 두고도 "갈등이 정말 존재하거나 그러지 않고 계속 소통하고 전화하고 만나신다"면서도 "한 대표는 당 전체를 아우르는 대표 아니겠나, 63%의 지지로 당선이 됐고…"라고 강조했다. 추 원내대표는 특감 문제와 관련 "원내 사안"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는데, 한 대표에게 논의 권한이 있음을 강조한 셈이다.
한 대변인은 특히 '민심'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오세훈 서울시장 등 국민의힘 중진들이 '당정갈등'을 지적한 데 대해 "당정 갈등에 대한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사실 이건 당정이 함께 가야 한다는 말씀들을 하시지만 지금이야말로 당정이 함께 민심에 응답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고, 대통령실에 대해서도 "국민들께서 납득할 수 있는 실효적 조치가 이루어져야 된다"고 지적했다.
한 대표 최측근으로 꼽히는 장동혁 최고위원도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대표 체제의 취임 100일을 돌아보며 '민심'을 강조했다. 그는 한 대표 취임 100일 성과를 묻는 질문에 "결과가 어느 정도 났느냐에 대해서는 평가가 다를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정치는 국민의 삶을 바꾸는 것이고 그래서 민심을 따라갈 때 결국은 그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장 최고위원은 이어서도 "국민의힘이 그동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부터 총선에서 참패했던 것은 결국은 민심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한동훈 대표 체제에서 어려움은 있지만 민심을 따라가려고 한다는 면에 있어서는 변화와 쇄신의 방향은 맞다"고 했다.
장 최고위원은 특감 임명을 둘러싼 당내 대립에 대해서는 "이걸 가지고 표결하고 공개토론을 해가지고 우리가 여기서 끝장을 보자. 저는 그건… (우려스럽다)"고 확전 자제를 요청했지만, 동시에 "추 원내대표가 대통령실을 설득하면서도 풀어갈 수 있는 문제"라고 언급했다. 결국 '김건희 리스크 해소를 위한 대안을 제시하라'는 취지로 추 원내대표를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 최고위원은 "특별감찰관이 이런저런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대통령실을 설득해서 '그러면 다른 조치들이라도 필요하다'라고 추 원내대표가 대통령실을 설득하거나 아니면 다른 조치들을 마련해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라며 "여사 활동 중단과 그리고 인적 쇄신, 이런 것들이 어쩌면 결국은 지금까지 해왔던 국정 운영의 방향을 바꾼다는 의미에서는 그런 것들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추 원내대표가 특감과 관련 한 대표와 이견을 보이는 것이 '용산과의 조율이 있었다고 보나' 묻는 질문에도 "당연히 어쨌든 이런 문제가 있을 때 그래도 대통령실하고 의견 조율을 하고 하는 것이 맞다"며 "대통령실과의 어느 정도 의사소통은 있었을 것"이라고 답해 추 원내대표를 겨냥했다.
장 최고위원은 또 야당이 여당 추천권을 배제한 '김건희 상설특검'을 추진하는 데 대해 "공정성과 중립성, 객관성에 비추어 볼 때 그것은 어떤 경우에도 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도 "다른 방법으로 충분히 다른 대안을 선택할 수도 있을 텐데 굳이 '특검은 꼭 야당이 선택해야 된다', 그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앞서 윤·한 면담 당시 대통령이 한 대표의 '김건희 3대 요구안'을 거절하자 당 안팎에선 '한 대표 측이 김건희 특검법 중재안을 발의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다른 대안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장 최고위원의 언급은 지난 '채상병 특검 제3자 추천안'과 같이 '김건희 특검법도 협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취지로 풀이될 수 있다.
한 대표 측의 '민심' 드라이브에 친윤 및 비한계는 '소통 부족', '리더십 부재' 등 정치적 절차를 강조하며 맞섰다. "혁신을 해 나가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대표의 충정은 알 것 같다. 그러나 형식이나 방식이 조금 잘못됐다"(강명구)라는 것이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출신 강명구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대표의 '김건희 리스크 해소' 요구와 관련 "일국의 대통령에게 대통령 여사님에게 우리가 토끼몰이 작전하듯이, 담판짓듯이 얘기하는 건 맞지 않다", "예스와 노로 대답하라 이건 맞지 않다"는 등 한 대표의 태도 문제를 제기했다.
강 의원은 특히 특감 임명 문제를 두고는 "한 대표께서 절차적 정당성을 만드시면 될 것 같다. 절차적 당위성을 만들면 될 것 같다"며 "이런 안을 가지고 '우리 국면 전환용으로 이걸 한번 논의해 보자'라고 원내대표하고 상의했으면 될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 대표가 별다른 협의 없이 민감 사안을 밀어붙였다는 우회적 지적이다.
강 의원은 이어서도 "(특감 문제는) 이렇게 공개로 의총하자, 표결하자 난리 법석을 떨 문제는 아니"라며 "절차적 정당성이라 하면 국회의원 개개인의 동의를 얻어서 그분들의 총의를 모아내면 되는 과정이다. 이걸 가지고 옳고 그름을 얘기하고 분열을 조장하는 듯한 얘기들은 맞지 않다"고 한 대표를 겨냥했다.
강 의원은 한 대표의 취임 100일 총평으로는 "대표님 혼자 가시지 말고 함께 가시기를 바란다",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미인가"라고 말하는 등 '당내 분열'이라는 취지로 부정적 평가를 했다. "지금 내부적으로 우리가 분열을 조장하거나 우리끼리 지금 망하자고 얘기하면 우리가 설 곳이 없다"고도 했다.
윤상현 의원도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보수혁신' 세미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갈등을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면서 한 대표를 향해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정치적 공동운명체다. 그리고 여당 대표다. 이런 점을 (한 대표가) 좀 더 생각하셔야 된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당 일각에서 한 대표를 '제왕적 당 대표'라 비판하는 데 대해선 "제왕적 당 대표란 표현은 과하다"라면서도 "(한 대표가) 검사를 오랫 동안 하시고 정치에 온 지 얼마 안 됐기 떄문에 '리걸(Legal) 마인드' 경향이 있다. 정치를 하면 할수록 보다 나은 정치를 하기 위해선 '폴리틱(Politic) 마인드' 함양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평가했다.
그는 '김건희 리스크'를 두고 한 대표가 공개적인 발언을 이어가는 데에도 "변화라는 것도 공개적으로 말하기 보다 내부적으로, 대통령실이 주도적으로 이니셔티브를 갖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게 여당 의원들의 역할"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선 반(反)한동훈 성향 강경보수 인사들이 모여 한 대표 사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앞서 지난 25일 한 대표의 대구 방문 시 반한계 지지자들의 시위가 가시화되며 보수 지지층 분열현상이 불거진 바 있는데, 한 대표와 윤 대통령 사이 갈등이 지속되며 이 같은 지지자 분열현상도 가속되고 있는 모양새다.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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